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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JOY

JOY - 01



[석율X그래] JOY - 1 

부제 - Knock, Knock 



Written by. shp 








*미래물 & 임신물 & 현실성 없음 주의* 

*배경 - 5년 후 (장그래 대리 & 한석율 대리)* 









그러니까 그 일은, 

기적, 이라고 밖에는. 











"하아음~" 

아. 요즘 정말 정신이 없네. 커피에 티스푼으로 열심히 설탕을 넣어 젓던 그래가 또 한번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하아아아음. 

"어어어어," 

그 반동에 그래가 몸이 뒤로 꺾일 뻔하자 2층에서 내려오던 석율이 놀라며 얼른 그래의 허리를 붙잡는다. 아, 일어났어요? 정작 본인은 느끼지도 못했는지 반쯤 감긴 눈으로 석율을 향해 아침인사를 건네는 그래다. 허, 그 모습이 하도 어이가 없이 웃으며 그래의 코를 톡, 친 석율이, 

"요즘 나 몰래 밤에 뭐 해? 왜 이렇게 잠이 쏟아져" 

하면서 그래가 타 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윽!! 


"칵, 으, 이거 뭐야, 자기야. 여기 뭐 넣은거야," 


완전 소금탕인 커피를 얼른 개수대에 버려 버리고 재빨리 입을 헹군 뒤 그래가 쥐고 있던 양념통을 보는데, 헉, 이거 설탕 아니고 소금이라고 써있잖아. 장대리님, 정신 차리세요- 석율의 말에 그제야 화들짝 놀라 그래가 허둥댄다. 


"헉, 미안.. 어떡해, 얼른 물 마시고 가서 양치하고 와요" 

"괜찮아. 그나마 내가 먼저 마셔봤으니 다행이지. 왜이래, 아침엔 누구보다 멀쩡하던 사람이" 

"그러게. 나 요즘 진짜 왜이러지? 하아음, 아, 서서도 잘 것 같아...." 


정말 서서도 졸 기세로 오뚝이처럼 흔들거리는 그래의 모습이 위태로워 석율이 얼른 그래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하루 쉴까? 월차 아직 안썼잖아. 걱정스런 맘에 말해보지만, 역시나 그래는 도리도리. 안돼에... 오늘 바이어 미팅 있어요. 







"진짜 괜찮아? 어디 아픈거 아냐? 병원 갈까?" 


그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석율이 아직도 병든 닭마냥 서있는 그래를 보면서 재차 묻는데, 그래는 못말린다는 낯빛을 하며 웃어보인다. 


"무슨 졸음 좀 온다고 병원을 가요... 오바야..." 

"졸음 좀 오는 정도가 아니니까 그렇지. 여기 오, ㅡ" 

ㅡ오는 그 몇 분 동안도 완전 잠들어버렸잖아 너. 라고 하려던 석율의 말이,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춤과 동시에 몇몇 사람들이 올라타는 바람에 삼켜졌다. 괜찮아요, 작게 입모양으로 말한 그래가 수고- 하더니 이내 도착한 15층에서 내린다. 유리문을 걸어 들어가는 모습마저 졸음이 가득한 것 같아 그의 뒷모습마저도 꼼꼼히 챙긴 석율의 표정이 영 찜찜하다. 

영업3팀에 야근이 있을만큼 업무량이 많은 시즌도 아니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 뿐인가. 너무 피곤해 하는 그래에게 차마 피로를 더 보탤 수 없어 며칠 째 사랑을 나누지도 못했다. 아무리 야근이 일상이 되어도 아침이면 반짝, 하며 저보다 몇 배는 쌩쌩히 버티던 그가 요 며칠 별다른 이유 없이도 저렇게 꼬박꼬박 졸기 일쑤인데. 영양분이 부족해 그런가. 오늘은 몸보신이라도 좀 시켜줘야지. 생각한 석율이 삼계탕 맛집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사무실에 들어선다. 





"대리님, 여기 말씀하신 자료...ㅡ, ... 대리님?" 

"어? 어어, 어, 고마워" 


성훈의 부름에 급하게 정신을 차린 그래가 그가 건넨 자료를 건네 받아 검토해 보는데 그 옆에 서 있던 성훈이 조심스레 묻는다. 


"어디 편찮으세요? 안색도 별로 안좋으신데..." 

"그래...? 계속 졸려서 그런가..." 

"커피 한 잔 타다 드릴까요?" 

"아... 그래주면 고맙지" 

"네" 


성훈이 웃으며 탕비실로 향하려 하자 회의를 마치고 막 팀에 들어오시던 김과장님이 어, 나도! 한다. 그 모습에 문득 미소가 지어진다. 예의 바르고 싹싹한 성훈이 제 부사수라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그래가 생각한다. 어느새 커피 세 잔을 타 온 성훈이 한 잔을 과장님께, 그리고 한 잔을 그래에게 건네는데.. 윽.., 그래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진다. 정수기 필터링 안했나. 왠 물 비린내가. 슥, 눈치를 보니 성훈이나 과장님은 별 말 없이 잘 드시는 것 같아 괜히 얘길 꺼내기가 뭐해져, 그래는 잠시 입에만 댄 커피를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둔다. 휴, 일 하자 일. 서류를 보면 잠이 깨겠지. 





"어? 과장님 안계시네...," 

"아, 한대리님. 안녕하세요. 과장님 지금 재무팀 가셨는데" 

"아-"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석율이 뭔가를 옆구리에 끼고 서 있다. 으구, 눈치 보여서 일부러 과장님 없는 틈 타서 와놓고는 저 능청은 하여간. 그래가 다 안다는 듯 웃어보이는데 그런 그래와 시선을 마주친 석율이 옆구리에 낀 박스를 뜯어 한 웅큼 성훈에게 쥐어준다. 레X나다. 


"비타민 충전하고 일 해, 성훈씨" 

"엇,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눈치빠른 성훈은 화장실 가는 척 자리를 비켜준다. 고맙다는 눈인사를 건네고 똑같이 한 웅큼 꺼내 김과장님 책상에 예쁘게 쌓아둔 석율이 그래에게 다가가 나머지 박스를 척, 안겨주며, 다 드세요 장대리님. 하곤 능글맞게 웃어보인다. 


"왠 거에요" 

"비타민 C. 피로회복에 특효라잖아. 우리 장대리님 나이 들어서 그런가봐. 이제 잘 챙겨먹여야지" 


제 의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놓여진 손을 쓰담쓰담 하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나 이제 꽃같이 예쁘다던 시절 지나갔다는 소리지? 싶어 밉지 않게 흘겨보면서, 


"나 한대리님보다 어리거든요?" 하니 그야 당연하지,의 표정으로 또- 

"그러니까. 어릴수록 더 잘 챙겨야지. 꼬옥, 숨겨두고 혼자 다 먹어! 응?" 


나 갈게, 점심 때 봐. 살짝 손키스까지 날린 석율이 유유히 영업3팀을 빠져나갔다. 정말 서른이 되버려서 이러는건가. 안겨진 노란 상자를 바라보던 그래가 그 안에서 하나를 꺼내어 입속에 털어넣는다. 어, 근데 입맛도 변하나. 신 거 잘 못먹었는데. 이건 괜찮나보네. 그래가 또 하나를 꺼내 톡, 털어넣는다. 






"그럼 저희 내부 회의 후에 최종적으로 수정 된 계약서로 다시 뵙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후우. 성훈과 바이어와의 미팅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온 그래가 빠른 손놀림으로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푼다. 이상하리만큼 집중할수도 없고 무엇보다 머리가 지끈거리기까지 했다. 그런 저를 보고 놀라 성훈이 얼른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는데 때마침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다. 

"아. 네 과장님. 지금 막 미팅 끝났습니다" 
-어, 수고했다 장대리. 수정 사항은? 
"메이져 부분은 저희 쪽 의견에 따라주기로 했고, 단가 책정만 좀 수정해야 될 거 같은데요" 
-그래. 조심히 들어와. 
"네 들어가서 보고 드릴게요" 


통화를 마치고 숨을 한 번 고른 그래가 성훈이 열어 놓은 차에 타려고 하는데, 휘청. 하며 몸이 비틀댔다. -대리님! 성훈이 운전석에 오르다 말고 얼른 부축하자 그래가 괜찮다며 그를 안심시킨다. 


"대리님, 병원으로 가시겠어요?" 

"아, 일단은 회사 들어갔다가..." 

"그럼, 한대리님께 연락이라도 할까요??" 


급한 맘에 성훈이 핸드폰에서 석율을 찾는데 그래가 조수석에 의자를 뒤로 좀 빼고 앉아 얼른 성훈의 손을 잡아 제지한다. -특히 한대리님한테는 하지 마. 그의 간절한 어조에 핸드폰을 다시 제 주머니에 넣은 성훈이, 네. 하며 차를 출발시킨다. 


차가 움직이는 걸 확인한 그래가 잠시 눈을 부치려는듯 눈을 감는다. 괜찮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 저도 적잖이 놀랐다. 건강한 체질은 아니라서 몇 번 쓰러지기도 하고 병치례도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이유를 모르겠던 적은 또 처음이다. 밥도 잘 먹고 잠도 평소보다 많이 잤으면 잤지 덜 자지 않았다. 왜이래..., 병원, 가봐야지 진짜. 







[자기야, 나 주차장에서 기다릴게요~] 


다행히 회사에 돌아오면서 맑은 공기를 좀 쐬고 나니 한결 머리가 맑아져 일찍 퇴근할 마음으로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중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아, 김과장님 아까 퇴근하신다고 했었나보다. 그 얘길 들었었나... 왠지 또 깜빡 졸았던 것 같긴 하다. 석율의 문자에 그래는 저장 버튼을 누른 뒤 퇴근할 준비를 한다. 자꾸 무리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이만 퇴근해야지. 생각한 그래가 성훈에게도 퇴근하라며 인사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다. 


익숙하게 B2버튼을 누르고 무의미하게 작아져가는 숫자들을 보고 있는데, 휘청. 또 아까처럼 몸이 비틀거린다. 어, 왜이러지. 나 폐소공포증 같은거 생겼나. 의심하는 순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몇 발자국 걸어 나가자 차에서 내려 제게 미소지어 보이는 석율의 모습이 보...,이는데 나... 왜 시야가 흐려지지..., 



"그래야!!!!!" 

그의 다급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새카매진 세상이 뒤집어졌다. 








"저기요, 저, 이 사람, 왜이러는겁니까. 어디 많이 안좋은거에요?" 


병원까지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의 혈압을 측정하고 호흡상태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피까지 뽑아간 간호사들이 이것저것 장비들을 가져와 검사를 함으로써 석율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도 모자라 잠시 후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까지 대동해 분주히 움직였다. 분명 그래에 관한 말을 하고 있는게 분명한데 아무도 제게 다가와 설명을 해주지 않아 답답해진 석율이 결국은 또다시 분주히 지나가는 간호사 하나를 붙잡고 묻는다. 왜이런거냐구요. 우리 그래. 


그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간호사가 다가와 어, 저, 선생님이 설명해주실거에요. 잠시만요. 하더니 급하게 데스크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손목에 바늘 하나가 버겁게 꽂힌 그래는 색색 숨을 내쉬며 힘겨워하는데. 석율은 또 한번 쿵- 한 마음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잠시 후, 아까의 그 간호사가 다가와 저어, 보호자분, 담당 선생님께서 좀 보자시는데요-. 


그 말에 또다시 쿵. 뭐가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 됐구나. 간단한 몇 마디의 설명으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말이려나.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어쩔 수 없이 떨려오는 목소리가 겨우 입밖으로 나온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하면서 따라 나서려는데, 



"......... 석율씨....." 


그제야 깨어난 그래가 저를 부른다. 나도 들을래....., 나 왜이런건지....... 








"저...선생님...." 

그래를 말릴 수 없던 석율이 겨우 그래를 부축해 진료실에 들어서자, '내과의' 라고 쓰여진 사람 이외에도 둘이나 또 다른 하얀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시선이 저와 그래에게 닿았다. -아, 깨어나셨네요. 라는 한마디와 함께 그래를 진료실의 안쪽으로 데려간 그들이 한참만에야 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서로 알 수 없는 눈빛을 교환하며 뭔가 차마 말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침묵이 계속 되는것이 아닌가. 참다 못해 석율이 그 중 한 명을 부르자,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의사가 저와 그래에게 묻는다. 

"실례지만... 두 분, 어떤... 사이시죠?" 


그 질문에 기운없는 그래의 표정도, 아차 싶은 석율의 표정도 함께 굳는다. 아, 미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이상해보였으려나. 남자 둘이서 누구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초조하게 손을 잡은 모습이.... 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은 석율이 또렷하게 말한다. 연인... 사이입니다. 그리고는 불안해 하는 그래의 손을 재차 고쳐 잡는데, 그런 석율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 같은 질문이 둘에게 쏟아져온다. 


"두 분 혹시.. 마지막 관계는...," 
"몸에 이상을 느끼신지는 얼마나...," 
"혹시 다른 수술 경험이나..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으신가요?" 


".....네...?" 


그런 걸 왜..., 뭐가 크게 잘못됐나요.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셋 중, 두번째에 자리한 의사가 모니터 화면을 그래와 석율에게 돌려 보여준다. 새카만 화면에 뭔가가 흔들리는것 같기도하고...,  


".... 이게, 뭔가요. 저, 어디.. 많이 안좋아요 선생님?" 


이번엔 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바들바들 떠는 그의 모습에 석율도 함께 긴장하자,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의사가 말해온다. 저희가 지금..., 의학적으로 설명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만..., 






"장..그래씨께서... 임신을.... 하신것 같습니다." 







ㅡ!! 

그제야 두 사람의 시선에 내과의, 라는 의사 옆에 앉은 두 사람의 가운에 수 놓아진 이름표가 보인다. 






'산부인과 윤 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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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외전+보너스가 있는 연재물입니다.
오메가버스 설정이 아닌 그저 '순수 임신물'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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