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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Share with me

[석율그래] Share With Me - 10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아.."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 아파.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갸웃하던 그래에게 전화가 울렸다. 액정을 보던 그래가 덤덤히 전화를 받았다. 응, 나야. 


-왜 전화 했었어? 
"뭐 물어보려고. 나 배 아파. 왜 그럴것 같아?" 
-화장실 못 갔냐? 
"그 배는 아니야, 인마" 
-하나지. 그럼. 
"뭐" 


스트레스지. 소나무씨랑은 화해했어? 백기의 물음에 그래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몰라. 넌 어디야. 웅성거리는 전화기 너머의 소음에 그래가 물었고, 살짝 들뜬 백기가 대답했다. 나 선배랑 일일 여행. 밥 챙겨 먹어, 그래야. 





Share with Me - 10


written by shp









"... 그렇게 좋아?" 
"응!" 


병원에서 밤을 지내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넥타이를 매고 있던 석율의 눈에 그래가 놓아 두고 간 프리지아 다발을 꽂은 꽃병을 보며 환하게 웃는 지율이 들어왔다. 꽃 한다발이 딱히 특별했던 것도 아닐텐데, 지율이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었던 탓인지 그래가 다녀간 다음날, 상태가 호전된 지율이는 코에 연결 되어 있던 호흡기 라인을 제거 했었다. 그것을 보고 또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던 석율이었는지, 지율이는 알 수 없었겠지만. 애써 마음을 감추고 넥타이 매듭을 마무리하던 석율을 보던 지율이가 슬며시 그를 불렀다. 오빠. 응. 


"사과만 사과를 하라는 법은 없어" 


무심한 듯 던졌지만, 분명 말 속에 뼈가 있음을 모르지 않던 석율이 흠칫, 놀랐다. 가만히 마주한 시선에, 지율이는 그저 또 다시 생긋 웃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철이 들면, 이 병실에만 있으면서도 모든 걸 알 수 있을까. 마음이 착잡해 쉬이 입을 떼지 못하던 석율이 조용히 가방을 들었다. 


"오빠 다녀올게" 


병실을 나서는 석율의 등 뒤로, 지율이의 아픈 시선이 느껴졌지만 석율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밖을 나섰다. 질투날만큼 따뜻한 봄볕이 그를 감싸 안았다. 









"히트가 오려나..." 


결국 나아지지 않은 복통에 더 이상 작업을 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한 그래가 몸을 웅크린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살짝 열도 오르는 것 같고 컨디션이 영 별로인것이 오늘은 꼼짝 않고 집에만 있어야지. 그래가 물 한 컵과 함께 억제제를 삼키며 휴대폰으로 문자를 전송했다. [지율아 미안. 오빠 오늘은 통화 못할 것 같은데. 지율이 잘 잤어?] 그리고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 [네. 오빠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지율이는 괜찮아요]. 문자를 보던 그래가 옅은 미소를 흘렸다. 한석율씨한테 피해 되면 안되는데. 저도 모르게 석율의 하루를 걱정하던 그래가 고개를 저었다. 별 생각을 다한다, 장그래. 



병원에서의 그 일 이후, 석율과 그래는 마치 'Share'도, 각인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서로의 생각이 읽혀도 대꾸하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같은 순간을, 후회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사과도 쉽사리 건네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쉬이 해결되지 않을 일임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 이후, 약속이나 한 듯이 누구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끊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지만, 서로는 애써 생각을 지워내려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지율에게만은 석율도, 그래도 예외가 되었다. 오빠, 저 호흡기 뗐어요. 하던 지율의 안부 문자를 시작으로 그래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지율이와 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았다. 석율도 충분히 느끼고, 또 지율이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뭐라 대꾸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지율아, 혹시 오빠가 나랑 통화하는거, 뭐라고 안하니? 하는 물음에 지율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었다. 네에. 하고. 그래도, 찾아가는 것까지는 차마, 할 수 없었다. 햇살만큼이나 밝은 지율이의 미소를 꼭 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석율을 마주할까, 두려웠다.이미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는 마음을 돌리려 부던히도 애를 썼다. 그저, 알파와 각인된 오메가의 본능같은 거라고. 한석율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를 찾는 것이라고. 









"후우, 죽겠네..." 


같은 시각, 회사 안의 제 책상 앞에 자리한 석율 역시 깊은 숨을 뱉었다.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인것이 꽤 신경쓰이던 차였는데, 이제는 두통까지 더해져 석율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또 한번의 설상가상. 제 사수인 윤 대리는, 아예 작정을 한 모양인지 며칠전부터 석율의 이름을 달고 살았다. 분명 제 몫인 것이 분명해보이는 일을 떠넘기는 것은 다반사요, 이건 부사수가 아니라 석율을 제 뒷처리 담당으로 아는 모양새가 험난한 회사 생활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퇴를 해야 하나. 반차를 써야 하나. 고민하던 즈음, 또 다시 뒷편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율씨? 


"네, 대리님" 
"중국 수출 건, 보고서 마무리 됐어?" 
"..네? 그건...대ㄹ..," 


대리님 일 아니십니까? 물으려던 석율이 입술을 꾹 닫았다. 윤 대리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 일이었어도 석율이 응당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아칠 요량으로 석율을 부른 것임에 틀림없었다. 문 과장이 팀의 업무 파악을 위해 시킨 일만도 산더미였다. 며칠은 견뎌주었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서 있는 내내 머리가 둥둥 울리기 시작했다. 쉴새 없이 업무를 지시하는 윤 대리의 말을 석율이 끊었다. 저, 대리님. 


"뭐야" 
"저, 반차 좀 쓰겠습니다" 
"뭐?" 
"죄송합니다. 저 오늘 머리가 너무 아파서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허, 어이 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는 윤 대리가 부러 들으라는 듯, 요즘 신입은 이래서 안된다느니 저래서 싹수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해댔지만, 지금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 따위는 석율에게 없었다. 문 과장에게 대충 상황을 보고하고 꾸벅, 인사를 한 뒤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탔다. 갑갑하게 조르는 것 같은 넥타이도 잽싸게 풀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지금 이 아픔은, 제 것이 아니었다. 









"아윽.." 


결국 잠도 들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깨어난 그래가 침대 시트를 부여잡고 힘겹게 바닥에 발을 디뎠다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바늘로 쿡 찌르는 듯한 고통. 히트가 아니었다. 그제야,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래가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장.. 장백기. 이름 옆에 통화 버튼을 꾸욱 누른 그래가 얼른 달칵 소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는데.., 


- 넌 어디야? 
- 나 선배랑 일일 여행. 


아. 아침에 통화 한 내용이 떠올랐다. 다급하게 종료 버튼을 누른 그래가 이번에는 준식의 번호를 찾았다. 형. 제발 받아요. 하지만 바(bar) 클로징 이후, 새벽녘에야 잠드는 준식이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리가 없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통증에, 그래가 끙끙대는 신음 소리를 감추지 못할 무렵, 구급차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다시 휴대폰을 집어드는 순간, 



"...! 아악.."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세게 찾아온 통증에 퍽. 손이 미끄러진 탓인지 바닥으로 떨어진 휴대폰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배터리가 분리된 채 꺼져 버렸다. 



'한.. 한석율 씨...' 


나, 너무 아파요. 좀 도와줘요. 그래가 기억하는, 마지막 생각이었다. 









"저, 저기 기사님. 죄송한데, 좀 빨리 가주실 수 없을까요"  


택시에 오른 석율이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손을 떨었다. 단순한 두통이나 몸살일거라고 생각한 그 때,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싸한 느낌이 찾아왔다. 동시에 택시 기사님이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석율에게 물어왔다. 지율이 병원이나, 아니면 오랜만에 집으로 향하려던 석율은 두 번 생각할 겨를 없이 그래의 집 주소를 댔다. 



'한, 한석율 씨... 도와줘요' 


온 신경이 그래의 걱정으로 가득한 순간, 또렷하게 들려온 생각. 사과가, 소나무를 찾고 있었다. 





"씨발. 아오!" 


그래의 집 까지 단숨에 올라온 석율이 1022, 원래 알고 있었던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되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제 생일도 입력해 봤지만 아니었고, 1234, 0000까지도 모두 아니었다. 


"그래 씨! 그래 씨, 안에 있어요?? 문 좀 열어봐요. 장그래 씨!" 


다급한 마음에, 마구 안을 향해 외치며 문도 두드려봤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석율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응답 없는 집 안 사정 뿐만이 아니었다. 생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가 잠이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 하지만 무언가 뭉근한 아픔이 있었다. 분명, 쓰러져 있다는 뜻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애써 주먹을 쥐며 진정시킨 석율이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안되면 부숴버려서라도, 들어갈게요. 우연히 떠오른 날짜 하나. 석율은 다시 도어락 커버를 열었다. 



"0.. 2... 2... 7" 


제발. 


석율이 속으로 간절하게 외쳤고, 삐리릭- 너무도 쉽게, 문이 열렸다. 



-2월 27일 
-우리가, 처음 마주친 날이네요. 


하, 장그래. 석율의 몸이 튕겨지듯,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 씨! 장그래!" 


꼭, 그때와 같았다. 그래의 히트 사이클이 오던 날, 어딘지 모를 다급함과 초조함에 집 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던 그 때처럼. 석율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열심히 그래를 찾았다. 이번엔 욕실부터 열었지만, 없었다. 작업실도 아니었다. 마지막, 침실. 벌컥 문을 열었고.., 


"그래야!" 


마침내, 추욱 늘어진 그래의 몸이, 석율에게 안겨, 아픈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석율이었다. 사과 향이, 너무 옅었다. 마치, 지율이가 쓰러지던 날처럼. 오렌지향이 사라진 그 날처럼. 



"그래야, 정신 차려. 왜이래, 응?" 
"한서..ㄱ..." 
"그래요. 나 왔으니까.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 


119에 전화를 걸었다. 횡설수설, 무어라 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한 마디. 빨리 와주세요. 빨리요. 그 말만은 계속 반복했다. 석율은 그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는 중에도, 아프게 구겨진 그래의 미간은 펴질줄을 몰랐다. 그래는,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석율의 옷깃을 꼬옥 쥐었다. 



"좀만 참아. 구급차 곧 와요. 내 말, 듣고 있죠? 생각이라도 좀 해봐!"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대로 마구 내뱉는 석율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숨 조차 고르게 쉬지 못하는 그래의 모습에 너무 겁이 났다. 안 돼. 그래야, 안 돼. 몇 초가 몇 년같이 흐르고 있었다. 제발 생각이라도 하라고. 내가 읽을테니까. 계속 그래에게 소리치던 석율의 눈이, 한 순간 읽혀진 생각에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한석율 씨. 


'들었...네요... 나를...' 


옷깃에 자리한 그래의 핏기 없는 손을, 석율이 고쳐 쥐어 꼬옥 품었다. 미안해요. 일부러 모른 척 해서. 안 들리는 척 해서. 소나무의 눈에서도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가 투욱투욱, 떨어졌다. 









"기사님! 가까운 서울병ㅇ..," 
"아니요! 한국, 한국 오메가 종합병원이요. 거기로 가주세요" 
"..! 환자 분. 오메가에요?" 
"네" 


기사님! 한국 오메가 종합병원이요. 석율의 말을 들은 구급 대원이 목적지를 변경했다. 그래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구급대원은, 자꾸 떨어지는 혈압과 빨라지는 맥박 수를 보면서 다시 질문을 변경했다. 각인 됐어요? 히트 사이클은요. 하는 질문에 더듬더듬 대답하던 석율이, 마지막 질문에 온 몸이 굳는 것 같았다. 환자 분, 임신 가능성은요. 


"모르.. 모르겠어요. 피임약... 사후 피임약 복용했는데" 
"노팅이요. 노팅 된 거에요? 알파 분은 피임 없었죠?" 
"...!... 네" 


응급 차트에 무언가 기록하던 구급 대원은, 다시 빠르게 무언갈 적어내려갔다. 노팅 여부, Yes. 사후 피임약 복용, Yes. 그리고 메모란에 적힌, [사후 피임약 부작용 가능성 있음] 


석율은 새하얗게 질린 그래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구급차는 빠르게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흐... 서..ㄱ.." 
"어, 그래 씨. 나 여기 있어요! 조금만요. 병원이에요!" 


그래가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옮겨지고, 각종 검사를 위한 기계가 장착이 되고, 채혈이 되고 초음파까지 들이 닥치는 동안에도 그래는 잠깐씩 드는 정신에 계속 석율을 찾았다.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석율이 곁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석율은 그래의 머리맡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괜찮아요, 아무 일 없어요. 를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보호자 분! 보호자 분이세요?" 
"네? 아, 네!" 
"여기요, 싸인 좀 해주세요. 환자 분 지금 응급 수술 들어가셔야 하거든요" 


간호사로부터 다급하게 내밀어진 종이를 멍하게 바라보던 석율은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수, 수술이요? 왜요? 묻던 석율에게 돌아온 대답은 무서우리만큼 정확한 명칭이 있었다. 


"Ectopic Pregnancy. 베타,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은 이걸, 자궁 외 임신이라고 하죠" 


정신 없이 동의서에 싸인을 하면서도 시선은 그래에게 아픈 닿은 석율의 눈빛이 일렁였다. 기계 부착 때문에 반쯤 벌어진 그래의 환자복 아래로, 아프게 새겨진 각인이 석율의 시선에 들어찼다. 









- 관계는.. 
- 한 달, 조금 안 됐어요. 
- 노팅이 있으셨고, 피임은 안하셨다고. 맞나요? 
- 네. 각인.. 도 됐어요 그 날. 
- 네에.. 
- 저어. 다음 날 아침에 사후 피임약 복용했어요. 그래도.., 임신의 가능성이. 
- 아. 자궁 외 임신의 경우에는, 임신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수정이 되었지만 아기집이 없어 임신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초음파로 발견하고 수술을 하죠. 드물긴 하지만, 사후 피임약 부작용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더구나 환자분이 억제제도 계속 복용하셨더라구요, 각인 이후에도. 이것저것 약물이 섞이면서, 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 
- 아랫배가 당길 때 생기는 어깨 통증이나, 복통, 그리고 임신 증상처럼 졸음이 쏟아지거나 입덧같은 증상. 다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모르셨어요, 보호자분? 




"하아..." 


땀으로 셔츠가 흥건히 젖은 석율이, 담당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을 마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쏴아, 하고 물이 흐르는 소리에 그나마 정신이 좀 차려진 듯한 그가 힘겹게 얼굴을 쓸어 올렸다. 자꾸 잠을 자는 것도, 언젠가 치킨이 먹고 싶다던 것도, 어깨가 무겁다고 하던 생각도, 오늘 아침의 복통까지도. 석율이 모를리 없었다. 그래와 자신은, 'Share' 중이었으니까. 아니, 그것이 아니라 해도, 알았어야 했다. 바로 이 병원, 지율을 찾아왔던 그래를 보던 날, 일상에 지친 자신만큼이나 버거운 표정으로 석율을 마주하던 그래였다. 게다가 밀쳐진 어깨에 인상을 찌푸리던 것까지. 석율은 모른 척 했을 뿐, 모르지 않았다. 



- 좀 더 빨리 발견했으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수술도 아니었어요. 환자분의 경우, 복강 출혈이 있어서. 회복도 오래 걸릴거구요. 


왜. 저만 힘든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버거움은 모두 제 몫이라고만 여겼을까. 각인. 그에 있어서 알파와 오메가 중, 더 힘들어지는 쪽이 있다면 단연 오메가, 그래의 쪽이었을것이다. 히트 사이클의 주기도 일정해지지 않고, 몸의 변화도 생기는 쪽은 분명 그래였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hare'의 이후에도 저만 생각했던 석율이었다. 알량한 자존심이었다. 알파인데 을이 된 것 같다는. 그래서, 뭐든 그래는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디 힘든 곳은 없어요? 어깨는, 왜 아픈거에요. 한번만 물었어도 이렇게까지는.., 각인 이후, 한번만 물었어도 조금은 자각했을 일들. 그 아릿한 죄책감에, 석율은 수술 이후 혼자 누워 있는 그래의 곁에도 한동안, 다가서지 못했다. 



- 사실 이런 경우는, 임신이 아니라 질병 같은건데.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유산이라고, 태아를 잃었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있어요. 보호자분이 잘 다독여주세요. 


석율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병실엔, 아직도 한껏 찌푸린 표정을 한, 아픈 그래의 모습이 보였다. 적막이 감도는 그의 곁에, 발소리조차 숨긴 석율이 의자를 끌어 당겨 앉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번도 놓치 못했던 손인데, 모든 것을 알아버린 지금은 왜 이렇게 잡기가 힘이 든건지. 석율은 몇 번 그래의 손에 제 손을 올려 놓으려다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 미안, 해요...." 


차마, 머릿칼 한번도 다정히 쓸어주지 못한 석율이 겨우 내뱉은 한마디였다. 지쳐 잠들어버린 그래에게는 닿지 못할 생각, 마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은 말이었다. 석율이, 제 각인이 새겨져 있을 그래의 왼쪽 가슴에 시선을 두었다.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당신 안에, 다 나를 두고서도. 내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모른 척, 하고 싶었나봐요. 내가 가진 무게가 너무 커서. 당신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어. 상처 주고, 날 두렵다고 여겨도, 다 상관없었어. 



"나는..," 

정말 형편 없는, 알파였나봐요. 자조섞인, 씁쓸한 조소를 흘리는 석율의 눈에서, 툭, 기어이 눈물 한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지이잉- 


".... 여보세요" 
-어, 그래야 왜 전화했..., 누구세요? 
".. 장그래 씨, 친구 분 되십니까?" 
-네. 우리 그래, 무슨 일 있어요? 전화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그래는, 어디 있어요? 그래 괜찮아요? 


다급하게 쏟아지는 백기의 질문을 들으며, 석율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정신없이 챙겨온 핸드폰이 다행이도 제 기능을 다해주고 있는 것도 한시름이 놓였다. 다행이에요. 와 주실 분이, 계셔서. 그래는 여전히, 옅은 숨소리만을 내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후, 목소리를 가다듬은 석율이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한국 오메가 종합병원. 134호에요. 좀,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 지금 좀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율아. 
소나무가 힘이 없어서 사과를 온전하게 지킬 수 없을 땐, 사과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많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오빠 이제, 어떻게 해야 해. 



꼿꼿함을 잃은 소나무는, 슬퍼 보였다. 























율♥래야 미안, 

죄송합니다 ㅠ

저도 힘이듭니다.

얘넨 왜 이러는걸까요 ㅠㅠㅠ 





부족한 필력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1) 댓글 ↘ 과 

2) 트위터/shp_joy

3) 에슼폼/shp_joy 


를 애용(?) 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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