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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단편

[석율그래] Come, Inside

※ 세라님(@to_seRa) & 한가인님(@hangahan_) 썰 기반입니다

※ 오메가버스이지만 원하시는 그 장면은 없습니다

※ 쉐어, 곧 옵니다. 그 전까지 가볍게 읽어주세요^^










- 장그래, 그러니까 나는..,

- 한석율 씨. 나는 오메가에요

- 아, 미치겠네. 오메가인게 대체 어쨌다는거야. 그게 아니라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한석율이 장그래를, 사람 대 사람으로 좋아한다니까?

- 지금 그 감정이, 알파라서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 당연하지! 두고 봐. 내가 너 오메가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 내가 보여줄테니까.

- 큭.., 하하, 크하하하

- 자, 장그래. 우, 웃냐. 그래야, 그러니까 우리 사귀는거지? 응?


그와 나의 시작은, 그가 내게 이렇게나 전투적인 의지를, 두 주먹 불끈 쥐고 내 보이는 것으로 이루어졌더랬다.






Come, Inside

written by shp






" 퇴근 안해? "

" 응? 아.., 가, 가야죠.. 가요... "



서랍의 첫번째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모조리 뒤집어 엎을 기세로 뒤져 보았지만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있을리가 만무했다. 오메가라는 걸 굳이 숨겨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굳이 밝혀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기에, 회사에서는 억제제를 복용해 본 일 조차 없었으니까. 




아침에 늦잠을 잤고, 그래서 지각을 겨우 면하는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탓에, 아침마다 챙겼어야 하는 억제제의 복용 여부는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섯시 오십분. 늘상 그렇듯이 여섯시 땡 치면 야근이 아닌 이상 늘 15층에 찾아오는 한석율의 모습을 기다리던 나는, 뭉근하게 올라오는 미열을 느끼고서야 아차 싶었다. 내가 억제제를, 복용했었나? 마치 영상을 그리듯 아침의 일들을 되짚어 보았지만 늘상 있어야 할 기억이, 새하얀 알약 하나가 내 입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 퇴근 안해?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오는 그의 향이 훨씬 짙게 코 끝을 자극하던 그 순간. 확신했다. 히트, 시작됐구나.





" 우리 뭐 먹을까? 나 배고파. 너무 배고파서 모니터를 보는데 글자가 막 음식으ㄹ.., 장그래? "

" 하아, 하, 한석율 씨 "

" 장그래?! 장그래, 왜그래. 응? 장그래. 어디 아파? "



이 사람 알파 맞아? 바보 아냐? 다급하게 갓길에 세워진 차의 진동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그의 당황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자꾸 어이없는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갔다. 당신이 좋아한다는 사람이, 아니 오메가 장그래가, 지금 엄청난 양의 페로몬을 쏟아내고 있을텐데 어째서 느끼지 못하는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땀과 열로 범벅된 내 파리한 안색만을 살피며 이리저리 나를 흔들던 불현듯 무언가 느꼈는지 그제야 멈칫 하는 것이 감은 두 눈 사이로 여실히 닿아왔다.



" 자, 장그래. 너.., "

" 하아, 알, 알파 맞아요? 흐으, 왜, 왜 몰라.. "

" 그, 그래야. 어, 어, 어떡해? 응? 어, 어떻게 해 줄까? 응? "

" 후우, 흐, 이, 일단. 지, 집으로 좀.., "

" 집? 집에? 응. 알, 알았어. 쪼, 쫌만 참아. 응? 쫌만! "



20년 넘게 알파로 살아왔지만 오메가를 만나 본 적도, 오메가에 반응해 본 일도 극히 드물다더니. 그 말은 아마 진짜였지 싶었다. 억제제 없이, 오롯이 히트 사이클을 맞이한 오메가가 알파인 당신 앞에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고양이 앞에 놓여진 생선이나 다를바가 없는데. 간신히 실눈을 떠 바라본 그는 식은땀인지 뭔지, 이마를 흥건히 적실만큼의 땀을 흘리면서도 앞만 보고 운전하는 모습에 이 와중에도 자꾸 새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누가 보면, 당신한테 히트 온 줄 알겠다.






" 그래야, 다 왔어. 내릴 수 있어? "

" 하으.., 나 좀. 잡아 줘요 "

" 어? 어.., 내가.., 아니 일단. 어. 어 그래. "



그 사이 내 몸은 더 달아올라 화롯불에 던져진 감자만큼이나 뜨거워졌다. 도저히 혼자서는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부축을 해달랬더니 평소 서스럼없이 덥썩덥썩 잡아오던 손길이 한참이나 조심스러워진다. 내 팔을 단단히 붙들고, 그 손가락에 내 손가락들이 얽혀지는 것을 보면서, 왜 나는 그렇게 안심이 되었던 걸까. 오메가라는 것을 알고난 뒤의 첫 발현 이후, 나 역시 처음으로 히트 사이클이 두렵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후으.. 저기, 좀 앉혀 줘요... "

" 어머니 안 계셔?! 오늘 어디 가셨어? "

" 하아, 이모 댁에 가신다고.. 후.., 내가 어제 그랬.., "

" 아, 아 그랬지. 어.., 저기.., "

" 한석율 씨 "

" 어? 어! 나 여기있어, 그래야 "



그냥 나를 안아요. 사실 집 까지 오는 내내 수천번 입 밖으로 내어 놓고 싶었던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그냥 나를 안아요. 당신도 참을 수 없잖아, 라고.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 없이 내뿜는 그의 페로몬은 점점 나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고, 거기에 진득한 땀냄새가, 그의 향수가, 또 그의 체향이 겹쳐 얼마나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던지. 안전벨트를 푸르고 그에게 먼저 입을 맞추고 싶었던 것을 억지로 억누르느라 딱 돌아버리고 싶었던 것은, 비단 나만의 감정이 아니었음을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마루를 서성이는 그를 보면서 나는 애써 침착하게 물 한잔을 부탁했다. 허둥지둥 찰랑이는 물잔이 그의 손에서 내 손으로, 또 그 한컵이 내 목을 타고 온전하게 흘러 들어가면서부터는 한계에 다다름을 느꼈다. 그 페로몬 좀, 어떻게 해봐요 하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머릿속에서 뱅뱅 맴도는 말일 뿐, 가빠지는 호흡은 내게 많은 시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 그래야, 그럼 나ㄴ.., 읍..! "



퍼즐 조각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듯이, 벌이 꽃을 찾아 따라가듯이 그렇게 이끌려, 서툴게나마 맞물려진 입술이 타액을 따라 섞이기 시작했다. 호르몬의 영향이 아니라면 절대 없을, 내가 먼저 시작한 키스에 잠시 당황하는 듯 보이던 그도 내 뒷머리를 잡고, 목을 감싸는 그 모든 행동에 참지 못할 뜨거움이 서려 있었다. 내 의지였는지, 호르몬의 장난이었는지 내 팔은 어느새 한석율의 목덜미에 깊게 얽혀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그를 담으려는 의지는 한치의 빈틈도 없이 우리 둘의 몸을 밀착 시켰다. 



아직,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일. 각인, 혹은 본딩. 아니 그보다 전에, 연인이라면 응당 있었어야 할 결합. 그런 것이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터. 그런 나를 눈치 챈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고 다급하게 탐하지도 않았다. 알파의 욕망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히트 사이클이 올 것 같아 억제제의 강도가 센 것을 복용하는 날이면, 알아서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했던,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사랑하는, 내가 안기고픈 알파가 맞았다. 아니, 나의 연인, 한석율이 맞았다. 그러니까.., 이대로라면, 괜찮을 것도 같..,





" 하아, 하. 나, 나가 있을게! 나가 있을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불, 불러. 알았지? "

" 한서..ㄱ.. "



쾅-! 


내 부름은 듣지도 못한 채 신발을 구겨 신고 현관을 뛰쳐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도대체 나는 왜, 사랑스러워 보인것일까. 엄마 젖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허망한 기분에 벙 쪄있던 것도 잠시, 그의 행동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았기에 환하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숨기지 않았다. 후우, 우리 둘의 가뿐 숨이 나누어진 그 자리에는, 그와 나의 체향이 섞여 나의 온 몸을 휘감아 오기에 충분했고, 그것은 나에게 묘한 안도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 그래야. 괜찮아? 야, 약국에 다녀올까? "

" 약은, 있어요. 하나 먹긴 했는데.., 이미 좀.., 후우.. "

" 많이, 많이 힘들어? 그.. 병원에... "

" 큭.., 하아. 히트 왔다고 병원 가는 오메가가 어디 있어요. 그보다 진짜 안들어올거에요? "

" 어? 응. 나 안들어가. 내가 그랬잖아. 내가 너 오메가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 보여 줄 거라고 "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나 나올법한 대화가 오갔다. 그 철문 사이로도 솔솔 피어 오르는 그의 향에,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도 모르고 그는 한 발자국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큭.., 바보 아냐, 이 알파. 어머니가 아시면 그 걸걸한 말투로 줘도 못먹은 이상한 놈이라며 혀를 끌끌 차실 것이 분명한 일이었다. 그 역시, 지금의 나만큼이나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자명한데도 오로지 장그래 걱정 하나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모습이라니.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보호를 받은 적이 있었나 싶어 새삼, 히트 사이클과는 별개로 느껴지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따뜻함이 치고 올라와 울컥,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진짜로, 증명 하네요 한석율씨는.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웅얼댄 나의 한마디에는 분명, 벅찬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끼익 - 



" 한석율 씨 "

" 헉. 왜, 왜. 그냥 문 닫고 말해도 돼. 어디 아파? 어디 안좋아? "

" 이 손 좀 치워 봐요. 나 기운 없어 "

" 안돼. 안돼. 다른 날은 다 되도 오늘은 안돼, 그래야 "


이 철문 하나가 무슨 생명줄이라도 되는 냥, 꼬옥 막아 서서 절대 틈을 내어 주지 않는 그가, 사실 나는 너무 귀엽기만 했다. 한석율 알파 씨, 이거 엄연히 반칙이에요, 알죠? 이런 식의 유혹이 어디있어. 불퉁한 마음을 담아 나도 대뜸, 한 마디를 건넸다.





" 얼굴, 보고 싶은데. 안 보여줄거에요? "

" 장그래.. "



그리고, 열려라 참깨보다 훨씬 더 강력했던 이 마법의 한 마디는, 스르르 문 너머의 그를 내게 보여주었다. 얼마나 참아댔던건지 꼭 쥐어진 주먹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쉴새 없이 흘려 내렸을 땀 때문에, 얼굴 빛 마저 파리해진 그의 모습에, 나는 내가 그렇게나 말했던 확신,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심스레 맞잡은 그의 손을 있는 힘껏 안으로 끌어 당겼다. 



" 그래야..! 자, 잠깐만. 잠깐만 이 손 좀 놔 "

" 정말 안 들어올거에요? "

" 너, 지금 나 들어가면..! "



부러 모른 척 웃어버리는 내 표정을 보고, 그가 짐짓 단호한 얼굴이 되었다. 너, 지금 나 들어가면, 장그래. 겨우 문 턱 하나를 넘는 것이 무슨, 큰 산이라도 된 것마냥 고민하는 그의 얼굴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 한석율 씨. 사랑해요 "



수줍은 나의 고백은, 열에 달떠 원하는 만큼 전해지지 않았겠지만, 다시 한번 깊게 맞닿아 나의 혀와 조우하는 그의 달콤함을 맛 보고 있자니,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치열을 훑고,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농밀한 입맞춤에 벌써부터 단단해지는 아래가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달가웠다. 녹아 내릴 듯 자꾸만 힘이 풀리는 나를, 그의 두 팔이 견고하게 받쳤다. 잠시 떨어진 입술에 촉, 하고 젖은 소리가 울리고 그만큼이나 젖은 서로의 눈동자에 오로지 서로만이 담기는 밤이었다. 





" 그래야, 나 정말로.., "

" 쉿 "


더 말하지 말라는 제스쳐와 함께 도리질을 했다. 당신 마음은, 그만큼이면 넘쳐 흐를 정도로 충분해요.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알파, 오메가 그런건 없어요. 많은 말이 삼켜졌겠지만, 다시 이어진 뜨거운 키스에 수 많은 단어가 얽히고 섥혀 전해지고 있었으니 이제는 두려울 것도 없었다. 이윽고, 붕 떠올라 그에게 내가 안겨진 채로 그가 성큼, 큰 한 발을 내딛었다.



" 그래야, 사랑해 "


듣고 싶은 고백이 흘러 나왔으니 나는 만족감에 웃음을 띄웠다.




" 들어와요, 내게로 "





나의 히트 사이클은, 지금부터.




Come, Insid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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