미생/Share with me

[석율그래] Share With Me - 01

shp_joy 2015. 2. 27. 17:45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뭐.., 뭐라 그랬어요 지금?" 
"각인이요. 각인 몰라요?" 



켁, 석율은 애써 마신 술이 다 깨는 기분이었다. 아니, 너무 마신건가 싶어 냉큼 술잔 옆의 냉수를 벌컥 들이켰다. 두 손을 들어 눈도 한 번 세게 부비고, 머리도 세차게 도리질 해봤지만. 내 앞에 서 있는 이 밤톨같은 남자의 꼿꼿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헉. 환청도, 환영도 아니구나. 그렇게 어리둥절한 사이, 남자는 그의 태도가 못내 싫다는 듯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는 확인사살을 하듯 다시 한 번 석율을 향해 말했다. 




"나랑 각인. 그거 하자구요. 내 알파가 되어줘요" 



석율의 코 끝에 달콤하고 싱그러운 캔디애플향이 스며들고 있었다. 










Share with Me - 01


written by shp











알파. 오메가. 베타. 그런 단어들이 인간을 나누는 분류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알파는 상대적으로 우월이식이 강했고, 오메가는 그런 알파들과, 또 그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베타들 사이에서 늘 전전긍긍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래가 자라오던 어린시절까지도 그러했었다. 베타인 아버지와 오메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메가 외동아들, 그래가 한참 자라던 유년기까지도 그 사실들은 변하지 않았었다. 속옷 위에 바지를 입는 것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배울때처럼, 그래는 히트사이클과 억제제, 그리고 알파와 오메가, 베타와의 관계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고, 달라져야만 했다.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던 오메가들은, 대체로 지식 습득 능력이 빠르다는 그들만의 특성을 이용해 점점 그들의 지위를 높여갔고, 알파와 베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오메가라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단순히 알파라는 이유로 우월감을 과시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억제제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성분도 좋아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약만 잘 복용하면 베타처럼 살아가는 것 역시 가능했다. 물론, 그 중에는 부러,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페로몬 향기를 굳이 숨기지 않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각인, 혹은 본딩이라 불리는 결합 역시, 형질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세상에서 이제, 알파, 베타, 오메가라는 형질은 그저, 누군가의 쌍커풀의 유무만큼이나 단순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의 히트사이클이 발현되던 청소년기에서부터는, 오히려 오메가라는 사실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알파들에게 휘둘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히트사이클에 대한 개념 역시, 한 달 중,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좋은 3~4일의 시간일 뿐, 특별할 것이 없었다. 영양제를 챙겨먹듯 빼놓지 않았던 억제제는 생각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가 굳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것은 절대 형질에 대한 열등의식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누가 보기에도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 덕에 늘 그래에게 작업을 걸어보려던 사람들의, 그가 오메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 곁을 쉽게 내어줄거라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행동들이 피곤했을 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친구들 중에 알파가 극소수인 것 역시 성격차이였을 뿐, 형질의 차이가 아니었다. 












[속보 - 30대 배우 알파 K씨, 히트싸이클이었던 오메가 20대 여성 납치, 감금 혐의로 구속] 



그렇게 잊고 있었던 형질의 차이가 다시금 세상 사람들에게 대두되었던 것은, 차세대 한류스타로 불릴만큼 젠틀하고 스윗했던 이미지의 남자배우의 충격적인 사건 하나에서부터 시작했다. 미처 억제제를 챙겨먹지 못했던 오메가 여성, 그리고 근처에 있었던 러트(Rut: 발정기) 기간의 알파 남자 배우. 거기에 술이 더해져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였고, 급기야는 납치와 감금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육체적인 괴롭힘에 며칠을 시달렸던 여성은 발견 직후 병원에서 사망을 했고, 사람들은 '피해자의 죽음' 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까지 더해진 그의 모든 이유가 '알파'와 '오메가'라는 형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세상 덕에, 해체 위기에까지 몰렸던 오메가 보호단체는 보란듯이 다시 일어났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네티즌들과 각종 시민 단체의 높은 목소리에, 정부는 극단의 조치로 '오메가 보호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보호대상 1순위는, 각인 되지 않은, 소위 말해 어느 알파에게도 속하지 않은 오메가였다. 오메가 보호법 제 1조 2항에 의거, 알파와 각인 되지 않은 오메가는, 알파와의 각인이 확인되기 전까지 각 시에서 마련한, 오메가 보호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알파와 각인이 된 오메가는 어차피 각인된 알파만이 그의 페로몬을 감지 할 수 있음이 대부분이었으니 쉬이 다른 알파들에게 그 형질이 노출되어 위험에 빠질일이 드물지만, 그렇지 않은 오메가는 부득이하게 억제제를 챙겨먹지 못했을 경우, 위와 같은 사례가 몇번이고 벌어질 수 있다는 단순한 판단에서 나온 조항이었다. 












-그럼 그냥 들어가면 되잖아 
"미쳤어? 내가 거길 어떻게 가. 난 내 집에서만 작업하는거 몰라?!"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보호법은 어느 오메가를 위한 것이냐며 제 분에 못 이긴 채 친구인 백기에게 전화를 건 그래는, 곧이어 들려온 백기의 덤덤한 한마디에 더욱 화가 난다는 듯 발을 동동 굴리며 수십분 째 제 거실을 왔다갔다 하는 중이었다. 법으로도 보호받고, 물리적으로도 보호받으며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도 제공받는 보호소야 사실 다른 오메가들에게는 낙원과도 같은 곳이 되겠지만, 적어도 그래에게는 헬게이트가 저를 집어 삼키는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 분명했다. 



장그래. 스물여섯의 천재 작곡가. 그가 만든 노래 제목만 주욱 엮어도 책이 다섯권은 나온다는 말이 있을만큼, 대한민국 가수 중에 그에게 곡을 받기 위해 손 한번 안 내밀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바닥에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였다. 주로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를 본 사람들은 연예인 뺨을 후려치고도 남는다는 그의 빛나는 외모에 더 넋이 나가기도 했다. 그의 집이자 유일한 작업 공간인 곳에서 일주일을 꼬박 틀어박혀 있다 나온 사람의 외모가, 방금 메이크업을 마치고 온 아이돌 가수보다 예뻤다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 때문에 인터뷰 요청 또한 쇄도했지만, 자신은 연예인도 무엇도 아니라며 음악으로 들어달라 하는데에서 오는 그 자부심 역시 높이 살만했다. 게다가 워낙 완벽주의자라서, 의뢰 준 작사가에게서 마음에 드는 노랫말이 나오지 않을땐 직접 작사를 하기도 했고, 녹음때는 단 한번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적이 없을만큼, 프로듀싱 실력까지 완벽한 그였기에 스케쥴은 늘 빼곡히 차 있었다. 



그런데, 오메가 보호소라니. 서류상에야 떡하니 오메가로 분류가 되있으나, 엄청 친한 사람 이외에는 절대 자신이 오메가임을 밝히지 않았으니 자신의 형질이 밝혀졌을 때 떠들썩할 주변 정도는 그래에게 있어서는 두번째 문제였다. 철저하게 분리된 자신의 익숙한 공간에서만 작업을 하는 터라, 스튜디오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그가 그 곳에서 곡 작업을 할리는 만무하니 그건 미뤄둔다 하더라도, 당장에 밀린 녹음 스케쥴들을 소화해내자면 며칠밤을 꼬박 세워도 모자랄 판국에, 보호소라니. 오메가고 위험이고 간에 그래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백기야, 너 아는 알파 없어?" 
-헐. 뭐래. 너 진짜 각인 그거, 하려고? 
"까짓 각인만 되면 되는거 아냐? 각인 되면 거기 갈 필요 없잖아" 
-야, 장그래 암만 그래도. 너 각인되면, 평생 그 사람하고만 이어지는거야 
"상관없어. 나는 혼자 살다 죽을거야. 어차피 이후에도 약 챙겨 먹으면 히트 넘어가는건 똑같아" 
-진짜 얘가 큰일 날 소리만 골라한다. 야 끊어, 나 들어가봐야 돼. 
"야, 장백기!" 
-자라 그냥. 어? 너 수면부족이라 맨날 헛소리하잖아. 자. 알았지? 



너 같음 잠이 오냐, 새끼야. 하긴, 이미 오래전에 학교 선배이자 알파인 강해준 선배와 맺어진 오메가 장백기가 나의 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알리가 없지. 갑자기 이도저도 귀찮아져 현실 도피만을 꿈꾸던 그래가 쇼파에 털썩 널부러지며 으아아, 괴로움의 괴성을 내뱉었다. 될대로 되라지. 나같은 인재를 보호소에서 썩히는게 어디 쉬울줄 알고. 싶지만, 이미 입영통지서 받아들 듯, 오메가 보호소 구역의 입소 날짜가 떡하니 찍힌 종이를 보자 또 다시 한숨이 푹푹 나왔다. 차라리 군대를 두 번 가면 안되나. 군복무 취소, 이런건 없나.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쯤, 그래도 친구라고 걱정은 되었는지 백기가 보낸 문자 한통이 그래의 휴대폰을 울렸다. 




[정 그러면, 거기라도 가보든가. 준식이 형 한다는, 그 바(Bar) 있잖아 - 백기] 











"괜히 왔어... 괜히..." 



급한 마음에 찾아오긴 했지만, 입구부터 진동하는 각종 페로몬 냄새에 그냥 발길을 돌릴까 했던 그래였다. 지금이야 원래의 성격을 잊고 그저 평범한 바(Bar)로 운영되고 있다지만, 사실 준식이 운영하는 이 곳은, 비밀리에 알파와 오메가의 만남의 장소였었다. 제 형질 하나 믿고 페로몬 조절도 잘 못하는 그런 어리숙한 사람들이 아닌, 정말 제 인연을 만나고 싶어하는 알파와 오메가들의 사교클럽같은 곳이랄까. 하지만 그것도, 사회적으로 알파와 오메가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인식될때의 이야기였다. 더 이상 형질의 분류가 무의미해졌던 그 동안은, 그저 칵테일이 맛있는 꽤 이름난 Bar에 불과했는데. 



아마도 그래처럼, 보호소에 가기 싫은 오메가들이 많았는지, 아니면 기회를 틈타 제 짝을 만나보려는 알파들이 많은건지. 실내는 온통 서로가 눈치를 보며 미미하게나마 조금씩 흘려대는 페로몬으로 머리가 다 아파올 지경이다. 




"어? 그래야" 
"어, 형" 



준식이 오랜만에 만난 그래를 알아보고 반갑게 아는체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는 바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출구를 향했을테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준식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블루하와이 한 잔이 그리워져, 그래는 몸을 돌려 준식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잖아도 너 왜 안오나 했어" 
"왜? 장백기가 전화했어?" 
"아니. 지금 현재 제일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사람이잖아, 너" 



준식은 놀림과 진심의 어디쯤인 미소를 지으며 그래에게 시원한 에메랄드 빛 블루하와이 한 잔을 내밀었다. 놀리지 마. 나 정말 심각해. 툴툴거린 그래가 빨대로 잔을 두어번 뒤적뒤적. 쪼옥, 깊게 술을 빨아들이자 이내 달짝지근한 트로피컬 향이 그래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 아, 살 것 같아. 그제야 뻐근했던 몸을 쭈욱 피면서 뒤로 젖힌 그래의 시선에, 열심히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준식의 손목에 새겨진 표식이 들어왔다. 여리지만 꽤나 강단있는 팔목에 새겨진, 붉은 빛의 문양. 그의 알파, 그의 연인, 성준의 것이리라. 한번도 저 각인의 표식을 부러워한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꽤나, 부러운 마음을 감출 길 없던 그래가 피식, 웃었다. 











"성준이 형은 잘 지내?" 



그 물음에, 끄덕, 고갯짓으로 대답하던 준식의 얼굴에 오밀조밀한 미소가 크게 퍼지면서 예쁜 보조개가 쏙, 들어간다. 치. 생각만 해도 좋냐, 아주. 



"너도 얼른 찾아" 
"그러게. 형 누구 아는 사람 없어? 나 정도면, 각인 상대로 꽤" 
"그래야, 각인 말고" 
"각인 말고 뭐. 사랑, 이런거 말하는거야? 큭, 배부른 소리" 
"그게 왜 배부른 소리야. 당연히 사랑이 기반이 되야" 
"형. 난 혼자 살거야. 난 지금이 좋아. 내가 지금 찾으려는 건, 단지 나를 보호소로부터 벗어나게 해 ㅈ," 




"ㅡ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악!" 



벗어나게 해 줄 알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하려던 말은 채 꺼내지지 못한 채 쏘옥 들어갔다. 소란스러운 한 쪽 테이블, 어울리지도 않는 오대오 머리를 한 남자가, 목 끝까지 벌개진 채 악에 받친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가 봐. 성준의 고갯짓에, 눈치를 살피던 종업원이 슬금 다가가 그를 부축하자, 겨우 자리에 털썩 앉은 그가 다시 신세한탄을 해대기 시작했다. 











"씨발, 흐윽, 살게는, 해 줘야 할거 아냐" 
"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하고ㅡ" 
"야, 너 내가, 끅,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끄윽, 알지. 어?" 
"알지. 알지. 야, 한석율, 아니까 이것 좀 놓고" 
"야 씨발, 갚으면. 돈을 갚으면, 숫자가 줄어야 되잖냐고. 1억이 누구 집 개 이름도, 끄윽, 아니고!" 



마구 푸념하듯 내뱉는 그의 한숨은, 순식간에 공기중에 퍼져 그래에게까지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이성이 제대로 작동할리 없고, 그로 인해 페로몬 역시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깊게 퍼져나오자, 벌써부터 곁에 있던 오메가 몇몇은 눈이 풀어진 채였다. 그나마 이성을 챙긴 그래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깊은 소나무향. 짙어질 수록 저릿해져오는 발끝보다는, 이상하리만큼 훨씬 더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향이었다. 




"야, 그래야, 어디, 야! 야!" 



본인의 페로몬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자각할 수 없는 석율은, 그대로 후우, 뜨거운 술기운을 그대로 뿜어내며 여전히 빚이 어떻고, 삶이 어떻고를 중얼거릴 즈음, 모든걸 가만히 지켜보던 그래가 그대로 걸어가며 석율에게로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뒤에선 이 모든 것이 페로몬 때문이라 생각한 준식이 놀라 토끼눈이 된 채 그래를 말리려 나오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는 괜찮다며 여유있게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한석율씨?" 



그의 친구라는 사람에게서 나온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힘주어 부르는 그래였다. 



"네... 네? 누구.." 
"돈, 필요 하시죠?" 



꿈뻑꿈뻑.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석율이 멍하니 그래를 쳐다만 보자, 아예 작심한 듯, 그의 곁으로 한 발 더 다가간 그래가, 그와 시선을 맞췄다. 돈. 당신 빚. 내가 갚아줄 수 있어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예?" 



술 기운에도, 돈 이라는 단어는 명확하게 알아들은 석율의 눈빛이 아까보다는 훨씬 또렷해졌다. 그를 놓치지 않은 그래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에게, 당신 각인을 새겨줘요"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바(Bar)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듣기에는 충분했다. 석율의 옆에 앉은 친구는 지금 제가 들은 것이 믿기지 않는 지, 허벅지를 세게 꼬집는 것이 보였고, 뒤에 서 있던 준식은 할 말을 잃은 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래가 앉아있던 의자에 기대고야 말았다. 두 사람이 숨기지 않고 뿜어대는 강한 페로몬과 그 기운에 기가 눌린 사람들은 슬금슬금 가게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고, 오로지 석율과 그래, 두 사람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그렇게 눈빛만이 오고 갈 뿐이었다. 



"뭐.., 뭐라 그랬어요 지금?" 



꿀꺽. 석율의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가게 전체를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치의 망설임도, 거리낌도 없는 그래는, 기꺼이 몇번이고 말 해 주겠다는 표정이었다. 



"각인이요. 각인 몰라요?" 



켁, 석율은 애써 마신 술이 다 깨는 기분이었다. 아니, 너무 마신건가 싶어 냉큼 술잔 옆의 냉수를 벌컥 들이켰다. 두 손을 들어 눈도 한 번 세게 부비고, 머리도 세차게 도리질 해봤지만. 제 앞에 서 있는 이 밤톨같은 남자의 꼿꼿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헉. 환청도, 환영도 아니구나. 그렇게 어리둥절한 사이, 그래는 그의 태도가 못내 싫다는 듯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는 확인사살을 하듯 다시 한 번 석율을 향해 말했다. 




"나랑 각인. 그거 하자구요. 내 알파가 되어줘요" 


그럼 내가, 당신 빚은 다 갚아줄게요. 곧 예쁘게 웃는 그래를 바라보던 석율의 코 끝에 달콤하고 싱그러운 캔디애플향이 스며들고 있었다. 











"난 이런 사람이에요. 생각 있으면, 연락줘요. 되도록, 빨리." 



다시 한 발자국 정도 석율과 거리를 둔 그래가,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석율의 손에 곱게 그것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 웃어버린 준식을 향해 휘휘 손을 젓고는, 형, 나 간다- 하면서 유유히 바(Bar)를 빠져 나갔다. 문 끄트머리에 다다라서야 그래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아- 하며, 석율에게, 더 궁금하면 초록창 검색해봐요. 대강 나오니까. 라며 웃었다. 



뭔가에 홀린 듯, 그가 걸어나간 문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던 석율이, 손에 쥐어진 명함의 촉감을 느끼곤 손을 펴 그를 들여다 보았다. 



[장그래. Jang, G Rae / 작곡가. 010-XXXX-XXXX] 




문질문질. 그가 주고 간 명함에서도, 캔디애플향이 슬며시 피어올랐다. 








*










"후아..."



유유자적 가게를 빠져 나오는 듯 했던 그래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밭은 숨을 몰아 쉬었다. 와, 죽는줄 알았네. 혹시나 싶어 억제제를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복용하고 나왔으니 망정이지,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 닿을 듯한 거리에서 스며든 석율의 향, 소나무향이 퍼지는 순간, 그래는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그에게 입을 맞출 뻔 했다.




"큭..,"


잠시 숨을 고르던 그래가, 제가 생각해도 미친짓이었다는 것은 자각이 되었는지,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제 몸 곳곳에, 미처 지워내지 못한 그의 소나무향이 슬며시 퍼져 오는 것이, 실로 오랜만에 아랫배가 뭉근해져오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데.


아니. 좋았, 다고 해야 하나.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그래의 얼굴에, 저도 모를 미소가 살며시 번지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 생각하시면, 네 그것이 맞을겁니다. 당황하지마세요

부족한 필력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1) 댓글 ↘ 과 

2) 트위터/shp_joy

3) 에슼폼/shp_joy 


를 애용(?) 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