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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Share with me

[석율그래] Share With Me - 09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한석율 씨'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살짝 기대감이 서린 표정으로 석율에게 생각을 전하던 그래가, 곧바로 느껴지는 어느 한 감정에 고개를 떨구고는, 작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휴대폰을 한참 내려다보다 느릿느릿 문자를 전송했다. [한석율 씨. 괜찮아요?]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짧은 한마디. [네]. 액정이 까맣게 꺼질때까지 그 한글자를 내려다보던 그래가, 휴대폰을 뒤집어 책상 위에 올려 두고는, 의자를 길게 뒤로 빼내며 몸을 묻었다. 


'거짓말' 


원망 섞인 그래의 소리없는 외침이 분명, 석율에게도 전해졌을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오는 것은 씁쓸한 외면. 서늘하리만큼 힘든 소나무의 어깨가 전부였다. 



Share를 하게 되면서 간과한 하나의 사실. 
때론, 생각이 읽힌다는 것이 가장 큰 거짓말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Share with Me - 09


written by shp









"도대체 왜 갑자기... 요즘 컨디션 괜찮았는데..." 
"호르몬이죠. 음, 사춘기, 그러니까 2차 성징이 점점 나타나게 되면서 호르몬 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아시죠? 베타 오메가는...," 
"네" 


진료실에 일대일로 앉아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석율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수 백번도 더 들은 단어. 베타 오메가. 지율이를 설명할때면 베타 오메가는 이래서, 저래서, 무엇이 부족해서 안된다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석율에게 지율이는 베타 오메가도, 환자도 아니었다. 그저 한없이 여리고 예쁜 동생이었다. 그런데 왜 한지율이라는 이름 대신 꼭 수식어처럼 베타 오메가라는 단어가 붙어야만 하는지. 석율은 그것이 늘 불편하고 안쓰러웠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베타 오메가는, 자라면서 베타든 오메가든 한 쪽의 호르몬 공급이 지속되어야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율이의 경우는 아마도 오메가의 형질을 요하는 쪽인 듯 하다고 했다. 그것도 희귀성. 지금까지는 약물치료로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었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그 수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더 센 약을 써야 하고, 그 약값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또한 그것으로 치료가 될런지의 여부도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늘 주위에 알파인 오빠와 건강이 쇠약해진 베타 어머니, 그리고 베타의 형질을 띈 병원 스탭들 뿐이니 지율이의 호르몬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한석율 씨'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지율이가 다시 한 번 쓰러진 이후, 나뒹굴어진 제 마음, 제 감정. 숨길 수 없을을 뻔히 알면서도 숨기고 싶었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겠지만 석율은 애써, 그래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제가 그래의 생각을 무시한 채 지율이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병실을 향해 몸을 돌리자, 그래가 애써 도리질을 하며 느끼는 실망감이 전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문자. 


[한석율 씨, 괜찮아요?]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 아니라, 직접 문자로 안부를 물을만큼 대답을 듣고 싶다는 뜻이었으리라. 아니요. 이미 저도 모르게 전해진 생각이었겠지만 석율은 꾹꾹 문자를 눌러 전송했다. [네]. 그리고 어느새 채워진 물통을 들고 다시 병실을 향해 걸음을 떼는 순간, 



'거짓말'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래의 물기 어린 원망이 닿았다. 그리고 석율이 더 이상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병실 복도에 자리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늘 마음속에 담겨 있던 구절 하나를 읊었다. '내가 어떻게, 너에게로 가는가'. 하아. 기어이 깊은 한 숨 한자락이 흘렀다. 









"어깨 아파?" 
"...." 
"야, 장그래! 
"어? 어. 형 뭐라고?" 
"어깨 아프냐고. 아까부터 계속 두들기고 있잖아" 


아. 응. 자세가 삐뚤어졌나봐. 묵직하네. 그래의 기운 없는 한 마디에, 에휴 하던 동식이 그 큰 손을 그래의 어깨 위에 올려 꾹꾹 눌러주었다. 고마워, 형. 바람 빠진 소리가 흘러 나오는 그래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금방이라도 툭, 터질것만 같아서 오히려 건드릴수가 없었다. 동식은 많은 물음을 담아 그저 그래의 어깨를 다시 꾹꾹 눌러주었다. 그러자 정적을 깬 건 오히려 그래가 먼저였다. 형. 응? 



"... 가 봐도, 될까?" 


어딜? 동식이 되물었지만, 그래는 이내 생각에 잠겨버린 듯, 다시 앞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신 없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석율이 느껴졌다. 슬쩍 본 시계가 점심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도 석율은 점심 대신 일을 택한 것 같았다. 형, 나는 쉐어를 하면,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어. 말을 삼키고 씁쓸하게 웃어 보인 그래가 다시 의자를 돌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너 점심 안 먹어? 동식의 물음에, 그래는 다녀오라 손짓 할 뿐이었다. 다녀와. 난 속이 별로 안 좋아. 









"후우...."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제 녹음실 앞 석율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래는 제 왼쪽 손에 들린 오렌지 쥬스 상자를 한 번, 오른 손에 들린 꽃다발을 한 번 내려다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석율이 어딘가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고, 생각보다 예정 되어있던 작업이 일찍 끝나서였다,고 스스로의 핑계를 만들었다. 석율이 부러 제 생각을 들키지 않고, 저와의 'Share'를 이어가지 않으려 이동 중에도 이어폰을 꽂고, 서류를 보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그래의 안에서 무엇인가 울컥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였다. 한 번 쯤, 그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보고 싶었다. 그래는, 제 앞 병원 자동문이 정확히 열 세번째 열릴 때 비로소 결심한 듯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어-" 
".... 어?" 



드륵, 그래가 문을 열고 들어간 병실 가장 안쪽에, 따스한 오후의 봄 볕 햇살 아래에서도 파리한 기색이 역력한 여린 소녀가 그래의 모습을 보고 놀라 눈이 커졌다. 사과..., 그래의 향을 맡은 지율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용케 그를 알아들은 그래가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안녕. 네가 지율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한석율 씨 동생, 예쁘네요' 


아마도 전해지지 못했을 생각 하나를 띄우던 그래가, 조심히 지율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어머니는, 어디 나가셨어?" 
"일 하시러... 다른.. 병실에요..." 
"아.." 


아직 자가호흡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코에 산소호흡기 라인을 연결한 지율이, 어렵사리 말을 하자 그래가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말하는 거 힘들면, 안해도 돼. 그러자 지율이 희미하나마 예쁘게 웃었다. 아니에요. 대화 하고 싶어요. 



"오빠 통해서... 알고는... 있었어요..." 
"으응.., 그랬어?" 


핏기 하나 없는 지율이었지만, 수줍게 웃는 모습이 석율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보다는 자라는 환경이 중요하다더니, 살짝 시선을 아래로 두며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이나 웃을때 눈꼬리가 휘어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석율의 동생이라서, 그래는 오랜만에 애쓰지 않아도 미소가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저기..." 
"아. 내 정신. 아저씨 이름은...," 
"우리 오빠 친구..시잖아요" 
"응? 아.. 응. 오빠 이름은.. 장 그래. 그래 오빠라고 부르면 돼" 


제가 이름을 알려주자, 그래 오빠. 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모습이 예뻤다. 아픈 모습이어도 이렇게나 빛나는데, 아프지 않았다면 정말 길거리의 그 어떤 또래보다도 밝을 아이었다. 한석율씨가 애지중지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그래가 따뜻하게 지율이와 시선을 맞춰주는데.., 어? 하며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불편한 손으로 타블렛PC를 급하게 뒤적이던 지율이가 그대로 화면을 그래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마, 맞죠? 여기, 이 분. 화면을 들여다보던 그래가 웃으며 끄덕였다. 우와, 지율이 내 곡 많이 아네. 



"세상에" 
"큭, 지율이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줄 알았으면 Soul CD라도 들고 올 걸 그랬지?" 
"허억" 


아픈것도 잊고 입이 쩌억 벌어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래가 연신 웃음을 터트리자 지율이 그제야 민망한듯 볼을 붉혔다. 아, 아니. 그.. 하며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소녀의 얼굴엔 여과없는 감정이 드러났다. 그런 분이 왜, 저희 오빠랑. 



"...음.. 글쎄.." 


그래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그러는 중에도 바삐 움직이는 석율이, 저 너머의 인상을 팍 쓴 그 얼굴이 느껴져 잠시 마음이 쓰라렸다. 누군가에게 밝음을 선물하기 위해 철저히 어둠을 택한 사람. 그런거였어요? 시선은 지율이에게 둔 그래의 머릿속은 어느새 소나무향으로 가득해졌다. 









"매번, 이렇게 혼자 있는거야? 심심하지 않아?" 
"원래는 인터넷 강의도 듣고, 오빠가 주고 간 문제도 풀고 그랬는데요. 보시다시피 제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지율이의 행동에 마음이 안타까워져 그래가 부러 지율이 한 쪽 손을 예쁘게 포개어 잡았다. 지율이가 어때서. 너무 예쁜데. 지율이 오빠가 매일 지율이 생각만 해. 그리 말해주면 새초롬하게 정말요?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지율이는, 고 작은 속에서 한숨을 포옥 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요. 



"저는 우리 오빠가 제 생각...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 왜...?" 
"저 때문에. 엄마 때문에. 오빠가 자꾸 포기하는게 늘어요.... 오빤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괜찮을리가 없잖아요" 
"...." 
"오빠 만나고, 우리 오빠 웃었어요... 그런데 저 또 쓰러지고 나서는... 또 안 웃어요" 
"지율아.." 


"오빠가... 좀 도와주시면 안되요?" 


소나무한테는, 사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린 소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래의 마음에 콕콕 박혔다. 









"오빠 이제 가볼게. 지율아, 언제든 괜찮으니까 오빠한테도 연락해?" 
"아... 네에" 
"빈말 아니에요, 아가씨" 


빤히 올려다보는 그 시선에, 정말 연락해도 된다는 뜻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제야 알았다는 듯 또 환한 웃음을 보는 지율이 덕에, 그래는 쉬이 발을 떼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어머니가 돌아오시는 시각까지 있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오빠.. 안보고 가세요? 하는 지율의 물음에도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석율이 급히 차에 올라 이쪽으로 오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왜 지율이를 찾아 갔냐는 물음 가득한 의구심과, 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 단단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이 느껴져,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오빠 갈게, 지율아. 또 보자" 


걸음을 재촉한 그래의 귀에도, 큰 음악소리가 둥둥 울리는 이어폰이 꽂혀져 있었다. 





"저.., 605호 한지율 환자 말인데요" 

조심스레 어느 창구 앞에서 무엇인가를 물어보던 그래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초조하게 손가락 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직원이 건네 준 작은 종이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은 그래가, 애써 모든 걸 외면한 채 병원 밖을 나서려는 순간.., 





"장그래 씨!" 

생각이 아닌, 환청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인 석율의 목소리가... 제 귓가를 울렸다. 싸늘한 바람에 섞인 처절한 소나무향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마냥 좋아서. 그래는 그렇게 멈추어 섰다. 









"한, 한석율 씨 이것 좀..." 


빠르게 그래의 손목을 낚아 챈 석율이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아파요. 육성으로도, 생각으로도 전한 그래의 외침은 철저하게 무시 당한 채, 석율의 꾹 다물어진 입술은, 한참을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해서야, 석율은 그래의 팔을 던지듯 놓아주었다. 그 때문에, 그래의 어깨가 벽에 쿵 하고 부딪혔지만, 석율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무섭고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래를 마주했다. 두 사람의 각인 절차 이후, 'Share'가 아닌 첫 대면이었다. 



"내가 우스워요?" 
"... 한석율 씨, 그런 말이 어디," 
"그럼! ...당신이 갑이니까, 계약서 조항 따위는 당신한테 아무것도 아닌겁니까?" 
"한석율 씨. 내 말을 좀," 


"여기 왜 왔어요" 
"...." 
"왜요. 우리 지율이 저렇게 누워있는거 보고, 나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진건지 확인하러 왔어요? 그래요?" 


네가 여길 왜 와. 당신이 여길 오면 어떡해. 대체 뭘 확인하려고. 나 어디까지 당신 앞에서 무너지라고. 석율의 생각은 그렇게 끊임없이 내뱉어지고 있었다. 그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아픔이 가득했던 그 밤처럼, 이 서늘함이 그래의 머리를 둥둥 울려왔다. 석율은 알파였다. 누가 뭐래도,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알파였다. 그러지 않으려해도 오메가보다는 우위에 서고 싶은 것이 알파의 욕망이자 본능이었다. 저의 무너지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래와 석율 두 사람에게는 'Share'가 있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전해지는 이야기들에, 이미 그 마저도 괴로웠을 사람인데. 라는 생각에, 그래의 마음 역시 쿡쿡 쑤셔오는 것을 분명 석율도 느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를 알아주는 대신 그래의 주머니에서 작게 접힌 종이를 거칠게 빼냈다. 여전히, 원망이 가득한, 매서운 눈빛이었다. 장그래, 당신은.. 


"넌, 돈이면 다 되는 놈이야?" 


당혹감에 서려 눈동자가 갈 곳을 잃은 그래의 눈에, 분노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으로 가득 차 붉게 충혈된 석율의 눈이 보였다. 파르르 떨리는 석율의 손에 쥐어진 종이는, [병원비 완납 영수증. 환자 성명 한지율] 이라 쓰여 있었다. 말 해. 넌 돈이면 다 돼? 어?! 



"석율 씨. 그런거 아니에요. 난..!" 


그래의 눈에도 순식간에 그렁한 눈물이 차올라 조금만 건드리면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게 아니라고. 느끼지 않느냐고. 내 마음을 알지 않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던 말은 끝내 입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그래는 또렷하게 생각을 전했다. 알잖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는지 알잖아, 당신. 왜 모른척 해요. 왜, 나를 듣지 않아요, 왜. 



"아니. 나는 몰라" 
"한, 석ㅇ.., 으읍..!" 



한 순간이었다. 떨리는 그래의 입술을, 석율의 혀가 무자비하게 침범해 온 것은. 숨 쉴 틈 한 순간을 주지 않은 채, 거칠게 이어진 혀놀림이었다. 키스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일방적인 행동이었다. 석율이 그래를 범한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래의 작은 주먹이 석율의 어깨를 쳐내려도 배려는 없었다. 본능에 의한 첫키스를 나누던 그 때보다 한층 더 깊어지고 차가워진 소나무향이 그래를 잠식했다. 그래는 두려워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몰라 그딴거. 아니 알고 싶지 않아. 잘 봐. 네가 돈으로 산 게 무엇인지. 당신이 돈 주고 산 알파. 그게 나야' 


또렷하게 전해진 석율의 생각에, 그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주저 앉아 내릴 것만 같았다. 사과는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이대로 정신을 놓는 구나 싶었을 무렵, 석율이 비릿한 피냄새를 풍기며 입술을 뗐다. 그리고 보란 듯이 스윽, 소매로 입술을 닦고는 비웃음 섞인 조소를 날리는 석율이었다. 어때, 만족해? 계약금이 늘었으니 더한 것도 하러 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입술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모진 말들을 전하는 석율을 바라보던 그래는 계속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절대 다신 보지 말자는 약속, 지켜요" 



손으로 구겨버린 영수증을 바닥에 던져 버려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병원 문 안으로 들어서는 석율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래가 털썩 맨바닥에 주저 앉았다. 




"흐윽...," 



그가 지나간 자리, 그리고 자신에게선 지워지지 않는 소나무 향이 온 몸을 휘감아 어지럽히고 있었다. 










(+)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09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요. ㅠㅠ 



삶이 너무 버거운 우리 알파 석율이. 저도 지켜보기가 참 힘들었어요, 이번엔.




부족한 필력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1) 댓글 ↘ 과 

2) 트위터/shp_joy

3) 에슼폼/shp_joy 


를 애용(?) 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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