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드라마 '미생' 내용의 흐름/시간과 전혀 상관없음 주의
"엇, 작곡가님, 오셨습니까"
"어이구, 가수님들 일찍 오셨네요"
그래가 녹음실로 들어서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남성 듀오가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채 그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역시 그에 장난으로 맞받아친 그래가 놀리지 말라며 툭 웃고는 그들과 친근한 인사를 나눴다. 오늘 녹음을 위해 찾아온, 듀오 Soul과는 그래의 신인시절부터 함께 해 온, 오랜 친구같은 사이었다.
"어.. 우리 작곡가님 연애 해?"
인사처럼 그래에게 허그를 한 Soul의 한 멤버가, 슬쩍 농담인 듯 그에게 물어왔다. 아니면 향수 바꿨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며 장난을 치는 탓에, 그래가 살짝 몸을 떨어트리며 웃었다. 무, 무슨 소리야.
"그냐앙- 그런것 같아서. 우리 장그래 작곡가님 얼굴이 핀 것도 같고. 안그러냐?"
"얼굴이 피긴. 어제 잠도 잘 못잤어"
"원래 연애하면 잠을 잘 못자고 그러긴 해"
"아이, 아니라니까. 이럴 시간 있음 가사나 좀 더 외워"
아무렇지 않은 척 의자를 끌어 제 자리에 앉은 그래가 홧홧해진 귓가를 손으로 몰래 쥐었다. 들었을까? 느꼈으려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이내 확 놀라곤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바보야. 이걸 듣고 있겠다. 다행히 생각 너머 느껴지는 석율은 오늘 있을 PT 준비에 정신이 없는 것 같아, 휴우- 그래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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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hp
[저 이제 들어가요 - My Alpha]
석율은 단지, 그의 일정을 알려주기 위한 문자였겠지만, 정확히 저 문자를 받은 직후부터 그래는 떨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그래가 떠는 것이 아니었다. 뭐야, 이 사람. 한석율씨, 왜이래요. 여러번 생각을 전해봤지만 통하지도, 듣지도 않는 것 같아 문자도 보내봤는데 묵묵부답이다. 아, 휴대폰은 놓고 갔겠구나.
"에비-"
"ㅇ,어?"
"입술. 왜 자꾸 물어 뜯어"
아-. 옆에 앉은 동식이 그래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톡, 때렸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내가 떠는게 아니거든, 형. 차마 그렇게는 말할 수가 없어 그저 입을 합, 다물고만 있는데 두근대는 느낌은 가실줄을 모르고 지속되기만 했다. 아니, 한석율씨. 심호흡, 심호흡을 해보라구요. 녹음실 부스 안에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애절한 노래 가사도, 슬픈 멜로디도. 지금 그래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다 발표하기도 전에 쓰러지는 거 아냐, 이 사람? 그가 멍한 표정으로 책상 끝을 톡톡 불안한 듯 건드리고 있었다.
*
"후우-"
안 떨린다. 안 떨린다. 주문처럼 되뇌어보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아까부터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석율은 머릿속이 새하얘져가고 있었다. 한석율씨, 괜찮아요? 옆에 앉은 동기가 물어왔지만 지금 석율의 귀에는 모든것이 웅웅 울려대기만 할 뿐이었다.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 보지만, 아뿔싸. 청심환은 커녕 그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내는 것을 끝으로 휴대폰도 책상 위에 던져 두고 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다음 조, 준비 해 주세요"
"한석율씨, 가요"
툭. 떠밀리듯 앞으로 나가 발표 자리에 선 석율 앞에, 층층시하 여러 임원진들이 보였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욱 흘러내리는 듯한 석율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바,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조가 발표할 PT 주제는 무, 문화에 갇힌 무역..., 후우, 여, 역이용을 통한 수익 창출 전략입니다"
석율의 뒤로 준비한 슬라이드가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 다음이 뭐였지. PT를 함께 진행한 동기의 얼굴이 석율 자신만큼이나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 때문에 점점 빨라지는 심박수를 감출길이 없었다. 어.. 어 그러니까 저희 출발은,
"무, 문화가 어쩔 수 없는 자연 환경이나 한계에서 혀, 형성된 것이라고 봤을 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필요로 하게끔 만드는 것이라ㄱ,"
"저기 자네,"
"....예?"
모터가 달린 듯 그저 빠르게 내뱉어지기만 하던 석율의 말들이 제지당한 건, 앞에 앉은 임원진 한 분 때문이었다. 둘 곳을 찾지 못한 석율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려왔다.
"숨 좀 쉬고 하지 그래. 응? 누가 쫓아와?"
끝났구나. 석율이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
쨍그랑-!
"헉, 야. 그래야,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어?...어..,"
그래가 제 손을 떠나면서 기분 나쁜 소리를 만들어낸 뒤 바닥으로 무참히 깨져버린 머그컵을 바라보았다. 야, 있어. 너 오늘 왜그래. 동식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치울 것들을 찾자, 부스 안에 있던 멤버들도 그 광경에 놀라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러는 중에도, 그래는 멍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였다.
"얘가 요즘 왜이래, 정말. 장그래, 정신차려"
동식이 그래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반쯤 풀린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그래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동식을 다급하게 붙잡고는, 그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마주하던 셋을 향해 얼른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형, 얘들아,"
"응?"
"10분만. 10분만 쉬자. 나,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어? 야! 장그래!"
급하게 제 휴대폰과 이어폰을 챙겨 녹음실을 나가던 그래가 다시 뒤를 돌아 동식에게 물었다.
"형, 그, 그 음악 뭐였지?"
"뭐 말하는거야?"
"아, 왜. 내가 그 때 드라마 OST로 쓴,"
"아, 3번 트랙? [날아]?"
"어. 어 고마워. 미안해 얘들아. 나 금방 올게!"
그래가 빠르게 녹음실을 벗어나 비어 있는 조용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른 이어폰을 핸드폰에 연결 해 제 두 귀에 꽂고는, 방금 전 동식이 말한 음원을 찾아 망설임 없이 재생버튼을 눌렀다. 한석율 씨. 끝난 거 아니니까, 나를 들어봐요. 제발. 그래가 눈을 감았다.
*
"하.. 젠장 씨..."
설상가상. 또 한 번, 그 단어가 석율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설상가상. 완전하게 무너져 내린 석율 대신 발표를 시작한 파트너에게서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아버지가 그렇게 떠나고 난 뒤, 항상 석율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단어였다. 항상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보다 더 가진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석율이었다. 그 거지같은 열등감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거였나.
'한석율 씨'
ㅡ!!
그렇게 좌절하고 있던 석율에게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그래씨? 아. 완벽하게 잊고 있던 석율이었다. 제가 지금, 누군가와 생각을,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고작 몇 분짜리의 발표도 덜덜 떠는 모습이라니.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석율은 또다시 괴로워졌다. 하지만 그 때, 마치 괜찮다는 듯, 생긋 웃어보이는 그래의 모습이 그려졌다.
'들어 볼래요?'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한대도
거기서 멈춰있지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 이승열 - 날아)
그가 전해주는 노래가 전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래가 제게 해주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라는데. 할 수 있어요, 한석율 씨는. 그래는 그렇게, 끊임 없이 저를 위해 했던 말을 또 하고, 생각을 곱씹어주고 있다는 것이, 석율에게 고스란히 닿아 전해지고 있었다.
작지만 당찬 사과가 온 힘을 다해 제 몸으로 소나무를 두드리는 순간, 소나무의 눈빛이 믿을 수 없을만큼 깊어져 다시 용기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제가 다시 이어서 하겠습니다. 번잡스럽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석율이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
"큭.., 됐다"
'... FCL이 안될 경우의 수도 봐야합니다. 포워딩 업체와 어떻게 조건을 맞추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LCL이나 에어로도 진행이 가능하구요. 이를 통해 원인은 수출자의 물건, 각 소매로, 소량의 제품을 직접 보낼 수 있습니다...'
복도의 끝 쪽에 자리한 창 틀에 기대 앉아 음악을 듣던 그래의 얼굴에 완연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가 웃으며 음악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었다. 거 봐요. 잘하면서. 그래가 가벼운 마음으로 폴짝, 창틀에서 뛰어 내려 바닥을 탕탕, 발끝으로 내리쳤다. 오전 내내 저를 괴롭히던 떨림도, 알 수 없는 자괴감도 열등감도 모두 사라진 뒤였다. 아니 정확히는, 석율을 괴롭히던 것들이 사라졌다 해야 할까.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래의 얼굴을 간질였고, 그 선명한 눈부심에 그래의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그 마저 기분이 상쾌했다.
"자, 녹음 합시다!"
우렁찬 그래의 목소리가, 녹음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
"솔직히 말해"
"뭘.... -어, 그 부분. 지금 되게 좋다. 여긴 지금 걸로 갈게"
Soul이 방금 부른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듯, 토크백을 눌러 칭찬일색이던 그래가 동식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열심히 컴퓨터로 구간 구간을 확인하던 그래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자, 동식이 그래의 의자를 돌려 저와 시선을 마주 보게 했다. 아 형, 왜그래.
"너, 혹시..."
"...호, 혹시 뭐"
"다중인격. 뭐 그런거냐?"
켁켁. 혹시 동식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을까 싶어 눈을 도록도록 굴리던 그래가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마시지도 않은 물이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수상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 1단, 아니 제로에 가까운 동식은 그럴줄 알았다며 그래의 등을 두들기기까지. 아, 놔 봐.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럼 뭐야. 시시때때로 장그래 아닌 인격이 막 튀어나오는게 아니면. 너 지금 오전의 장그래와 지금의 장그래가 엄청 다른거 알아?"
"잠이 덜 깼나보지 뭐"
"얼씨구?"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저장 잘 해. 이번 앨범 되게 중요하대. -자아, 잠깐 쉬고, 바로 다음 곡 갈게요"
헐. 야. 장그래, 우리 오늘 두 곡 다 해? 부스 안에서 나오는 멤버들의 볼멘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 않은 채, 단호하게 당연하지,를 외친 그래가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건물 밖을 나섰다. 왜냐하면..,
You are the apple of my eye ~ ♪♬
빙고.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던 그래가 웃었다. [My Alpha], 석율이었다.
*
"잘 끝났어요?"
-네
고마, 고마워요. 입으로 뱅뱅 맴도는 그 말이 밖으로 튀어 나오질 않아 고민하던 석율이 이내 무언가 깨닫고는 픽, 웃었다. 소용 없는 일. 이미 이렇게 고민하는 제 모습마저 느끼고 있을 그래일텐데.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화기 너머의 그래는 한동안 말 없이 이어질 제 말을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한 톤은 밝아진 그래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석율 또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고마워요. 장그래 씨. 매 번, 신세만 지네요
차분하게 흘러나온 석율의 한마디에, 그래 역시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미 전해지는 생각과 감정을 알아 차렸어도, 꼭 한 번 상대에게 다시 목소리로, 문자로, 확인하듯 말 해 주는 것. 두 사람이 공유를 시작한 뒤 지키고 있는 또 한 가지였다. 그리고 서로는, 그렇게 목소리를 통해, 문자를 통해 확인 된 사실에 조금 더 무게를 두었다. 훔쳐서 듣고, 훔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해져 온 사실만을 믿으려 했다.
"음. 저 일 하려고 그런거에요"
-큭..., 네. 알아요
부러 석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투로 장난스레 건네져 온 그래의 한 마디에, 석율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석율의 웃음에, 그래도 예쁘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에, 파아란 하늘이 함께 담겼다.
-노래 좋던데요
"아.., 큭, 그쵸? 그거 반응도 되게 좋았어요. 검색어 1위도 하고"
-아.., 작곡 작사 장그래. 라서요?
저를 놀리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래는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 떨더니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듯한 모습도 신기했다. 역시 풀이 죽은 소나무보다는, 가진 것은 없어도 꼿꼿하고 덤덤한 모습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슬며시 고개를 들어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금 그래의 말들은, 석율도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진심이었으니까. 굳이 두 번씩,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예쁘게 한마디를 건넸다.
"원래.., 내용이 좋았잖아요"
무역 용어는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석율이 전하려는 주제가 좋다는 것은 그래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석율이 무척이나 열심히 준비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가 깨어있는 새벽, 석율도 함께 깨어있었고. 그래가 작업에 열중하는 동안, 석율도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었다. 서로에게서 전해지는 그 팽팽함에 피로를 느껴 커피를 찾은 것 역시, 그래가 항상 먼저였다.
단지, 그 열정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랬다. 머릿속에 온통 동생인 지율이와 어머니, 그리고 번듯한 직장인 사람.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현장이라는 곳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뿌리 깊이 박힌 그의 열등감이 앗아가버리지 않기를, 그래는 바랬다. 물론, 제가 너무 불편해서. 느껴지는 감정의 케어가 쉽지 않아서. 라는 이유도 배제할 순 없었지만, 석율도 저의 의도를 충분히 느끼고 있을터였다.
-알아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오늘도 고마워요. 정말 덕분에, 잘 끝났어요.
암흑의 끝에서, 빛을 비추어 주었던 것은 단연 그래였다. 석율이 PT 준비로 가끔 힘들어 할 때, 묵묵히 아까처럼 음악 하나를 틀어주던 그래를 알고 있었다. 바뀐 싸이클은 어쩔 수 없었지만, 혹시나 컨디션이 방해가 될까 날카로운 행동들은 하지 않으려 애써주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망쳐버린 PT보다도, 끝끝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한 스스로를 원망하며 술독에 빠져 있을지도 몰랐다. 덕분에, 라는 한 마디는, 오롯한 석율의 진심이었다. 그럼....,
"... 그 날.., 오메가 어쩌고 하면서 옷 준 거. 이걸로 퉁 쳐 줄래요?"
뜻밖에 튀어 나온 그래의 말에, 석율이 놀랐다. 아직도 내내, 신경쓰고 있었구나. 그 때 기관에서 건넨 인사에, 모든 것이 포함 되었을거라고 여겼던 석율이었다. 그 때는, 생각의 공유도 알아채지 못했을 때였지만, 네 저도 고마웠어요, 하던 그래의 한마디면 다 해결 된 것이라 여겼는데. 문득, 술에 취해 비몽사몽간에 전화가 걸려왔던 날의 그래가 떠올랐다. 피식, 석율이 다시 한 번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래요"
스산한 봄바람에 실린 소나무의 향은, 그 어느때보다도 청량함을 뽐내고 있었다.
'이미, 사과 했지만 또 받아 둘게요'
전화가 끊어진 뒤에 읽혀진 석율의 생각에도, 그래는 그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언..제요?'
'음..., 비-밀'
"하하,"
이제껏 보지 못한 소나무의 모습에, 사과의 귀 끝이 붉게 물든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
.
"네, 장그래씨"
-내가, 끄윽, 뭘, 그렇게, 후우, 잘못 했어요?
"무슨 소리에요"
-난, 후우, 끅, 각인을 원했고, 당신은, 돈을 원했잖아요
또 그 소리.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 난 돈이 필요했고, 당신은 알파의 각인이 필요했다는. 그래서 우리는 이 각인을 빌미로 갑과 을이 되었다는 그 이야기. 우리가 생각이, 감정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장그래가 술을 마신다는 것이 느껴진 후, 계속해서 읽히던 그 하나가 결국 그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왔을 때, 나는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있으나마나 한 돈이라며. 꼭 그렇게 한 번은, 확인을 시켜줘야겠어? 나는 갑이다. 하고? 그런 을과 무언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유하게 된 것이 당신에겐 이렇게까지 싫을 일이야? 왠지 모를 불퉁한 원망은 쉬이 사라지질 않았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 주길 원해요"
곱게 나가지 않은 어투였다. 상대가 술 기운이 도는 것이 아니었다면, 단박에 알아차렸을 정도로 딱딱한 어조였다. 우리 관계에서, 누군가 노력을 해야 하거나 누군가 배려를 해야 한다면 그건 을인 내 몫일테니까. 말해봐요 장그래씨. 철저한 을이 되어 드릴게. 석율의 눈에는, 웃음기 하나 서리지 않았었다.
'그게 아니라...'
하지만 순간, 꼭 울 듯한 느낌으로 전해져 온 그의 생각에, 석율은 말을 잃었고,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요'
'... 옷도, 선물로 주려던 거였지,'
'단 한 번도..., 당신에게...'
차례차례 읽혀져 온 생각에, 석율은 놀라 눈이 커진채로 한참을 얼어 있어야 했다.
"미안해요. 갑이, 끅, 갑이 되려던 건 아니었어요"
'당신은 나의 을이 아니에요. 고마운 사람이에요'
.
.
"큭.., 사과라서 그런가. 사과도 잘 하네"
이미 까만 화면을 나타내는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던 석율이 예쁜 웃음을 보였다. 지율의 병실로 들어서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 것은, 비단 봄바람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오랜만에 미생 4국을 다시 봤더니 아흑..-_ㅠ 마음이 도키도키하여-
장그래 작곡. 장그래 작사인 곡은 없습니다. 다들 아시겠죠?ㅋㅋ
Soul...이라는 듀오도.. 없는걸로 알고 있습..ㅋㅋ
부족한 필력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1) 댓글 ↘ 과
2) 트위터/shp_joy
3) 에슼폼/shp_joy
를 애용(?) 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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