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사랑해요'
'사랑해요'
동시에, 전해진 서로의 생각에, 두 사람이 한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한 채 천천히, 입술이 떨어졌다.
"사랑해, 장그래"
"사랑해요, 한석율 씨"
마음이 확인되는 순간, 서로에게는 오직, 서로의 향만이 가득했다. 그래가 아직, 석율의 목에 감긴 제 팔을, 풀지 않은 채였다.
한국 오메가 종합병원 134호. 또 하나의 숲이 이뤄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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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hp
"어디.. 다녀왔어요?"
"어제.., 아버지한테요"
살짝 닫아 놓은 병실의 문 틈새로 복도에서 새어 나오는 빛 한줄기가 그래와 두사람만을 예쁘게 비추는 그 곳. 석율이 그래와 함께 병실 한켠에 자리한 쇼파에 나란히 앉았다. 침대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다던 그래를 조심히 일으켜 부축하고, 링겔 라인이 꼬이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 뒤를 따라주는 석율의 행동 어느 것 하나에도 다정하지 않은 것이 없어, 그래는 한 걸음 한 걸음 몽글한 울컥함이 피어 오르는 것을 애써 삼켜야만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예쁜 입맞춤 후, 석율은 그래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그래는 자연스레 석율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버지께 하소연 했어요. 못난 아들, 이 마음 이제 어떡하냐고. 너무 과분한 사람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옅게 웃은 석율이 따스한 눈빛에 그래를 담았다. 그래 역시 마음께가 넘쳐 흐르도록 행복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저도 잘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심 서운했고 원망 또한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뻔히 들리는 생각, 뻔히 느껴지는 감정들 속에서 거짓을 듣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었다. 저와의 계약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일랑 없었을까 하는 죄책감을 키우게 되기도 했었다. 갑자기 'Share' 마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벌을 받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라 아이도 쉐어도 모두 제 곁을 떠나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와 줬잖아요. 나는 그거면 됐어요"
얼마나 뛰어 왔는지 숨을 헉헉대던 석율의 모습이 또렷하게 들어온 순간, 그래는 인정해야 했다. 이 사람이었구나, 내가 기다린건. 이 사람이었구나, 나를 채울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이 사람이어야만 했구나. 라고. 석율을 보는 순간 불안함일랑 한 톨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었고, 'Share'가 되지 않는 것도 걱정 밖의 일이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자꾸 울컥하는 마음에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그래가 꼭꼭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내뱉은 말에 석율이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쪼옥, 가볍게 그래의 입술에 닿았다.
"미안. 혹시라도 나 때문에 몸이 더 안 좋아질까봐 그랬어요"
아. 설마 싶었는데 정말 그것이 이유였구나. 백기에게는 부러 상관없는 척 했어도 그래의 두리번대던 눈동자는 석율을 찾았었고 억지로라도 읽어내려 애쓰던 생각의 끝에는 석율이 있었다. 오메가는 원래 위기의 상황에서 제 알파를 찾는다는 본능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고, 서로를 향한 감정이라 해도 수긍해야 했다. 제 머리맡을 지켜주지 못한 이유가 분명 있겠지. 그래는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헌데, 그 모든 이유마저 저를 위한 것이었다니. 대체 이 바보같은 남자를 어떡해야 해. 그래는 다급한 듯 얼른 운을 떼었다. 바보. 한석율씨 바보에요.
"네?"
"석율씨가 나한테, 그럴리가 없잖아요"
내 알파인데. 장그래의 알파인데. 석율에게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열심히 설명을 이어가는 그래의 입술 끝에는 확신이 있었다. 당신 뿐이에요, 내 머리를 맑게 하는건. 당신 뿐이었어요, 페로몬 때문에 힘겹지 않은건. 그 믿을 수 없을만큼 고마운 말들에 안그래도 큰 석율의 눈이 점점 커졌다. 정말이에요? 하는 물음에는 행복이 있었다. 동그란 정수리가 긍정을 표하며 끄덕, 하고 두어번 아래 위로 흔들리는 순간, 석율은 그래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 품 안 가득 그래를 안았다. 품 안가득 풍겨오는 사과 향이 아찔하리만큼 달았다. 얇은 환자복 안으로 두근대는 그래의 심장소리도, 석율의 단단한 어깨도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아니, 사랑이었다.
"그러니 이제, 멀어지지 말아요. 나 두고 가지마"
품에 안긴 그래가 석율의 옷깃을 꼬옥, 쥐었다. 문득, 석율은 그래와 처음 마주친 그 날을 떠올렸다. 당돌한 오메가. 그에 반해 깊게 퍼져 오는 달큰한 사과향을 잊지 못했었다. 그래, 그 날부터였으리라. 말도 안되는 계약을 하겠다 나섰던 가장 큰 이유는 어마어마한 액수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를 안던 그 날에, 각인은 비단 그의 가슴에만 새겨진 것이 아니었다. 석율의 마음에도 그래가 함께 새겨졌었다. 당돌한 오메가는 진솔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스러웠다. 지금처럼.
"절대로"
석율이 입꼬리가 다 올라가도록 환하게 웃었고, 그래가 그를 올려다 보았다. 다시 한 번 맞물린 입술은, 그 어느때보다도 싱그럽고 달았다.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두 사람의 페로몬이 서로를 물들였다. 그 밤은, 그렇게 전부였다.
*
"... 석율씨...?"
"아, 깼어요? 좀 더 자지"
"어디 가요?"
아, 지율이 병실에 잠깐. 회사 일도 마무리 해야 하구요. 하는 석율의 눈빛이 참 따스했다. 밤새 그래의 곁을 지키던 석율이었다. 그래가 이따금씩 설핏 잠에서 깨어보면 제 한쪽 손을 꼬옥 붙들고 엎드린 채 잠이 들어있던 석율이 있었다. 불편하고 허리 아플텐데 라는 걱정이 앞서 쇼파에서라도 편히 자라 말하고 싶은 생각은, 달빛에 어린 석율의 옆모습에 숨이 막히도록 두근 대는 마음을 진정 시키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기척이 느껴지면 다시 살짝 깨어서 저의 이불을 재차 고쳐 덮어주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날만큼 행복했다. 결국 동이 틀 무렵에야 어설프게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블라인드로도 가려지지 않은 햇살이 눈부셔 깨어보니 석율이 옷 매무새를 고치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꼭, 그날 같네. 각인이 있던 다음 날에 있었던 비슷한 상황에 저도 모르게 든 생각이었는데, 거울을 보던 석율이 멈칫하더니 그래의 곁에 다가와 앉았다.
"아니야"
"...네?"
"같지 않아요"
아. 생각을 들켰을 거란 걸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가 피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멋쩍은 듯 웃자, 석율이 그래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입술에 쪽, 하고 버드키스를 했다. 같지 않지? 생각으로 전한 석율이 웃자, 그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그 날과 같지 않았다. 한석율의 두 눈에는 장그래가 가득했고, 장그래의 두 눈에도 한석율만이 있었다. 애써 마음을 숨기고, 오해로 가득했던 그 날 아침과 오늘이 같을 수 없었다.
"주말인데 회사 가요? 신입 너무 부려먹는다, 그 회사"
"큭.., 별 수 없잖아요. 어제 누구 때문에 막 달려 오느라 제대로 정리 좀 해놓고 와야해요"
"늦어요?"
"아니. 금방 와요"
아침 먹고, 좀 쉬고 있어요. 하는 석율의 어투는 영락 없이 장그래의 보호자 같았다. '잘 다녀와요' 그래가 부러 생각으로 전하자, 그렇잖아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던 석율이 다가와 그래를 꼬옥 안아주었다. 'Share'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왜이리도 감사한지. 버겁다 여기던 이전과는 달랐다. 그래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석율은 그렇게 그래를 품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소나무와 사과는, 오늘 하루도 그렇게 빛나며 시작하고 있었다.
*
"지율아"
"어? 그래 오빠!"
석율이 회사로 향한 뒤, 그래는 조금 망설이다 지율의 병실로 향했다. 환자복인 모습으로 나타나도 괜찮으려나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율이의 예쁜 웃음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동했다. 역시나 홀로 병실을 지키며 책을 읽고 있던 지율이는, 그래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또다시 예쁘게 웃어주었다. 율이 오빠가 오빠 입원 했다고 말해줬어요. 다행히 회사에 가기 전, 지율의 병실에 들른다던 석율이 대충 그래가 몸이 안좋아 입원을 했노라고 말해 준 모양이었다. 제 병실을 나서기 전 챙겨 왔던 오렌지 쥬스 두 병을 주머니에서 꺼내 살랑살랑 흔들어보이던 그래가, 지율을 향해 예쁘게 웃었다.
"오늘 날씨 따뜻한데, 밖으로 산책 갈까 지율아?"
제 링겔 병을 지율이 휠체어 위에 걸던 그래는 지율이가 휠체어를 탈 수 있도록 조심히 그 곁에서 휠체어를 단단히 잡고 기다려주자 지율이 환하게 웃으며 그 위에 앉았다. 산책 정말 오랜만이에요, 하고 웃는 지율이 얼굴에 생기가 가득했다. 그래 역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가실까요 공주님? 그래가 힘차게 휠체어를 밀었다.
"아, 좋다-"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 벤치에, 사이좋게 쥬스 병 하나씩을 들고 나란히 앉은 그래와 지율이가 봄을 만끽했다. 금방이라도 뛰어 놀 수 있을것만 같은데, 이렇게나 밝은데. 방법이 좀 잘못되긴 했었지만, 그래가 그 날 병원비를 계산했던 건, 석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지율의 예쁜 미소가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의 정이 누구보다 끈끈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속에 섞인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다. 석율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지율이의 밝음이었음을 모르지 않았기에, 오빠를 향한 소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한석율 씨 동생, 예쁘네요'
그렇게 전했던 진심은 상처로 되돌아 왔었다. 하지만 지율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을 억지로 지워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렇게 무심결에 들어버린 생각에 그래는 또 다시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을 즈음...,
'고마워요. 내 사람도, 예쁩니다'
하는 생각이 전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 같은 마음에 그래의 귀끝이 꽃잎보다도 훨씬 더 붉게 물들었다. 그래 오빠?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잘대며 신나게 떠들던 지율이가 갑자기 붉어지는 그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래는 두근대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아니야, 지율아. 방금 뭐랬지? 라며 부러 헛기침을 하는 그래였지만, 이미 한껏 붉어져 타오른 얼굴은 이후에도 쉬이 진정될 수 없었다. 내 사람. 들릴 듯 말듯 조용히 읊조려보는 그 세 음절이, 사과를 물들였다.
*
"지율아, 이거 덮어"
"아, 저 괜찮은데"
"좀 나아졌는데, 이제와 감기 걸리면 안돼, 공주님"
혹시 몰라서 챙겨 온 담요를 지율이의 어깨 위에 둘러 꼼꼼히 여며주던 그래는 참 자상했다. 누가 본다면 친오빠 아니냐 물을 정도로, 지율이의 앞에선 차가운 장그래 작곡가는 없는 말이었다. 이런 모습을 백기가 본다면 또 뜨악하겠지. 안 봐도 알 것 같은 그의 리액션이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그럼 오빠는요- 오빠도 감기 걸리면 안되는데..."
허나, 누가 뭐라한들 어떠하랴. 이 예쁜 소녀의 미소를 보고서는 누구도 절대 차가워질 수 없을거라고 그래는 확신했다. 걱정스런 지율이의 눈빛에 그래가 작게 도리질을 했다. 사실 좀 한기가 돌긴 했지만, 곧 들어가기로 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부러 더 괜찮다며 말하는데,
"그럼. 그래 오빠도 감기 걸리면 안되지. 그치, 지율아?"
하는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과 함께, 그래의 어깨위로 소나무 향이 가득 베인 자켓이 덮였다. 아, 석율씨. 다가온 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그래를 가볍게 일으킨 석율이, 자켓의 단추를 꼼꼼히 채워 주었다. 그래 씨도 아직 환자잖아요. 하는 석율의 미소가 너무도 포근해 꽃샘추위도 다 잊혀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지율이의 얼굴에도 발그레한 꽃잎이 채워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들어가자"
지율이의 휠체어를 석율이 밀었고, 그 곁에 그래가 예쁘게 발을 맞춰 걸었다. 둘이 너무 친하던데? 오빠 질투나게. 하는 석율의 말에 지율이가 응. 오빠보다 그래 오빠 좋아. 라며 장난스레 응수했고 들었죠? 하는 그래의 통통 튀는 말투에 석율이 결국 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병실로 향하는 길이었지만, 세 사람의 길은 그 어느때보다도 향긋한 꽃길이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순간의 행복에 석율과 그래, 그리고 지율이 있었다.
*
"오늘은, 지율이 곁에 있어줘요"
"지율이 곁에는 어머니 계세요"
"오빠가 있어주는 걸 원하는 거, 알잖아요. 난 괜찮아요"
어차피 오늘밤만 지나면 퇴원이기는 했다. 하지만 석율의 마음은 끝까지 편할 수 없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던 그래의 말도 예전처럼 믿기지는 않았다. 귀찮다며 백기가 찾아오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미국에 계시다던 부모님께도 끝내 전화하지 않는 그래를 보면서, 그의 마음 속에도 뿌리깊게 자리한 외로움이 있음을 석율은 알아챌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외로움을 드러내보이지 않으려 이 곳 저 곳에 혼자가 익숙하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일상이었다는 걸, 어젯밤 그래의 눈물이 증명해주지 않았던가.
그럼, 잠드는 것만 보고 갈게요. 기어이 어제처럼 그래의 머리 맡에 자리를 잡은 석율을 보던 그래가 희미하게 웃었다. 가슴께가 또 불을 지핀듯 피어올랐다. 분명, 제 사과향도 짙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석율의 소나무향도 짙어지고 있었으니까. 사랑이구나, 이건. 난생 처음, 누군가의 보호가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래는 주사 바늘이 꽂혀 있지 않은 손으로, 그래의 이불을 정리해주는 석율의 손에 깍지를 껴 잡았다. 그 행동에 다시 멈칫한 석율이 이내 웃으면서 그래의 머릿칼을 쓸어내리자 그래가 기분이 좋은 듯 솔솔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사랑해"
더 이상 생각에만 그치지 않는 한마디가 석율의 듣기 좋은 목소리오 함께 흘러 나왔다. 으음.., 잠이 들어가면서 뒤척이는 그래의 입술에 짧게 키스를 한 석율이, 한참을 들여다보다 병실을 나서려는데,
'나도 사랑해'
정확하게 또박또박, 마치 소리 내 말하듯 꼭꼭 씹어 전달한 생각에 석율이 그래를 바라보면서 크게 미소를 지었다. 문 쪽을 등지고 누워 눈을 감은 그래의 얼굴에도 완연한 미소가 피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Share' 중이었던 그들이 '사랑'을 말하기 시작했다.
*
"엄마,"
".. 응?"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의도한 일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 특히 그래가 잠든 밤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잠이 드신 어머니를 깨운 석율이 조심스레 대화를 청하자, 그런 석율을 잠시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조용히 카디건 하나를 챙겨 일어나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석율이었다.
"죄송해요. 미리 말씀 못 드려서"
덤덤하게 석율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어떨 때는 놀라 잠시 눈이 커지시다가, 어떨 때는 수긍하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곧 제 앞에 자리한 아들을 한 가득 눈에 담으시곤 했다. 절로 고개가 숙여져버린 아들의 손을 조용히 잡으신 어머니는 마치 아이를 얼르듯 그렇게 석율의 손드을 토닥이셨다. 괜찮아. 엄마가 기다린다고 했잖아.
"엄마.."
"네 결심은, 확고한거지?"
"네. 그럼요"
그럼 됐어. 석율만큼이나 덤덤한 어머니 말에, 석율의 눈빛이 흔들렸다. 결국, 또 어쩔 수 없는 상처를 드린 것만 같아 죄송스러웠다. 제가 너무 안일했어요. 죄송해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말하는 석율에게 어머니는 작게 고개를 내저으시며 아니라 하셨다.
"비뚤어진 조각은, 잘 맞춰 돌려 놓으면 돼, 아들"
어머니의 말 속에는 세월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순간 석율은 그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곧 깨달아졌다. 아버지. 바다처럼 넓게 크라던, 바다를 닮은 아버지의 모습이 그러했다는 것을. 늦었다. 비어버린 종이컵을 들고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석율이 하아,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어머니에게서, 절대 그럴리 없을 바다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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