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생/JOY

JOY - 03

[석율X그래] JOY - 3 


부제 - 입덧, 그리고- 



Written by. shp 






*미래물 & 임신물 & 현실성 없음 주의* 
*배경 - 5년 후 (장그래 대리 & 한석율 대리)* 










그러니까 그 일은, 

기적, 이라고 밖에는. 









"우욱, 웁, 윽, 욱, 하아, 하," 


며칠 전부터 그래와 석율의 아침은 늘 화장실에서부터 시작 되고 있었다. 웩, 하고 토해내는 그래의 아픈 소리, 그리고 안타깝게 그를 바라보며 등을 두드리는 석율의 소리. 쏴아- 하고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본격적인 입덧이 시작되었다. 버거운 듯 잠시 숨을 고르는 그래에게, 석율이 미리 따뜻하게 끓여놓은 보리차 한잔을 건넨다. -생수에서 자꾸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래의 한마디 이후, 커피 끓이는 냄새만이 전부였던 그들의 집에, 구수한 보리차 향이 가득해졌다. 



"하아..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하지.. 우리 그래..." 



분명 조금전까지 변기통 붙잡고 씨름하던 것은 그래인데, 표정으로만 보면 석율이 더 아픈듯한 눈빛을 하고 있다. 그 절절한 안타까움에, 뭐라 해 줄 것이 없어 그래의 어깨를 살포시 끌어안는 것으로 대신하자 품 안의 그래가 희미하게나마 웃는것이 느껴진다. 그리고는, 


"이럴줄 알았으면, 그 날 삼계탕 다 먹고 오는건데" 하며 기운없는 와중에도 부러 장난스레 말해보인다. 










- 그러니까.. 날 지켜줘요. 나랑.. 아이랑.. 우리. 


온 몸의 수분을 눈물로 다 빼낼 기세로 엉엉 울어대던 두 사람의 울음소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잦아들었다. 제 품안에 안긴 그래의 호흡이 완전히 고르게 될 때까지 한참을 토닥이던 석율이, 울어서 벌개진 저의 눈가를 슥슥 닦으며, 갑자기 어이없는 듯 후, 하고 실소를 터트려본다. 그리고 그의 웃음에 그래 또한 하, 하며 숨을 내뱉어본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참으로 볼만한 광경이었겠다 싶다. 다 큰 남자 둘이서 길 한복판에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어대다 키스하고 또다시 엉엉 울어대는 모습이라니. 정신이 조금 들자 두 사람 다 약간의 창피함이 밀려오는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 눈물속에, 지키겠다는 의미가 있었으니까. 방법은 달랐지만 같은 마음이었다고, 그래는 확신했다. 자신은 석율과의 이 결실을, 그리고 석율은 그런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거라고. 



"나, 배고파요" 


아직 머쓱하게 선 두 사람의 거리는, 그래의 그 한마디로 인해 예전처럼 더 없이 좁혀졌다. -밥 먹으러 가자. 희미하게 웃어보인 석율이 그래를 차에 태웠고, 곧 그의 차는 병원을 뒤에 둔 채 돌아나갔다. 



이모, 여기 삼계탕 둘이요. 아, 비닐장갑 하나랑요. 석율의 주문에 뒤이어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삼계탕 두 그릇이 나란히 놓였다. 아직 젓가락 들 힘이 생기지 않았는지 가만히 있는 그래를 대신해 한손에는 비닐장갑, 한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열심히 닭을 분해(?) 하던 석율이 곧 그의 앞접시에 따끈한 죽과 잘 발라진 살코기를 떠 건넸다. 



"삼계탕 한 번 먹이기, 어렵다" 


그의 농담에, 그제야 그래가 또렷하게 석율과 시선을 맞춰본다. 아까까지 화내던 모습도, 지금 이런 모습도 사실 다 저를 위한 마음이었음을 모르지 않기에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빤히, 시선을 맞추자, 석율이 다 안다는 듯 웃어 보인다. -얼른 먹어. 오늘부터 넌 무조건 2인분. 



"많이 먹어. 닭이 고단백이라 태아한테도 좋대. 쑥쑥 키워야지. 주수보다 작다며" 


무심한듯 툭, 내뱉으며, 아, 대추는 안좋대. 꼼꼼히 대추는 걷어가는 그의 행동에 그래가 놀란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엄청난 의미였는지 이 사람은 알고 있는 건가 싶어 다시 그를 빤히 보는데, 뭘 자꾸 보냐며 머쓱한 시선을 보내는 그 따스함에 또 울컥, 할 뻔 했다. 혹시나 저만 좋은걸까봐, 저만 신경쓰는걸까봐 그때까지도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는데. 이런 마음이면서도 그 마음가는대로 손 내밀어주지 못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괜시리 미안해졌다. 잠깐이나마 미워하고 욕해서, 미안해요. 속으로 웅얼거리며 예쁘게 웃어보이고는, 



"자기도. 나랑 아이 지켜주려면, 무조건 2인분" 


하며 죽과 살코기를 싹싹하게 한 술 떠 넘기는 그래를 보던 석율이, 졌다-는 듯 하하, 소리내어 웃고는 저도 한 술 떠 입에 넣는다. 
-그래, 그러자. 하하, 식비 엄청 나가겠다. 








허나 그날의 삼계탕은 정말이지 양이 어마어마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다 못 끝내고 식당을 나섰더랬는데. 딱, 거기까지가 마지막 만찬이었을 줄이야. 마치 지켜주겠다는 마음을 먹은 아빠에게 제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뱃속의 아이는 그 때부터 요란스레 제가 여기 있다고 소리쳐대기 시작했었다. 정확히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 된 그래의 입덧은, 성훈이 타다 준 커피에서 나던 약간의 물비린내와는 차원이 달랐다. 게워내고 또 게워내다 더 이상 올려낼것이 없자 맑은색의 물마저 족족 뱉어내던 그래는, 급기야 양치를 하다가도 웩, 게워내고 돌아서다가도 웩. 정말이지 모든걸 토해내려는 사람 같았다. 


그렇지만 그래는, 기운이 쪽 빠져 석율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다니면서도 의무적으로 입에 무언갈 넣었다. 과일, 야채는 물론이거니와 죽이랑 밥, 그리고 석율이 열심히 끓여주는 보리차를 비롯한 각종 차들도, 또다시 게워낼지언정 먹고 또 먹었다. 그 뿐이랴. 비타민, 엽산, 철분제, 칼슘도 빼놓지 않았다. 대체 이 조그마한 머릿속에, 이 마음에, 무엇이 들었으면 저럴까. 힘들어하는 그래를 재차 안아주면서도 안타까웠던 석율이 -내가 대신 하고 싶어. 말하자, 그래가 풋, 웃어보이며 도리도리. 



"왜... 드라마 같은데 보면, 너무 사랑하면 아빠가 대신하기도 한다는데. 난 왜 아직 그대로야?" 

"모르는 소리 하지 마요. 석율씨라도 정신차리고 있어줘서 난 너무 고마운데. 나 안그래도 기운 없는데 자기까지 입덧한다고 난리면 진짜 큰일나" 


ㅡ그리고, 입덧하면 오히려 건강한 아이가 나온대요. 그래는 석율의 품에 좀 더 깊게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그건 또 어디서 나왔어. -기사에서요. 당연하단듯 말해보이는 그래를 보며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알아버린 제 작은 연인이 기특해, 석율이 그의 두 뺨을 잡아 입술에 쪽, 키스하려는데, 그래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린다. ㅡ야..양치 못해서 안돼요. 


그 모습마저 귀여워 피하려는 그래의 고개를 다시 돌려 안은 석율이, 망설임 없이 쪽. 그리고 살짝, 입술을 핥기까지. 그리고는 민망함에 토끼눈이 되어버린 그래에게 작게 속삭여준다. 



"안되긴 뭐가 안돼. 지금 너보다 향기로운 사람이 여기 또 어디 있다고" 



그의 말에 그래가 못말린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자, 석율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입술에 겹쳐오며 안으로 들어가기를 청한다. 












"흐음... 잘잤어?" 


한참 이른 새벽인데 옆이 허전했던 석율이 거실에 나오니 생강차 한 잔과 함께 비스킷을 오물오물 먹고 있는 그래가 보인다. 봄이라지만 아직 새벽에는 한기가 있어 걱정이 된 석율이 방에서 작은 담요를 꺼내 그의 어깨에 둘러주며 안아주자, 그래가 쉼없이 비스킷을 입에 넣으며 끄덕인다. 



"쿡, 다람쥐같아..." 



빵빵하게 부풀려진 볼이 정말 다람쥐같아서, 석율이 뒤에서 그래의 볼을 쿡 찔러본다. 그런 모습에 그래가 밉지 않게 흘기며, -공복에 더 올라올 수 있다고 해서. 오늘은 출근 해야 되잖아요. 한다. 



"... 괜찮을까?" 


순식간에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석율을 향해, 그래가 따스하게 미소지어보인다. ㅡ일단은, 



"아기한테, 부탁해보는 중. 엄마.., 아직은... 장대리로 좀 더 지내고 싶다고" 



석율의 마음이 잠시지만 쿵, 한다. 좀 더 지내고 싶다.는 말은 곧, 언젠가는 지낼 수 없을거라는 말. 그걸, 알고 있다는 말. 정말이지..., 요 작은 머리로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길래. 벌써 이렇게까지 결론이 나버린걸까. 석율이 그 날, 내렸던 그 결정의 수많은 이유 중에는, 그래의,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원인터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끝내, ㅡ회사는 어쩌지, 묻지 못했었다. 무엇을 이야기 하든 아픈 말이 될 것 같아서. 헌데 장그래는, 이 대단한 제 연인은, 또 저보다 성큼 앞서가버렸구나. 석율은 가만히, 그래의 아랫배에 손을 대본다. 
-아빠도..., 부탁할게 아가야.. 









"성훈씨, 연성실업에서 넘어온 자료, 프린트 좀-" 

"네 대리님, 여기요." 

"장대리, 그, 에어패드 포워딩 업체, 컨펌 됐나?" 

"어, 네 과장님. 4일 뒤라고 연락 왔었어요. 한 번 더 확인할까요?" 

"응? 아냐, 됐어. 날짜 확인." 



네. 어, 성훈씨, 이거 파일 깨진다, 하며 열심히 업무를 보던 그래의 손이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둔 보온병에 가 닿는다. 생강이랑 꿀을 넣어 석율이 달여준 차. 그리고 또 자연스레 손을 뻗어 서랍을 연다. 3주 전만 해도 초콜렛, 과자, 껌, 사탕 등이 그득그득 했던 그 자리가 맞나 싶게 예쁘게 정리 된 서랍이 눈에 띈다. 그 안에서 설탕 함유량이 거의 없다는 비스켓 하나를 꺼내 문 그래가, 잠시 이 서랍이 이렇게 되었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도대체 그 상자는 뭐에요?" 


하도 새벽같이 일어난 그래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이른 출근을 하던 석율과 그래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석율이 집에서부터 계속 보물처럼 가져온 그 상자가 궁금해 뭐냐고 묻자 석율이 조용히 그래의 귀에 -우리 아기 꺼, 하는 통에 -에에? 하며 놀라버린 그래를 두고 석율이 그저 웃기만 한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15층에 선 그래가 내리려는데, 으례 한 층 더 올라가야 하는 석율이 그래를 따라 내린다. ㅡ여기 15층.., -알아. 볼 일 있어. 그리고는 저보다 성큼성큼 앞서 걸어나가는 석율을 그래가 갸웃하며 따른다. 




"짜잔~" 

"...세상에. 이걸, 언제 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석율이 들고 온 상자가 그래의 책상에 놓이고, 그것을 열어보던 그래가 깜짝 놀란다. 그 안에는, 계속 그래가 챙겨먹고 있던 엽산, 비타민제, 철분제는 물론 달지 않다는 비스킷, 말린 과일, 각종 티백 등 입덧을 조금이라도 잠재워 줄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석율은 기뻐하는 그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인 뒤, 그의 간식창고같은 첫번째 서랍을 열어 그 안의 것들을 모조리 비워낸 뒤 차곡 차곡 정리를 시작한다. 제일 안쪽에 작은 파우치를 넣기 전에는, 그것들을 열어 확인 시켜준다. 그 안에 주사기와 약병, 그리고 토니캣 몇개가 들어있다. ㅡ이렇게 가져가면, 잘 모르겠지? 내심 뭔가 죄진것처럼 주머니에 숨겨 가져가는 그 모습을 알고 속이 상했었나보다. 


혹시 몰라서 약통 라벨은 다 떼고, 내가 적었어. 하는 석율에게 감동해, 아침부터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린 그래를 보며, 그가 다가와 따스히 안아준다. 



"내가 15층에 있어야 하는데. 하아, 팀 옮길까 나?" 

"큭... 말도 안돼. 섬유1팀 하면 한석율인데. 어디가게요" 

"음... 영업2팀, 요~기, 대리님 자리? 그럼 진짜 잘 챙겨줄텐데" 

".... 충분해. 진짜 고마워요. 생각도 못했어" 

"심해지면 참지 말기. 데리러 올게" 

"크큭.. 우리 과장님이 또 그럴걸? '한대리, 성과장한테 전화 넣는다'" 

"큭큭..., 아 뭐 어때. 전화 하시라 그래. 우리 그래랑 아기가 여기있는데. 성과장이 대수일까" 

"성과장'님'" 

"그래 그래, 성과장'님'. ... 나 이제 올라갈게" 

ㅡ잘 있어, 우리 아기랑. 마지막으로 얼른 그래의 이마에 쪽, 입술 도장을 찍은 석율이 15층을 빠져나간다. 











"대리님, 오늘도 점심 안 가세요?" 

"어? 어, 오늘 잠깐 들를때가 있어서" 

"장대리, 너 그러다 쓰러진다? 왜 밥을 안먹어, 그 간식 그거, 그거 그만 먹고 밥먹어 밥" 



애정어린 김과장님의 말에, 네에. 하고 대답한 그래가 얼른 다녀오세요, 하며 그들에게 인사한다. 
후우, 한석율의 무한한 사랑에, 다행히 사무실에서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엘리베이터 나서면서부터 진동하는 식당의 음식냄새는 아직 좀, 무리가 있었다. 요리조리 핑계거리를 대며 점심 거부를 하고 석율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자극 없는 음식들로 대체하고 있긴 한데, 사실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또 입덧은 언제 끝날지 싶어 좀 걱정이긴 하다. 


아냐, 그래도 이게 어디야. 일단 그래도 입에 맞는걸로 넣어주면 웩, 토해내버리지는 않고, 공복만 아니라면 헛구역질도 좀 잦아들고 있으니 이만하면 상전이다. -그치, 아가야? 비어버린 사무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네본다. 


좀 있다 아빠 오시면, 오늘 우리 아가 보러 갈게. 건강한 모습으로 있어줘. 








"장그래씨,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그래와 그의 손을 맞잡은 석율이 긴장한 발걸음으로 진료실로 향한다. 지금껏 수많은 문을 열어보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긴장되는 문 중에 하나일거라고 자부하며 두 사람이 진료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래씨,석율씨, 어서와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푸근한 인상의 주한이 그들을 반긴다. 정말이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미소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이 있는데다 두 사람이 모두 일을 하고 있어 남들과 똑같은 진료시간을 잡기가 거북했던 것이 사실인데. 주한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고, 미리, ㅡ제가 하루 야간 진료를 하는데, 이 시간은 어떠세요. 하며 퇴근 후 좀 늦은 시간대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간단하게 체온, 혈압을 측정하고 몇가지 사항들을 체크한 뒤, -그럼 우리, 애기 얼마나 잘 있나 볼까요, 하는 주한의 말에, 그래는 기계 옆 작은 침대에 누웠고, 석율은 그 옆 간이 의자에 앉았다. 별 거 아닐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어쩔수가 없어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하는데, 석율이 눈치채고 가만히 그의 손을 겹쳐와준다. ㅡ괜찮아, 떨지 마. 그가 그래의 손등을 쓸어내리며 토닥인다. 



"그래 씨," 


아직은 뭐가 뭔지 몰라 화면을 쳐다봐도 긴가민가 하면서 들여다보는데, 주한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그래가, -ㄴ..네, 선생님.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 두 사람에게 시선이 닿은 주한이 물끄러미 둘을 바라보는데, 그래는 물론이거니와 석율까지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모습이다. -ㅁ..뭐, 잘..못됐습니까, 석율이 주한에게 묻자, 풋, 실소를 터트린 주한이 그제야 환히 웃어보인다. ㅡ뭐 했어요, 두사람. 



"네?" 


동그랗게 커진 눈의 그래가 질문의 뜻을 알수 없어 갸웃하자, 주한이 모니터의 화면을 좀 더 그래 쪽으로 돌려준다. 


"자 여기, 보여요? 여기가 아기집, 아기집도 좀 커졌죠? 그리고 이 줄이, 탯줄이에요. 뒤에 까만 건, 태반이고. 그리고 이 밑에..," 

"...어...!" 

"픗, 잘 보이죠? 많이, 컸죠? 꼭 눈사람 같기도 하고, 덩어리(?) 같기도 하고?" 

"네......" 

"축하해요, 이제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어요" 



주한의 손끝을 꼼꼼하게 따라 내려가던 석율과 그래의 눈에, 지난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자란, 이(二)등신의 모습을 한, 아이가 보인다. 그 모니터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는 둘을 발견한 주한이, 다시 쿡, 웃는다. ㅡ아직 감동하기엔 일러요, 



"심장소리, 한 번 들어볼까요?" 

"ㅡ!!" 



주한이 미소지으며 기계에서 무언가 누르자,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뛴다. 



아가.., 고맙다. 맞잡은 두 손이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에, 전에 없이 기쁜, 따뜻한 물방울이 맺힌다. 고마워, 그래야. 석율이 작게 속삭이며 살짝, 그의 볼에 닿는다. 









"엄마 고생 많았겠어요, 이렇게 키워내느라. 아빠 얼굴도 엄청 까칠해졌네요," 

"아..." 


주한의 농담섞인 진심에 석율이 머쓱해져 턱을 쓸어내린다. 그도 그럴게, 그 날, 술에 잔뜩 취한 것 같았던 석율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 주한이 아니었던가. 몇 신지, 그게 의사의 개인 번호인지 무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ㅡ예약, 하려는데요 선생님. 하던 석율의 말에 주한은 딱 두가지만 물었었다. 



-그래씨하곤 상의 되신건가요? 

-아뇨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예약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지만, 주한은 여지껏 그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게다가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오늘 이렇게 웃어보이다니. 석율을 향해 따뜻하게 맞춰주는 그의 시선에 주한의 한마디가 오롯이 담긴다. ㅡ아빠도, 준비가 다 되었군요. 




"아, 두 분. 태명은 정하셨어요?" 

"태명...이요?" 

"네. 요즘은 다들 태명 정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태아에게 상당히 좋은 일이기도 하고. 태어나서도 꽤 오래, 알아들어요"

"음... 아직...요" 

"그럼, 2주 뒤까지 한 번, 생각해 보시는게 어때요? 그래씨는, 체중 조금만 더 늘려오시고. 한창 입덧하느라 좀 빠질 수는 있는데, 지금보다 더 빠지면 안되요. 알죠?" 

"네에..." 

"한석율씨한테 맛있는 것 좀 많이 사달라고 하세요. 석율씨도 같이 좀 드시고. 아빠 건강도 중요해요" 





  




"그렇게 좋아요...?" 

"어. 이녀석, 진짜 심장소리 한 번 우렁차지 않아, 자기야?" 



ㅡ한번만 더 들으면 진짜 딱 백번째에요. 그래가 석율의 품에 안겨 미처 회사에서 다 못보고 온 자료를 훑어보며 조용히 웃는다. 석율은 기어이, 초음파 사진이랑 심장소리 녹음본을 핸드폰에 저장했다. 그리고는 집에와서부터 무한 재생 중. -한대리님, 섬유팀 내일 회의라면서요. 그래의 말은 석율이 재생버튼을 다시 누름으로써 가볍게 무음처리 되었다. 




"근데 자기야," 


백 한번째, 다 들었어요? 그래가 웃으며 바라보자, 석율이 눈을 맞춰오며 묻는다. ㅡ태명, 생각해둔거 없어? 



"진짜 많이 생각해봤는데, 딱 이거다 싶은게 없어. 아, 섹시한거 있어야 되는데" 


그 섹시, 요즘 왜 안찾나 했네요, 한석율씨. -응? 말해봐봐, 생각해놓은거 없어? 다시 한번 말해오는 석율의 재촉에, 눈을 도록도록 굴리던 그래가, 조심스레 운을 뗀다. ㅡ있긴.., 있는데.. 



"뭔데, 말해봐. 막, 로또, 개똥이, 이런것만 아니면 돼" 

"크큭... 그건 왜 안되는데..." 

"우리집에 있었어, 강아지. 로또, 개똥이, 아, 복이, 권이도 있었어. 합쳐서 복,권" 

"프하하하...... 진짜요?" 

"어. 게다가 나랑 별로 안친했어. 그러니까.. 뭔데..." 



석율이 또랑한 눈빛으로 기대하며 물어오자,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한 번 베시시 웃어보인 그래가 석율의 손을 잡아 손바닥을 펴 보이게 하고는 한글자씩, 써내려간다. 




슥-슥, 

"...제이 (J)" 



슥, 

"오 (O)" 



슥, 스륵, 

"..와이 (Y), 





J..O..Y, Joy? 조이?" 




석율의 물음에, 그래가 예쁘게 웃어보이며 끄덕,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이고 환희인, 우리 아이, 조이 (Joy)






더불어 나중에 커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일 수 있는 아이이길...♥ 













조이엄마 장그래, 

조이아빠 한석율. 





(+) 

Joy's 태교일기
 




아가야, 안녕.
처음 쓰는, 태교일기네...^^
오늘 엄마랑 아빠는, 우리 아가를 보러 병원에 다녀왔어.
있잖아.., 아직 엄마 뱃속에 우리 아가가 있다는 게.., 믿기다가도 또 한참 꿈인가 싶었는데.
우리 아가는 고맙게도, 이렇게 부족한 엄마에게서도 잘 자라주어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어.
쿵쾅쿵쾅 잘 뛰어대는 우리 아가 심장소리에, 엄마도 아빠도, 코 끝이 찡해져 왔어.
특히 아빠는, 따로 녹음까지 해와서, 정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들어보더라.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엄마 정말 많이 행복했어.
우리 아가가, 벌써부터 이렇게나 큰 기쁨이, 고마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서,
아빠랑 우리 아가 이름을 Joy라고 지어봤는데.
나중에 엄마 아빠가, 조이야.. 부르면 씩씩하게 대답, 해줘야해?
엄마 잘할게..., 
우리 조이가 힘들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엄마 최선을 다할거야. 아빠도 그럴거고.
그러니까 우리 조이도, 엄마 아빠.. 많이 도와줘.
... 사랑한다 우리 아가. Our Joy- 



[2016.04.15. 6W+1D. 0.68cm]






+ 아빠의 한마디:
사랑한다 우리 조이. 그리고, 고맙고 사랑한다, My Yes... ♥




-------------------------------- 


10편+외전+보너스가 있는 연재물입니다.
오메가버스 설정이 아닌 그저 '순수 임신물'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미생 > JOY' 카테고리의 다른 글

JOY - 06 (上)  (0) 2016.02.22
JOY - 05  (0) 2016.02.22
JOY - 04  (0) 2016.02.22
JOY - 02  (0) 2016.02.02
JOY - 01  (3) 201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