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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단편

[석율그래] 우리는 제대로 찍어 나온 사진이 없다

- 세라(@betterthan_swan)님 썰 기반 - 7년째 연애중 율래 이야기 입니다

- 제목은 역사의 그 현장에서 따왔습니다 (아시죠?^^)

- 늘 그렇듯이, 썰이 훨씬 더 훌륭합니다 ♥







 





[(하품) 나 사우나 다녀왔어 자기야 ♥ 석율씨 8:50AM]

[영이랑 백기랑 점심 챙겨 먹어. 다녀올게 석율씨 11:50AM]

[쓸데 없는 생각 말고. 나도 가기 싫다 석율씨 11:51AM]

 



나갈 채비를 하던 그래가 아침부터 내내 확인 하지 못했던 문자를 체크하며 물끄러미 휴대폰 액정을 바라 보았다. 저에게서 보내진 답장은 줄도 없었지만, 마치 모든 대답을 들었다는 듯한 석율의 문자에 괜시리 헛웃음이 피식 샜다. 쓸데 없는 생각은 무슨. 속으로 말을 삼키던 그래가 다시 서류를 챙기고 가방을 고쳐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 대리. 원인터 가는거지? “

. , 점심은 신경쓰지 마시고 먼저 하세요

그럼. 너는 한석율이가 있는데. . 애인 본다고 표정 핀다? ”

 



부러 놀리는 투의 대리, 아니 이제는 과장님이 되신 동식의 말투에 그래가 짐짓 무표정으로 저의 매무새를 만졌다. 한석율 없습니다, 오늘.

 



? 외근 나갔어? 나갔다가도 온다면 들어오던 녀석이 왠일이야? “

아뇨. 소개팅 나갔습니다

? , 무슨 ? “

다녀옵니다, 부장님! “

 



어안이 벙벙한 동식을 뒤로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 나간 그래를 보며 저마다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랬냐? 소개팅이라고 맞죠? . 근데 저렇게 태평해? 글쎄요오.



 

 



우리는 제대로 찍어 나온 사진이 없다

w. shp

 








불안해요? “

뭐가요, 이번 건이요? 글쎄, 보완은 해야겠지만 진행에 무리 없잖아요. 왜요? “

아니…, 프로젝트 말고요. 한석율씨요

아아 – “

 



대답 대신 국밥 국물 숟가락을 호록 입에 넣는 그래를 보던 백기와 영이가 조심스레 눈빛을 부딪혔다. 나름 신경쓰일까봐 고르고 고른 타이밍에 조심스레 물어본건데. , 여기 국밥 그리웠어요. 하는 그래의 모습에 할말을 잃은 둘은 먹는것도 잊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사귄 기간이 7년이 넘어간다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애인이 소개팅을 나갔다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일인가.

 



드세요? “

아니, 그래씨 – “

어쩔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리고 아저씨는 여자분한테 에프터 받습니다

? , 왜요? “

저니까 한석율 만나주는거죠. 그거 모르신 아니죠? “

 



어쩜. 7년의 세월이 지나긴 했나보다. 말수 없고 숫기 없던 장그래가 얼굴 표정 하나 변하고 저런 뻔뻔한 말을 건넬 줄이야. 그래의 농담 아닌 농담에 그제야 표정이 풀어진 영이와 백기가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영이

? “

거래처. 사장 , 이름이 뭐라구요? “

 



물론 바로 목에 , 하고 걸릴 했지만.

 



 

***




 

 

이소윤, 이소윤이라… “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라지 사이즈로 테이크 아웃을 했지만 택시 안에서 한참 동안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그래는 더워도 너무 더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흔한 이름인거야, 찾기도 어렵게. 로그인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SNS, 그것도 남의 계정을 뒤져 찾아 내려니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택시 안의 체감 온도는 40도가 넘는것 같았다. 찾았다. 하마터면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말에 기사님을 보며 흠칫 놀라던 그래는 재빠르게 액정에 나타난 여자의 프로필 사진을 터치했다. 그리고는 , 안도감이랄지 무엇이라 해야 할지 모를 미소를 머금은 그래가 희미하게나마 웃고 있었다. 완전 성형빨이네. 한석율 스타일은 아니지. .

 

 




- 좋아해

 



얘기를 먼저 것이 석율이었던가, 그래였던가.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시작이란 했었다, 그것도 무려 7 전에. 그래의 계약이 만료되고 그가 이상 네트워크에 합류를 하고. 석율이 입사 년차를 착실히 쌓아 원인터에서 어느새 대리 3년차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담백하게 시작한 한석율과 장그래는 때론 뜨거웠고, 때론 달달했으며 때론 묵묵하고도 견고했다. 사람이 워낙 단단한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는 탓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 역시 그리 차갑지만은 않았다. 그래가 먼저 대리를 달고 뒤이어 석율이 대리를 달았던 즈음, 집에서 쫓겨나거나 호적에서 파이거나 하나를 각오하고 털어 놓은 둘의 관계에 석율의 부모님과 그래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식사 자리를 만들어 서로 인사를 나누셨다. 그저 아이들, 자신들이 살아있는 동안은 세상으로부터 함께 보호막이 되어주자 하시며.

 



백기와 영이에게 털어 놓았을 , 뭐랬더라. , 그걸 새삼스레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 말하느냐 했었지. 차장님, 그러니까 현재 이상 네트워크 오상식 부장님께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씀 드리게 되었을 어땠더라. , 석율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무릎 꿇고 앉아 주시는 술을 받아 먹느라 결국엔 그래가 훨씬 힘들었었다.

 



사람이 집을 합치게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사실 때에도 이미 4년이 넘은 오래된 연인이라 딱히 석율에게서, 장그래 들어와 살래? 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었다. 그저 야근이 잦았던 그래가 석율의 집에서 자고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어머니가 호통하신 것이 가장 이유였다. 석율아, 그냥 데리고 가라. 하시는 말씀은 물론 진심이 아닌것을 알았지만 그래는 이기는 짐을 옮겼다. 어머니의 눈빛에서 따스한 허락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그래는 믿었다.




 

***




 

하지만 모든 세상의 잣대가 같을 수는 없는 . 석율이 원인터 섬유팀에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고 그의 뛰어난 외모와 실력이 자꾸만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어져 갔다. 시시때때로 들어오는 자리는 고사한다 치더라도, 계약이나 거래를 빙자해 이루어지는 만남 주선은 석율 역시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 역시도 그런 제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만든 작은 회사와 대기업이 주는 차이는 그런 것에서도 어마어마 밖에.

 

 



그래야아, “

, 왔어요? 피곤하지? “

. 아우, 죽겠다아. 으응, 자기야아

.., 다른 여자랑 시간 보내고 와서 집에 있는 애인한테 이렇게 안기는 . 반칙 아니에요? “

장그래에… “

크큭.., 얼른 씻어요. 와인 사다 놨어요

 



그래의 품을 어렵사리 빠져나와  아쉬운 터덜터덜 욕실로 향하던 석율의 눈이 크게 반짝였다. 정말? 그의 귀여운 반문에 그래가 웃으며 냉장고를 열었다. 화이트 와인에 어울린다는, 한석율이 좋아하는 치즈도 함께.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야 달가울리 없는 제안이 분명했다. 그런 자리에 나가야 같아. 하던 석율의 무거운 마음을 헤아려 수도 없을만큼 그래는 처음으로 그에게 싫은 내색을 마구 내비쳤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업계에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절차. 게다가 괜한 소문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큼 팀에 피해가 가는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말이지 원치 않는 자리에서 꾸역꾸역 밥까지 먹은 석율의 된통 체한 모습을 보고 나라도 편하게 해줘야지 싶은 그래였다. , 그렇다 해도 연인이니까. 몰래 소개팅녀의 SNS 정도는 체크 해보는 센스를 지켜주면서 말이다.

 

 



으음.., 그래서? “

별다른, , 변동 사항 없으, , 그대로.., 아으.., 석율씨이.., “

. 계속 . , 점심은, 먹었, ? “

, 흐읏, 피곤, 하다면서어. 으응, 그마안… “

 



오늘 하루 보냈어? 하는 간단한 질문의 끝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 화이트 와인의 달콤함과 장그래의 붉은 입술, 그리고 적당히 노곤한 석율의 비누냄새 가득한 체향까지. 더군다나 그것이 침대 위라면 응당 이런 전개가 마땅한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평일이었다. 진득히 입술을 물어 빠르게 혀를 섞어내는 그의 움직임을, 언제인지도 모르게 셔츠의 안쪽에 자리한 석율의 손을 요리조리 피해 보지만 이미 7년간 한석율 맞춤형이 되어버린 장그래의 몸은 버젓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내일 일찍 가야 한다면서요

우리가 언제, 늦게 출근했던가? “

그래도 오늘은 안돼…, 이번 주에 잡힌 미팅만 벌써 .., “

자기야. 진짜. 오늘 내가 내내 자기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면서

 



번에 허락을 내리는 법이 없는 그래를 향한 한석율의 특단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래. 나도 안한다, 안해. 잔뜩 뾰루퉁한 입술로 그래의 위에서 풀썩 떨어져 나가려는 석율을 바라보던 그래가 작게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어째 7년을 사귀어도 이렇게 아이같은지. 현장 카리스마 한석율은 침대에선 그의 모습을 홀연히 감추곤 했다. 누가 보아도 삐졌소. 하며 베개를 모로 베고 누운 석율을 잠시 바라보던 그래가 , 하고 실소를 뱉었다. 그리고,

 




“ !!…, 장그래? “

대신, 번만이에요. 한번만 . 이런것 없어, “

아휴, 우리 그래. 왜이렇게 이쁘냐. 당연하지. 그럼, 올라온 김에 자기가..? “

 


그래의 아래에 여유롭게 자리를 잡은 석율에게 몸을 내려 깊은 키스를 하는 그래였다.



7. 가끔은 물이 흐르는 방향도 바뀔 법한 세월이었다.




 

***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 석율씨 5:30PM]

[아니, 닭갈비 말고 석율씨 5:31PM]

[스테이크. 소고기석율씨 5:31PM]

 



열심히, 닭갈비 라는 단어를 톡톡 만들어내던 그래가 연이어 도착한 문자에 쓰던 것을 모조리 지웠다. 내가 닭갈비 먹으러 가자 알았나보네. 아쉽지만 오늘은 석율이 원하는 대로 스테이크에 따라 주기로 하던 그래는 , 그래요- 라는 짧은 답장을 보낸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맛있었지? “

 



여름 밤의 공원은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더웠다. 슬몃 땀이 날라치면 어디선가 미미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공기를 그래와 석율은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여름이면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공원 산책을 즐겼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메뉴로 배를 든든히 채운 석율의 얼굴에 웃음이 완연했다. 누가 사람을 삼십대 중반이라 믿을까. 그래는 웃었다.

 



하여간 소고기 엄청 좋아해

없었어? “

없을리가. 그냥, 같은 값이면 – “

에헤이 장그래, 무드 없어

새삼스레 또요

 



처음 스테이크 집으로 그래를 데려갔을 한껏 분위기에 취해 열심히 그래에게 말을 건네던 석율에게 그래가 건넨 첫마디는, 정말 이만큼만 주고 값을 받는답니까. 였다. 무조건 것을 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풍요롭지는 않았던 삶에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아마도 몸에 깊게 배인 습관과도 같았다. 그만큼이나 달랐던 사람이, 7년의 세월 속에서 박자를 맞추어 걷고 손을 맞잡아 생각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 석율은 마트에서 가격을 따지기 시작했고, 그래는 두번쯤 석율이 좋아하는 와인을 스스로 준비했다.

 



 

***




 

 

있는데

뭔데요? “

? “

내밀어봐

 



의심 없이 잡고 있던 손의 반대쪽 손을 건넨 그래의 네번째 손가락에 주머니를 뒤적이던 석율이 무언가를 꺼내 조심스레 끼워 주었다. 심플한 화이트 골드에 작은 반짝임이 수를 놓은, 그래, 커플링이었다.

 

 



너무 이벤트가 없나? 사실 아까 레스토랑에서 끼워줄까 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무릎이라도 꿇을까? 아니면 옷이라도 갖춰입고 다시 줄까? 본인도 어색한지 자꾸만 주절주절 늘어놓는 석율에 반해 그래는 반지가 끼워진 순간부터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래야? 오랜 침묵에 석율이 이상함을 느끼고 그래와 시선을 맞추자 저도 모르는 눈물이 . 그래에게서 흘렀다. 자기, 울어?

 



울기는요

우는데? “

이런 받아 적이 없어서 놀라서 그래

자기야아…, “

 



덤덤한 마디가 마음에 쓰여서 그래를 꼬옥 품에 안은 석율은 조금 따스하게 그를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 상황이 웃긴건지, 머쓱했는지. 아니면 이런 진지함이 너무 오랜만이라서인지. 거의 동시에 둘에게서 터져 나온 푸스스 바람 새는 웃음이 사이를 휘감았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 마음. 둘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언젠가는 해야지 마음먹었었던 증표. 처음에는 어른들께 인정 받으면 줘야지. 했던게 조금 자리 잡으면 정식으로 프로포즈 해야지. 했었고, 그러다 보니 어영부영 그래가 석율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사실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무언가 끼워져야 하는 아닐것만 같아서. 그래도 하나쯤 필요하려나 싶다가도 그런게 필요 있을까 싶은 마음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받으니까 좋네요

. 예쁘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서로의 눈빛에 서로만이 가득한 순간. 사람은 다시 같은 생각을 나누었다. 손가락에 꼬옥 끼워진 반지 만큼이나 서로의 마음에 꼬옥 들어찬 나의 반쪽. 사실, 서로의 삶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깊게 스며든 지금 모습만큼 확실한 증표는 없었다.

 






우리 사진 찍을까? “

셀카? 찍는것 알면서

 



그래도. 날이 날이니 만큼.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석율을 보고 그래가 몸을 기울였고, 석율이 그의 어깨를 예쁘게 감싸 쥐었다. 에이. 웃긴 표정 하지마아-. . 웃는거 너무 어색해요. 한참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던 석율이 결국 사진 그래의 표정에 하하하, 크게 웃었다.

 




우리 진짜 제대로 찍어서 나온 사진이 없다, 자기야

그러네. .., 그게 좋은거지

 



결국 업로드 버튼을 누른 석율이 다시 그래의 손을 고쳐 잡는다. , 그게 좋은 거지. 네가 억지로 웃거나 억지로 반듯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지금이. 가장 좋다, 그래야.

 

 









7 , 아니 70 후까지 우리, 이렇게.

 

 

 

 












우리는 제대로 찍어 나온 사진이 없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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