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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단편

[석율그래] Your Scent

하늘령(@gksmffud05)님의 키워드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좋은 아이디어 감사드립니다.

BGM을 넣고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잘 되지 않네요.

테이-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 클릭해서 들어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 흐으음


- 아이, 뭐하는 겁니까.


- 장그래 샴푸 뭐 써?


- 예?


- 장그래 머리에서 되게 좋은 냄새 나. 샴푸 뭐 쓰는거야?




포근한 바람결에 밀려오던 샴푸 냄새가 좋았다. 그 거리를 스쳐 지나는 사람은 비단 너와 나 말고도 수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왜 유독 너의 샴푸 냄새만이 내 코 끝을 자극했을까. 장난처럼 너의 동그란 정수리에 대고 내 코를 부빌때면 흐잇, 하며 작은 숨을 참아내는 것이 귀여웠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너의 귀 끝이 나의 두 눈에 담겼다. 그런 모습이 좋아 부러 더 큰 동작으로 너를 놀릴라치면, 떨어지세요. 덥습니다. 하며 정색하던 너의 모습이, 그 여름날의 햇살처럼 그렇게 일렁였다.




Your Scent

written by shp









- 여보세요? 장그래 뭐해?


- 걸레질 합니다. 주말이잖아요.


- 에이, 장그래. 나 어디냐고는 안 물어 봐?


- 안 궁금한데요. .... 알았습니다. 한석율씨는요?


- 나? 나 마트왔지이. 장그래, 장그래가 쓰는 샴푸 상품명이 뭐랬지?


- 또 샴푸 얘기에요? 덴** 이라니까요.


- 아.. 아! 찾았다. 흐음, 장그래 냄새다. 와, 장그래! 나 지금 장그래 향 맡고 있어.


- 변태같습니다


- 장그래, 그렇게 정색할꺼야?


- 끊습니다


- 응? 장그래, 장그래, 잠깐만!





네 샴푸가 어떤 것인지 나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종국에는 그 상품명을 외우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네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한마디가 좋아서. 너의 목소리가 좋아서. 나는 묻고, 또 물었다. 덤덤한듯, 높낮이는 거의 없지만, 자꾸 까먹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도 살짝 떨리는 너의 목소리. 너의 향이 나는 샴푸가 진열된 그 앞에서, 내가 보였던 웃음은 과연 너의 향기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너를 향한 것이었을까.



나는 네 향이 너무 좋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집에 너를 꽁꽁 가둬 두고 나의 모든 공간이 너의 향으로 채워질 때까지 내보내고 싶지 않을만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나는 대신 네가 쓰던 샴푸를 샀다. 하루에 두 번 머리를 감았다. 쉬는 날에는 세 번도 감았다. 내 몸에서 진동하는 너의 향이 너무도 좋았다. 사랑스러웠다. 마치 너를 내 품에 안은 것만 같았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이 순간에도 꼭 함께 하는 것만 같았다.  







- 장그래, 장그래.


- 한 번만 불러도 들립니다. 


- 나, 나 맡아봐.


- 예에?


- 나, 나 샴푸 바꿨어. 장그래랑 똑같은 향 나. 그치, 그치?


- 아이이, 떨어지십쇼. 덥습니다.





내가 다가가면 반 발자국 멀어지던 너였지만 단지 그것은 익숙하지 않아서였을 뿐, 혹여 내가 그런 너의 행동에 상처라도 받았을까 바로 내 표정을 살피던 너의 떨림 가득한 눈망울을 좋아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체향이 섞여드는 그 공기 중에도, 또렷하게 너의 향만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우리의 향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 지금 뭐, 라고 하셨.., 여보세요?


- S 병원입니다. 장그래 씨 아시죠? 지금..,


- 그러니까 장그래가 왜 거기에 있냐구요!


- 교통사고요. 빨리 오세요, 보호자분! 가족 연락처 아는 것 있으시면 연락하시구요.





있으면 안 될 그곳에, 네가 누워 있었다. 있으면 안 될 그 곳에, 너의 향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 그래야, 일어나. 응? 장그래, 이거 좀 재미없다. 장그래, 나 이런건 별로 안 좋아해. 앞으로 장난 안칠게. 네가 싫다는 일 안할게. 장그래. 제발. 뭐라고 내뱉는지도 모르면서 마구 소리만 지르는 내 목소리에도 너는 미동이 없었다. 차마 손을 뻗을 수 없어 늘 바라만 보았던 너의 그 여린 어깨를, 세차게 흔들어보아도 너의 감은 눈은 내게로 향하지 않았다. 인형처럼 누워 있던 네가, 마치 처음부터 그리 누워있었던것만 같은 착각을 애써 지워주는 것은 단 하나였다. 네 머릿결에 스며든 너의 향-.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너의 샴푸 냄새. 네가 남기고 간 것은 그것, 하나였다.







- 어머니~ 저 왔어요오~


- 글쎄 여기 네 집 아니라는데 왜 자꾸 와. 얼른 너희 집 가라, 석율아


- 으음.., 어머니. 그러지 말고 저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오


- 안 돼. ... 그러지 말고, 이제 그만 우리 그래 잊어. 너 이러고 있는거, 그 놈도 하늘에서 좋아하지 않을거다. 그냥 네 갈 길 가. 너 살 길 살아.


- 어머니...


- ... 왜.


- 흐윽.., 제가 어떻게 잊어요. 저까지 잊으면 어떡해요. 저.. 못 잊어요. 안 잊을래요.




네가 그렇게 떠나고, 나는 거의 내가 살던 곳에 가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이상할 노릇이었다. 네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도 네가 나의 공간에 머물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저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없이 어두운 암흑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가 계신 그 곳에는, 아직도 너의 공간이 그렇게 그대로였다. 가끔 내가 술에 취해, 네가 올랐을 그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네가 몇번이고 열고 닫았을 그 삐걱거리는 문을 열며 비틀비틀 들어서면, 어머님은 말없이 너의 공간을 내어 주고는 하셨지만.., 나는 차마 그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자꾸만 옅어져 가는 네 향기를, 내 체향으로 덮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네 방문을 조금 열어두고, 문 틈새를 비집고 흐르는 네 향을 맡으며 발끝과 나뭇바닥이 움직일때마다 소리가 나는 그 좁은 마루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누웠다. 그리하면 어김없이, 꿈에 네가 나를 찾아와주었다.




- 우읍..,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져 버리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을 땐, 욕실로 달려갔다. 난 자리가 그대로 보이는, 어머니와 너의 것이 함께 꽂혀있었을 칫솔 통에 덩그러니 남겨진 하나의 칫솔. 네가 가끔 청소합니다, 할때마다 전화기 너머로 물 소리가 들리던 세면대- 그리고.., 주인을 잃어버린, 반도 더 남은 샴푸 용기. 모든 것이, 장그래- 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의 존재를, 그 작은 한칸의 욕실은 기억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욕실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엉엉 울어버리면, 뭘 울고 그럽니까. 퉁명스레 말하는 네 목소리가 항상 또렷하게 들렸다. 네 향기가 가득한 그 곳엔, 네가 있었다. 그래야. 장그래. 그래야.., 




- 으구, 이 놈아. 여기서 왜 이러고 자고 있어. 얘, 석율아.


- 어머니이...


- 그래. 알아. 그래.



붉게 충혈 되어 잘 떠지지도 않던 눈에 밤새 환영인듯 아닌듯 어른거리던 너는 깨끗하게 사라지고 없는 아침,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욕실의 한 구석. 나를 흔들어 깨운건, 네가 너무도 많이 닮았던, 너의- 그리고 이제는 나의- 어머니셨다. 자식을 잃은 그 슬픔이야 어디에도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꾸만 아이처럼 구는 내게, 단 한번의 슬픈 기색 없이 내 등을 어루만져 주시는 그 투박한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나는 또 그렇게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겼다. 나의 한 팔 안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어머니의 굽은 어깨는, 그렇게 안심이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 어머니.


- 왜. 왜 자꾸 불러.


- 흐윽.., 어머니.


- ... 왜.


- 어머니한테서.., 그 향이 나요.


- 뭐..?



그 향이 나요. 그래의 향이요. 그런데 두근거리지가, 않아요. 그 때처럼, 설레지가 않아요. 분명 그 향인데. 그래에게서 나던, 그래서 제가 한동안 너무도 갖고 싶어했던 그 향인데. 장그래를 꼭 닮은 향이었는데. 왜, 왜일까요 어머니. 목구멍에 답답한 슬픔이 가득 차올라, 마치 솜으로 모든걸 틀어막아버린 것처럼 그렇게,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내가 좋아했던 건..., 





- 어머니, 저...


- 집에 가려고..?


- .... 예...


- 그래. 잘 가라. 이제 오지마 석율아. 이만하면 됐다. 우리 그래도 보내주자 이제.


- ...네. 저, 어머니...


- 응


- 건강..., 하세요, 어머니.


- 자식 앞세운 에미가 건강해서야 되나. 몸 챙기는 건 젊은 네가 해야지.  


-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도망치듯 너의 집을 빠져 나왔다. 의아한 눈빛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을 모르지 않았기에 더욱 뒤돌아 볼 수 없었다.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자꾸 흘러나오는 짜디짠 눈물맛을 애써 거둘수도 없었다. 사람의 온기가 없어 한기가 가득한 집에 다다르고 나서야 모든 상황이 차분히 정리 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던 일이었지만, 누가 보면 각본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나는 빠르고, 냉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이 반쯤 차오르기 시작하는 욕조에 낮게 앉아 너를 닮은, 아니 내게 장그래, 그 자체였던 향기가 가득한 그 삼푸 용기의 뚜껑을 열어 콸콸 쏟아 부었다. 물을 타고 올라오는 거품이 꼭 구름 같아서, 구름에 둥둥 떠올라 있는 기분에 미친듯한 웃음이 났다. 욕조며 욕실이며, 거실까지. 온 집안이 그렇게 네 향기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이었다. 그러니 하나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장그래, 나 이제야..., 





"윽..,"



찰나의 고통은 있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뻤다. 한석율입니다, 라고 너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누던 그 때의 첫 설레임과도 같았다. 뭉게구름같던 거품은 이미 그 형체를 일그러트려 붉은 색으로 나를 삼켜버리고 있었고 자꾸 감기는 눈을 뜨일줄을 몰랐지만, 익숙해지고도 남은 너의 향기, 장그래의 향기만은 또렷하게 남아 내 곁에 아리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장그래, 미안해. 나 이제야 알았어...,








한석율 씨,

.... 장그래?

이러면, 어떡해요. 이러지 말랬잖아.

후후... 장그래다. 정말 장그래네..

.....

장그래. 그래야...

.....

미안해. 나 이제야 알았어...,

.... 뭐를요. 대체 뭐를...,





난 네 향기가 좋았던게 아니었어, 그래야.

.... 한석율 씨..



나는, 나는 그래야.

이리로 오지 말아요! 오지 말아요! 한석율 씨.




네가 좋은거였어. 그래야. 너를 사랑하는 거였어, 장그래.


흐윽.., 오지, 말라니까.





사랑해 장그래.








이제 너의 향기는, 우리의 향기가 되어-

절대로 서로에게서 지워지지 않겠지.






사랑해, 장그래.

내가 사랑한 것은, 언제나 너였어.





그러니 이제는...,





" 장그래 씨? "

" 네? "

" 반가워요. 한석율이라고 합니다 "




먼 길을 돌아 우리...,





" 장그래입니다 "



다시 서로의 향을 찾아 함께, 취해 버리길.

사랑, 

내게 있어 언제나 당신의 향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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