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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Share with me

[석율그래] Share With Me - 외전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재구성* 
*현실성이 1도 없을 수 있음 주의* 





















" 응. 아니야, 괜찮아. 그나저나 너 힘들어서 어쩌냐. 응. 나중에 보자. 응. 조심하고 "

" 그래ㅇ.., "


샤워 후에 수건으로 머리를 툭툭 털며 나오던 석율이 무심결에 그래를 부르려다 그가 통화를 하는 소리에 멈칫. 대신 통화를 끝내고 다 마신 물컵을 치우려는 그래의 작은 어깨를 살며시 끌어 안았다. 아, 다 씻었어요? 그 부드러운 인기척에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던 그래가 석율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개었다. 


" 백기가 많이 힘든가봐요. 이번 주말에 같이 못 가겠다고 그러네 "

" 쌍둥이는 많이 힘들다 그러더라, 뱃속부터 "


같이 못 간다고 하니까 서운해? 가볍게 코를 톡 치며 장난스레 물어오는 석율의 질문에 그래가 피식 웃으며 도리질을 쳤다. 내가 앤가, 서운하게. 그러자 그래의 몸을 돌려 그를 마주 앉은 석율이 그래의 이마에 깊게 입술을 묻었다.


" 서운한 거 맞는 것 같았는데. 와이파이도 꺼져 버렸는걸 "


푸흡. 달콤한 목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농담 섞인 그 말에 그래가 결국 소리를 내어 웃어버리자, 석율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입술을 탐했다. 아침 먹어야죠. 으음.., 내 사과의 달콤함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울창한 숲 길에서 피어난, 그들의 신혼 아침이었다.






Share with Me - 16 (完)


written by shp







.

.





- 그래, 줄래요?


소박하지만 견고했던 그 고백이 시작이었다. 식은 조촐하게 가족과 함께 치뤄졌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었다. 아들의 결혼 소식에 그 먼 미국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오셨던 그래의 부모님과 이제야 비로소 편안한 웃음을 지으시는 석율의 어머니, 분홍색 원피스가 너무도 예뻤던 지율이. 성준과 준식, 해준과 백기, 동식과 영이가 모인 그 곳에 예쁜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다내음으로 함께 해 주신 아버지까지. 석율과 그래의 아름다운 서약은 그렇게 모두의 축복 속에 이루어졌다.


새로운 시작을 한 것은 비단 두 사람뿐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역시 지율이. 약한 면역력의 문제가 아직 다 해결되지는 않았기에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은 조금 더 미뤄두어야 했지만, 지율이는 포기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늘 꿈꿔왔다던 음악 공부도 함께였다. 과외 선생님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지율이의 공부를 봐준다는 것을 핑계삼아 매 주말마다 어머니와 지율이를 찾았다. 그리고 고맙게도, 백기와 해준 또한 그 일에 동참을 해주었다. 재차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었지만, 어차피 서울 외곽으로 데이트를 나가는 것과 같다는 말에는 무어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백기와 해준은 아마도 그를 정말 특별한 데이트라고 여겼던 듯 했다. 왜냐하면..., 



- 이, 임신?

- 응. 것도-

- 컥. 싸, 쌍둥이라고?


몇 달 전, 답지 않게 수줍은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던 백기는 해준과 함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워낙 함께한 지 오래 된 두 사람이라 외려 지금껏 임신 소식이 없었던 것이 이상한 일이기는 했으나 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뱃속에 두 태아를 품고 있다던 백기의 모습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 머리만 좋고 하는 짓은 초딩이 따로 없는 - 백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해준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 앉은 백기는 아이를 품은 엄마의 모습이었고,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은 해준 역시 아빠가 될 준비를 시작한 어른 같았다.




.

.





" 나 오늘 병원 가요 "

" 같이 갈까? "


어쩐지 조금 창백해 보이는 얼굴을 한 그래가 예쁘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일 해야죠. 자꾸 그렇게 빠지면 안돼. 석율은 무어라 말을 하려던 것을 멈추고 대신 마주 앉은 그래의 손을 잡고 따스하게 눈을 맞췄다. 그 애잔한 눈빛이, 희미하게 전해져오는 그의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 그래는 부러 밝은 척을 했다. 내가, 아니 우리가 원하는 일이잖아요.


사실, 이런 방법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부부로 산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신혼생활을 즐기기에도 부족했고 서로의 음악을 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히트싸이클도 억제제도, 각인도 그 무엇도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추억같은 예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금, 두 사람은 행복했다. 원하면 사랑을 나누었고 그것이 히트싸이클일땐 조금 더, 아니 많이 뜨거웠을 뿐. 굳이 피임을 한다거나 혹은 임신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매 달마다 찾아오는 히트 싸이클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혹시나, 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그래의 예전 수술기록이 어쩌면 난임의 이유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석율은 괜찮을거라며 끊임없이 그래에게 안심을 시켜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혀지고야 마는 그래의 불안함은 지워내질 못했다.





- 병원에 다녀 볼래요

- 그래야, 아이는-

- 어차피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거잖아요. 좀 더 건강해지면 좋잖아.


아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던 석율의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미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전해진 석율의 생각 역시 그리 말하고 있었으니까. 너만으로 충분하다던 그 말 때문에 그래는 더욱 고집을 부렸다. 이런 사람의 아이를, 석율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 잘됐어. 나 혼자 살고 싶었거든. 각인 그런거 귀찮아. 싫어. 이건 혼자 살라는 신의 계시야. 모든 오메가가 알파랑 각인하고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라고 말하던 그래는 상상 할 수 없을만큼 달라져있었다. 사과는 소나무의 안에서 그렇게, 변해가는 중이었다. 'Share'란 그런 것이었으니.





*





" 후우 - "


병원 대기실 의자에 기대 앉은 그래의 작은 한숨이 기어코 흘러 나왔다. 벌써 세 번째.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약물을 투여받는 모든 과정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법도 하건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불안함과 초조함은 어째 시간이 갈 수록 더해만 갔다.


' 석율 씨... '


주문처럼 석율을 불러보던 그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또 안되네. 알게 모르게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탓인건지 요즘따라 자주 깜빡이는 'Share'가 못내 아쉬운 순간, 잠시 생각을 고르던 그래가 대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이윽고 흘러 나오는 노래와 함께 그래가 눈을 감아본다. 그 언젠가, 석율의 불안과 초조함을 덜어주기 위해 이 노래를 들었더랬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건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두 사람이라서인지 아득한 옛일과도 같은 그 추억에 그래의 마음이 점차 편해져갔다. 아마 석율 역시도, 이 지금 'Share'가 이루어졌다면 이 노래를 들려주었으리라. 사랑하고 보니 굳이 전해지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나 오늘도 잘 하고 올게요. 석율도 어느샌가 같은 노래를 흥얼대고 있었다.





*





" 떨리세요? "

" 아..., 네. 그럼요 "


푸근한 인상의 의사는 초음파를 간이 침대에 누운 그래를 보고 긴장하지 말라는 듯 웃어 주었지만 배 위에 두둑히 올려진 젤의 낯선 촉감 때문인지 그래는 자꾸만 긴장감에 몸이 굳었다. 같이 오자고 할 걸 그랬나. 혹시라도 불시에 이루어질 'Share'가 석율의 일에 방해가 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질 않고 오로지 곁에 그가 있었으면 싶었다. 다음번에는 같이 오자고 해야...,


" 어...? "

" ...! 왜요, 선생님? "





*





' 그래야, 검사 끝났어? '


하아. 역시나 전해지지 않았나보다. 서류가방을 쥔 석율의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딘지 모르게 묵직한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제 감정인지 그래의 감정인지 모를 초조함에 하루 종일 시계만 노려보던 석율은 결국 잔뜩 쌓인 일을 뒤로 하고 퇴근을 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갈 걸 그랬다는 후회 섞인 혼잣말만 되뇌이던 석율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를 빠져 나갔다.





" 그ㄹ.., 그래야! 왜 그래. 응? 왜 울어. 응? "

" 석율 씨..., "


스탠드만 켜놓은 침실에 옹크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손에 꼭 쥔 그래는 울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까만 눈동자가 도록도록 흘려 보내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에 소나무는 땅으로 점점 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야 왜. 응? 열심히 눈을 맞춰 어떻게든 그의 생각을 읽어보려던 석율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안들린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도. 그래의 생각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


" 안.., 안들려. 그래야. 나 읽히지가 않아. 말해줘. 응? 제발 "


마음은 불안함으로 요동 치고 있었지만 누르고 눌러 겨우 침착한 목소리를 쥐어 짜 낸 석율이 그래와 다시 한 번 눈을 맞췄다. 여전히 쉴새 없이 눈물 방울이 흐르는 그래의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내던 석율의 걱정을 읽은 그래가 조금씩 조금씩 미소를 보였다. 그 예쁜 입술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시 한 번 'Share'를 시도한 석율이었지만 이번에도 실패. 그 때, 마치 다 안다는 듯 대롱대롱 눈물을 매달고도 환하게 웃어보인 그래가 석율을 향해 말했다.





" 이제 안될거에요. 우리 'Share' "

" ... 뭐? "


각인으로 이루어진 사이. 그리고 시작됐던 'Share'는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와도 같았다. 그런데 이제 이루어지지 않을거라니. 석율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목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은데 그에 반해 그래의 표정은 너무도 편안했다. 아니, 오히려 웃고 있었다. 이제 안될거야. 다시 한 번 확인하듯 힘주어 말하는 그래에게 석율은 결국 다그칠 수 밖에 없었다. 왜, 왜 안되는데. 응?



" 내가, 다른 사람이랑 하거든요. 'Share' "

" ... 무슨..., 알아 듣게 설명 해 줘. 나 지금 미칠 것 같다 자기야. " 

" 석율 씨... "

" 응? 

...!! 그, 그래야. 너 설마...! "


대답 대신 석율을 한 번 더 부른 그래의 손 끝이 조용히 어딘가로 향했고 그를 본능적으로 쫓던 석율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지고야 말았다. 정말..., 진.., 진짜야? 감출 수 없는 석율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고 그래는 다시금 눈물 한 방울을 도록 떨어뜨리면서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데도, 자꾸 눈물이 나. 그래의 고백에 석율이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래를 와락 품에 안았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하던 석율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서렸다. 순간 놀라던 그래도 그의 품에 안겨 한참을 그렇게 달큰한 향으로 물들이며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답했다. 축하해요, 석율 씨. 당신, 아빠 된대요.





*





" 음..., 여기가 머리인가? "

" 큭. 아직 그런 건 안 보여요- "

" 아니야. 봐봐. 보여. 여기 머리 - "

" 하하하. 아니라니까아 "


작은 초음파 사진 하나를 가지고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하마터면 저녁도 거를 뻔 했다. 아직 사람의 형상이라기엔 너무도 작은 점이었지만 그래와 석율 두 사람에게는 세상 그 어느것보다 크게 보이는 점 하나에 자꾸만 웃고 또 웃었다. 두 사람의 침실이 소나무와 사과의 향긋함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짙게 물들여져갔다.



이 작은 생명이 길을 잃지 않고 제 엄마의 끈을 찾아 자리를 잘 잡아 주었다는 것만큼 두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은 없었다. 난임의 경우에서 드물다던 자연 임신. 게다가 이번에는 아무 어려움 없이 아기집도 고르고 예쁘게 자리 잡았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순간, 그래는 아직 느껴질리 없는 아이의 태동을 느낀 것만 같았다. 무어라 말로 형언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와 자신을 이어주는 무엇인가가 단단히 연결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자 요 근래에 이상하리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석율과의 'Share'가 이해 되었다. 이제 그래는 제 뱃속에 자리한, 석율과 함께 맺은 소중한 결실과 함께 열 달 동안의 가장 아름다운 'Share'를 해야 할 테니까.






" 고마워, 그래야 "

" 나 혼자 한 일 아니잖아요. 고마워요, 석율 씨 "

" 음, 그럼 우리가 이루어낸 가장 큰 'Share'인건가? "

" 아. 그렇네? "


석율에게 안겨서도 초음파 사진에 눈을 떼지 못하던 그래가 예뻐 몇 번이고 그의 볼에,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던 석율이 그래의 입술에 뜨겁게 자리했다. 벌어진 틈새로 촉촉하게 맞이한 달콤함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매력적인 향기를 더해주었다. 사과의 싱그럽고 달큰항 향기에, 오늘의 기쁨에 취해 평소보다도 더 깊은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는 작은 틈토 허락하지 않을만큼 가까웠다. 마치 한 몸인것처럼.


으음..., 결국 석율이 조금씩 나누어 주는 숨으로는 부족했던 그래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흐르자 석율이 아쉬운 듯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 아쉽지만, 당분간은 무리하면 안되니까 "


저도 모르게 귀엽게 삐쭉이던 그래가 석율의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곤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해요.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 그래의 진심에 석율이 그래의 배 위에 올려진 손에 제 손을 겹쳤다. 






" 사랑해, 장그래. 사랑한다, 우리 아가 "










아, 근데 태명은 뭘로 하죠?

태명? 벌써?

처음부터 불러주는 게 좋대. 그래야 익숙해져서 더 잘 알아듣는대요.

음, 글쎄? 뭐 생각 해 본 것 있어? 우리 그래 네이밍 센스 최고잖아.

크큭..., 음..., 아!

뭔데요, 말해 봐.

'마음'이 어때요?

음..., 마음? 

응. 석율 씨 성이랑 붙이면, 한 마음.

예쁘다.








우리의 마음은, 처음부터 하나였으니까.














Would you 
Share With Me?
 










Share With Me, 



Fin. 







































+)





우앗

안녕하세요-

마지막 16편이 올려진 날짜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6개월 전이더군요.

그간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어 S.W.M 외전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쉬이 쓸 수가 없었어요. 혹시라도 잊지 않고 기다려주신 분들 계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10월 22일 우리 '장그래의 생일'을 맞아 오늘을 넘기지 않으려 노력했으니 조금만 너그러이 봐주시면 안될까요^^;;;




모두 잘 지내고 계셨지요?

우리, 오늘만큼은 꼭 'Share'해요 ♥




















언제나처럼,


부족한 필력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1) 댓글 ↘ 과 

2) 트위터/shp_joy

3) 에슼폼/shp_joy 


를 애용(?) 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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