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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JOY

JOY - 06 (上)

[석율X그래] JOY - 6 (上) 


부제 - 그리 말해준다면, (If you say so..) 



Written by. shp 









*미래물 & 임신물 & 현실성 없음 주의* 
*배경 - 5년 후 (장그래 대리 & 한석율 대리)* 







그러니까 그 일은, 

기적, 이라고 밖에는. 










쿵쾅쿵쾅- 쿵쾅쿵쾅 


"어이쿠, 우리 조이가 엄청 건강하네요. 진짜 심장소리 한 번 우렁차네" 


모니터를 보던 주한의 말에, 또 석율과 그래의 귀에도 엄청 크게 들리는 그 쿵쾅대는 조이의 심장소리에, 세 사람 모두가 환하게 웃는다. 그 와중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모니터 속의 조이는, 아니 그래의 뱃속의 조이는,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꿈틀댄다. 초음파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이질감도 썩 맘에 들지 않는지 쿵쿵 엄마를 차기까지. 임신 20주가 넘어가는 지금, 이제 20센치가 넘게 제법 커진 조이는, 정밀 초음파로 이리저리 봐야 모습을 다 담을 수 있었다. 손가락 발가락도 열 개씩, 엄마 아빠 닮은 눈, 코, 입 까지도 꼼꼼하게 챙기며 자라고 있는 조이에게, 석율과 그래는 늘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수 백 번, 아니 수 천 번도 더 되뇌이고 있었다. 


조이의 활발한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끼던 그래가, 저도 모르게 숨이 찬 듯 후, 하고 내뱉자, 석율이 그런 그래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주한이 그런 모습을 미소지으며 보다가, ㅡ몸 많이 무거워졌죠? 묻는데, 괜찮다고 답하고 싶지만 괜찮을 리가 없는 그래가 그저, 옅게 미소지어보인다. 



"아, 두 분, 조이 옷은 좀 샀어요?" 


검사가 끝나고 옷을 챙겨 앉은 두 사람에게, 주한이 뜬금없이 아이의 옷을 샀냐며 묻는다. 갑자기 왠 옷, 싶어 ㅡ어..아뇨, 아직.. 석율이 대충 얼버무리는데, 주한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이 초보 엄마 아빠 좀 보게, 하는 뜻이 서려있음이 느껴진다. 


"제 생각에, 우리 조이는 파란색이 잘 어울릴거 같아서요. 뭐 그냥, 참고하셨음 해서" 


그리고 그 말 뜻을 이해한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눈이 커진다. 우리 조이는, 아들이구나 









"아아.... 이... 이거구나..." 



집에 돌아와 한손으로는 쇼파에 앉은 그래의 다리를 주무르며, 계속 옆에 초음파 사진을 놓고, 또 녹화해 온 초음파 동영상도 보던 석율이, 그제야 알았단 듯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조이가, 아들이라는 상징의 그것이, 이제야 보인 모양이다. 그런 석율의 모습에 그래가 웃으며 절레절레. ㅡ왜 내가 그렇다고 할 땐 안믿어요. 거기 딱 보이잖아. 


"자기는 어떻게 딱 보여, 그게? 보면 조이 얼굴 윤곽도 되게 잘 잡는거 같아"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초음파에서도, 그래는 매번 여기는 눈이고, 여기는 코, 여기는 입이에요. 딱 딱 짚어주던게 신기해 석율이 묻자, 그래가 뭐 그런 당연한걸. 이라는 투로 말한다. ㅡ난, 엄마잖아요. 


"지금 조이가, 내 안에서 어떻게 누워있는지, 어느정도 느껴지니까." 


연신 그래의 온 몸을 꼭꼭 주물러 주던 석율이, ㅡ와, 진짜? 하고 놀라며 ㅡ지금은?? 묻자, 그래가 배 위에 손가락으로 모션을 그리며, ㅡ지금은 여기가 머리, 이쪽이 다리. 이렇게 누워있는거 같아요. 한다. 그런 그래를 보는 석율의 눈빛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을 보는 냥, 행복함이 가득 묻어있다. 



ㅡ조이가, 아들이래요. 하는 말에, 양 쪽 부모님은 뛸듯이 기뻐하셨다. 사실, 조이가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조이가 딸이래요, 했어도 세 분은, 그렇게 기뻐해주셨을거라는것.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내심 석율이 여자 조카들을 너무 예뻐해, 혹시 딸이길 바라나? 싶었던 마음도, 아들이라던 조이의 초음파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모든 걸 대변해주었다. 딸이든, 아들이든, 그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 만날 수 있기를 그래와 석율이 바라는 건, 언제나, 그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복숭아지? 태몽말야. 예쁜 과일은, 다 여자아이 태몽인줄 알았어" 

"엄마가 그러시는데, 씨 있는 과일은 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더라구요" 

"아- 엄청 탐스러운 복숭아라고 했는데, 우리 조이 너무 예쁘장한 남자 되는거 아냐?" 



웃으며 말하는 석율을 보며, 그래가 따라 웃어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사실 두 사람의 인물이 워낙 좋은데다, 초음파 볼 때도, 주한이 늘, 조이 두상이 정말 이쁘네, 눈썹이랑 속눈썹도 긴 것 같고, 입모양은 엄마 닮았나? 하시는 통에, 처음엔 우리 기분 좋으라고 저러시려니 했는데 두 사람이 자꾸 인사치레인줄 알자, 주한이, 재차, 진짜라고 해주었다. 뭐, 진짜든 아니든, 석율과 그래의 눈에는 세상에 더 없이 예뻐 보일테지만. 





"자기야 나 좀 누울래요..." 

"응, 그래. 자, 조심~?" 



쇼파에 앉아 있다 영 허리가 불편했는지 눕겠다는 그래를 일으켜, 계단으로 올라가는 그를 부축하던 석율이, 못내 마음이 무겁다. 아무래도 이사를 가긴 가야겠다. 점점 몸이 무겁다 느끼는 그래는 물론이거니와, 조이가 태어나서도 결코 편한 환경은 아닐테니까. 조심스레 그래를 뉘여주고 그래의 허리를 문질러주던 석율이,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마사지 크림을 조금 짜내 그래에게 마사지하듯 발라준다. 그 부드러움에, 흐흥, 하고 웃어보인 그래가, 



"장그래 진짜, 호강에 겨웠네..." 


웅얼대며 석율의 손에 제 손을 겹쳐온다. ㅡ뭐 당연한걸 가지고 호강씩이나. 석율의 그의 옆에 조용히 몸을 뉘이며 꼬옥 감싸 안아준다. 그래의 배 위에 얹혀진 그의 손에서, 통통 거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조이야, 아빠. 잘잤어요 우리 아가? 그래보다 먼저 일어난 석율이, 조용히 그래의 배에 대고 속삭이며 쓸어내려주자, 잠시 후 통, 하는 울림이 느껴진다. 그것이 마치, 아빠 조이 잘잤어요, 하는 것 같아서 볼이 깊게 패이도록 환하게 웃어보인 석율이,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그래의 이마에 쪽, 하고 뽀뽀한다. 



"흐으응..., 졸려어....," 

"에구우, 우리 조이엄마, 피곤해서 어째요..." 


아직 눈도 못 떴으면서, 일어나보려 애쓰는 그래를, 석율이 얼른 다가가 허리를 받쳐주며 잠시 품에 기대게 한다. 엄마가 잘 때, 조이도 함께 자 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뱃속에 든 활발한 우리 조이는, 새벽녘에 가끔, 이리저리 엄마의 뱃속을 활보했고, 그에 동반한 통증은, 그래를 뒤척이게 했다. 게다가 조금씩 불러오는 배에, 자꾸만 허리통증이 생겨, 석율 또한 몇 번이고 깨어 이불의 위치를 잡아주고, 다리 사이에 쿠션을 넣어주는 등, 그래를 보살폈다. 


잠이 많아지고, 몸이 무거워졌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몸이 붓는다. 입덧 할 땐 입덧만 끝나면. 이라고 생각했고, 초기에 불안할 땐 초기만 지나면. 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생겨나는 변화에, 모든 것이 생소한 초보 엄마 아빠는,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를, 괜찮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출근 하기 싫다아....," 


절대 백 퍼센트 진심은 아니었지만, 힘든 마음에 이렇게 석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그래의 모습도, 어느새 일상적인 아침이 되었다. 그 때마다, 그냥 쉬라고, 이제 조이 엄마만 하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석율이었지만. 원인터, 그것이 그래에게 가지는 의미를 알기에 조용히 토닥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가 제게서 원하는 대답 또한, 그냥 집에 있어. 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그래가 편하게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석율은 고마워했다. 








"다 입었어?" 

"응. 석율씨, 나, 배 많이 나와 보여요?" 


ㅡ아냐, 괜찮아. 이뻐 우리 그래. 이 또한 자동응답기처럼 계속 되는 대화. 출근 준비 하는 그래의 입 속에, 어머니가 손수, 빻을 쌀까지 골라 만드셨다는 영양 떡 하나를 입에 물려주고, 옷장에서 얇은 가디건 하나를 꺼내 위에 입혀주던 석율이, 그래의 질문에 예쁘게 도리질을 하며 쪼옥, 하고 뽀뽀해준다. 


하필이면 여름이라, 복장이 자꾸 가벼워진다. 게다가 하필이면 여름이라, 적정온도를 유지한다고 틀어놓은 사내의 에어콘과 선풍기 또한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에어컨 찬바람이 싫어서요, 라는 목적으로 가디건을 걸치고는 있지만, ㅡ장대리, 요즘 좀 살찌나봐? 하는 속 모르는 소리들은 그래를 늘 뜨끔하게 했다. 그러니 날마다 물어도, 날마다 신경쓰일 수 밖에. 그렇다해도, 우리 조이가 고맙게 허락해주는 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럼, 가실까요, 조이 엄마?"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제가 팔짱을 낄 수 있도록 팔을 내어주는 고마운 연인, 석율과 뱃속에서 통통대는 조이가, 있으니까. ㅡ엄마, 아직은 괜찮지, 조이야? 








"어? 됐다!" 


무심결에 흘러나온 성훈의 탄성에, 그래와 김 과장님이 그를 보며 웃어보인다. ㅡ축하해, 성훈 씨. 그래가 진심으로 격려한다. 성훈의 첫 사업이, 드디어 통과 되었다. 사실, 그래에게도 너무나 바라던 결과였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담당자가 저 아니면 김 과장님이었기에, 불러오는 몸만큼이나 버거웠던 책임감이 있었다. 당장 떠나야 한다면, 아찔할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허나, 당분간은, 성훈의 이름 아래 사업이 진행될테니까. 장그래 대리는, 잠시 짐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허락받는 순간 같았다. 


"음, 갑자기 우리 장대리 첫 사업 맡던 날이 생각나네. 김성훈이 보니까?" 

"참, 과장님, 이제 그만 좀 잊어 버리세요" 


김 과장님의 말에, 그래가 많은 의미를 담아 웃어보인다. 계약직 사원 장그래 말고, 정규직 사원 장그래로써 첫, 사업의 담당자가 되던 날. 김동식 대리와, 오상식 차장님은 그래를 데리고 옥상에 가, 부둥켜 안고 진심으로 펑펑 울었다. 아, 물론, 약간 벌개진 눈으로 그런 셋을 비디오에 담으려 했던 천관웅 과장님도 함께. 아름다운, 그러나 잊어야 할, 흑역사였지. 그래가 실소를 터트려본다. 원인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 속에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슥, 눈치를 보던 그래가, 조심히 김 과장님을 향해 운을 떼 본다. 



"과장님, 우리 인력 충원, 별 말 없어요?" 

"어, 아직 별 말 없네? 장 대리, 너 요즘 인력 충원 너무 바란다, 왜, 내가 너무 부려먹어? 너 그거 은근~히 시위하는거지?" 


김 과장님 특유의 툴툴거림에, 그래가 못 말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우리 팀 실적 괜찮은데, 충원 너무 안해주는것 같아서 여쭌거에요. 천 과장님 자리 빈 지가 언젠데. 그리고 제가 언제, 과장님이 부려먹는다고 시위를 합니까아.." 


삐진 투로, 가볍게 말했지만 그래, 사실 제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바다. 이렇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면서도 어떨땐 숨이 차고, 장시간 앉아있는 건 무리라 요즘 자주 자리를 비운다. 외근이라도 나가는 날엔, 온 세상이 살얼음판 같다. 제 자리까지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여하튼 팀에는 필요한 사람이, 와야만 한다. 20주. 꼬박 반을 버텼다. 게다가 당당히 배를 드러내보일수도 없어 살짝 핏 되는 옷들을 입다보면, 자연스레 뱃속에 있는 조이에게 미안해질 수 밖에 없었다. ㅡ우리 활기찬 조이, 더 넓게 움직이게 해줘야 하는데, 엄마가 미안해. 그래는 틈만 나면, 그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그 때, 핸드폰의 진동이, 생각에 빠진 그를 깨운다. 액정의 이름을 확인하던 그래가, 얼른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지이잉- 지이잉- 


"여보세요?" 

-그래야~ 누나야. 조이 잘 있어? 

"아, 네 누나. 잘 계셨어요? 조이는, 잘 있어요" 

-너는, 몸은 괜찮구? 

"네. 조이가 잘 놀아서.. 다행이에요" 

-다행이다. 그래야 근데, 누나가 미안해서 어쩌지? 

내일 같이 가기로 한 어린이 뮤지컬, 누나 못 갈 것 같아서. 하영이가 열이 너무 높아. 여름감기에 걸렸나봐. 

"아, 괜찮아요 누나. 하영이는, 병원은 안가봐도 되요?" 

-응. 다녀왔어. 약 먹이고 좀 쉬게 하려구. 그래 석율이랑 갈 수 있어? 

"아... 네에, 누나.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영이 얼른 낫는게 젤 중요하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네, 들어가세요" 




석율의 누나인 석주와 아이들을 데리고 내일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가기로 했었다. 매일 회사 생활을 하는지라, 조이에게 제대로 된 태교라는 걸 못해주는 것이 죄스러워, 그래와 석율은 틈만 나면 가까운 교외로라도 나가 많이 활동하려고 애썼다. 마침, 내일은 석주가 어린이 뮤지컬 티켓을 얻었다며 두 장을 건네 주기에, 석율 대신 모처럼 석주와 아이들과 함께하려 했는데. 흠, 석율씨가 내일 갈 수 있으려나. 










-자기야아, 그냥 집에 있지. 사람도 많을텐데. 담에 나랑 가자. 응? 

"나 벌써 나왔어요. 세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표도 오늘까지라 아깝고" 

-표 내가 사줄게. 나 불안해.. 

"가까운데 뭘, 나 산책도 좀 하고 싶고. 별로 걸을 일이 없어서 몸이 자꾸 무거워지나 싶단 말이에요. 편한 옷 입고 간만에 우리 조이랑, 아빠 
 없이 데이트도 좀 하고?" 

-아..진짜. 나 그냥 지금이라도 갈까? 



걱정이 한 가득인 석율을 안심시키려, 그래가 계속 괜찮다는 뉘앙스의 말을 건넨다. 당연히, 주말이라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석율에게 제동이 걸렸다. 성과장님이, 아침부터 섬유팀 전체에게 '집합' 이라는 문자를 보내, 석율은 멋도 모르고 지금 주말 출근을 한 상태다. 상반기 결산도, 연말도 아닌데, 다짜고짜 아이템 회의를 하자고 하신걸 보면, 분명 어젯 밤, 띠 동갑도 넘어간다는 여자친구와 무슨 일이 생긴 것을, 만만한 직원들에게 분풀이 하려는 모양이지만, 어쩌겠는가. 대리는, 과장이 아니고, 한석율 대리는, 섬유팀 사람인데. 주말인데도 집에만 있는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그래는, 가볍게 운동도 좀 할 겸, 저 혼자 다녀오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길을 나섰다. 물론 1분도 안되서, 석율의 득달같은 전화가 걸려왔고. 



-진짜 성과장, 내 올해 안에 장가 보낸다. 노처녀 히스테리 누가 심하대? 노총각은 더 해! 



큭, 발 동동 거리며 분을 삭히고 있을 석율의 모습이 눈에 선해, 그래가 이어폰을 고쳐 끼면서 웃어본다. 그 수 많은 여자 중에서 고를 수가 없는건지, 성과장님은 아직도 미혼이시다. 석율은 자꾸, 여자들이 그의 본색을 알게 되는거라며 반가워 해야 할 일이랬지만. 뭐 어쨌든, 날이 갈수록 히스테리컬 한 것도 사실. 아마 그가 장가를 가는 건, 섬유팀 모두가 찬성할테다. 



"으구, 성과장'님'이라니까" 

-이 상황에? 우리 조이랑, 우리 그래가 뮤지컬 보러가는데도 못 가게, 주말에 날 부르는데? 생각할 수록 성과장 이,! 

"ㅡ조이아빠, 이쁜 말" 

-........ 

"응? 얼른요, 이쁜 말?" 

-그래, 그래 알았어. 이쁜 말, 고운 말. 조이야 그래야 사랑해. 됐지? 

"후후, 착하다, 우리 조이 아빠. 아이템 회의 잘해요. 참신한거 생각해서 얼른 끝내구" 

-후우... 응, 알겠어. 뮤지컬 재밌게 봐. 조이랑 많이 웃고. 

"네에~ 집에서 봐요~" 








그래는 석율과의 통화를 끝내고 지하철에 올라, 편안하게 놀고 있는 조이를 느끼곤 배를 쓰다듬어 본다. 얇은 반팔에 점퍼 하나만 걸치고 모자를 쓴 탓에 어느정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래는 애써 그 시선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 조이는, 부끄러운 아이가 아니니까. 엄마인 내가 당당할 수 없으면 앞으로도 쭉 세상에 맞서 싸워줄 수 없다고. 그래는 석율과 늘 그리 다짐했었다.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다니진 않았지만, 일부러 피해 다니지도 않았다. ㅡ우리 조이, 안힘들어? 작게 속삭여보자, 통, 하며 진동을 보내온다. ㅡ오늘 엄마랑, 재밌게 놀구, 집에 가서 아빠한테 자랑하자. 







"후우-" 


이제 계단은 점점 무리인가보다. 출구로 나온 그래가 잠시 숨을 고르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석율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재밌게 보고, 끝나면 연락해. 성과장'님'이 뭐라든, 데리러 갈게 - 조이아빠] 


크큭. 못말려. 그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진 그래가, 다시 힘을 내 발걸음을 옮겨본다. J 아트홀이라고 쓰여진 건물이 점점 눈에 크게 들어와 시계를 보니, 조금 빨리 걸어야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 법하다. 그래가 허리를 살짝 손으로 받치며 걸음을 재촉한다. 



"다 왔다" 


덥다. 별로 긴 거리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져, 얼른 안으로 들어가 좀 시원한 공기를 쐬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발자국을 떼는데, 



아앗- 어, 왜이러지, 


아랫배에, 따끔하게 통증이 온다. 조이야..? 배를 살살 쓰다듬어 보는데, 아이의 움직임은 잘 느껴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프다. 조이야, 좀 쉴까? 우리 조이 간만에 엄마가 너무 걸었어? 그래가 조이를 다독이며,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잠깐 앉으려는, 그 때 였다. 




콰쾅!!!!!!!!!! 





무언가 폭발하는 굉음이 들리고, 




꺄악!!!!!!!!!!!!!!! 



하는 사람들의 비명이, 우당탕하며 뛰쳐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 진짜. 뭐, 쌔끈한거, 좀 없어 다들?" 


저, 저. 과장님이라는 사람 말 뽄새 봐라. 이보세요 성과장'님', 쌔끈한건 어제 당신이 데리고 논 여자가 쌔끈한거지. 딱 봐도, 뭘 하자고 모인게 아니다. 신입인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대리인 저 마저,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인데. 아 진짜 내가 이 황금같은 주말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래는, 잘 보고 있나. 후우- 작게 한숨을 쉰 석율이, 테이블 밑으로 톡을 보내본다. 


[자기야~ 재밌어? 나 좀 있다 그냥 나갈까봐요. 조이엄마 보고싶다 - 조이아빠] 


그러곤 조금 기다리는데, 응? 안 읽네. 뮤지컬이 그렇게 재밌나. 석율이 다시 시선을 돌려 컴퓨터 모니터라도 바라보려던 그 때, 



띠링-띠링- 


"얼씨구, 한대리. 너 주말이라 이거야 지금? 폰 안 꺼??" 

"아, 죄송합니다" 



[로컬 속보 - 서울시 D동 J아트홀, 화재로 인한 폭발 사고 … 1명 사망, 중상 다수. 어린이 뮤지컬 관람객이었던 아동들의 수도 많았던 것으로 보여...] 




J...아트홀...? 







"야!!! 한대리!!!!!!! 한석율!!!!!!!!!! 너 어디가!!!!!!" 











누나, 누나... 석..석ㅇ.. 석, 석주 누ㄴ..,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틈도 없어 비상계단으로 정신없이 내려가는 석율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쥔 채, 빠르게 석주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석율, 너 그래랑 뮤ㅈ... 

"누나! 그 뮤, 뮤지컬. 그거 어, 어디랬지?"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줘. 



-응? 너 안갔어? D동에 있는 J아트홀. 왜? 너 목소리가 ㅇ.. 


젠장할!!!! 



그래야, 그래야 안돼. 




석율이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간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뻔 하는 것도 여러번이지만, 지금 그의 머리가 새하얘져,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야, 제발....! 









"아, 지금 막 가지고 나왔어요. 그냥 집에 가져가면 돼? 어, 알았어요, 응, 내일 집에서 ㅂ..., 


퍽-!! 



"..? 한석율씨?" 



지방에 잠시 일이 있어 내려가 있던 해준이, 주말에 꼭 봐야 할 서류를 회사에 놓고 왔다기에, 백기가 회사에 들러 가지고 나오던 참이었다. 그와 통화하며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제 어깨를 부딪히고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석율이 보였다. 언뜻 보인 그의 표정이, 반 쯤, 아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놀라서 따라가보는데, 




"이, 씹..!, 아악!!!!!!!" 


차 키를 놓고 나온 모양인지, 도어 지문인식이 안돼 차 문을 열지 못하는, 눈이 벌개져 넋이 나간 표정의 석율이 보인다. 놀란 백기가 얼른 다가가, 여러번 시도하느라 빨개져버린 그의 손을 얼른 붙잡으며, 



"석율씨, 한석율씨! 왜이래요, 응?" 하는데, 석율의 눈에, 거의 촛점이 없이, 눈물이 맺혀있다. 

ㅡ배, 백기씨, 나, 나 좀..! 자, 장그래... 



....!!! 








도로 위, 석율을 태운 백기의 차가 그야말로 질주하고 있었다. 자동적으로 그래에게 무슨 일이 생긴것이란 걸 알아들은 백기가, 재빠르게 석율을 제 차에 태웠었다. 옆자리의 석율은 계속, 그래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는지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그 낯빛이 너무도 창백해보여, 차마 무슨일이냐고, 왜이러냐고, 백기는 묻지도 못했다. 






"장그래...그래야...전화 받아...제발..." 



신호가 가는데 전활 받지 않는다. 분명 도로 위의 그 어떤 차들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진다. 그 때, 백기의 차가 소방차와 구급차가 즐비하게 서있고, 사람들이 마구 빠져나와 완전히 난장판이 된 그 자리에 끼익- 하는 굉음을 내며 정차됐고, 백기와 석율이 튀어오르듯, 차를 빠져나왔다. 


그제야 화재 현장에, 장그래가, 한석율의 장그래가 있었기 때문일거라는 것을 인지한 백기가, 석율과 함께 마구 달린다. 그리고..., 





"그래야!!!!!!!!!" 


양 옆으로 사람들이 실려나가는 그 아찔한 사이에, 그래가, 덜덜 떨면서 앉아 있다. 








"그래야, 그래야 나야. 괜찮아? 응? 다친데 없어?" 


그래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뛰어간 석율이, 낮게 앉은 그래에게 억지로 시선을 맞추며 재차 확인하는데, 석율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던 그래가 겨우 고개를 들어,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석율을 바라본다. 



"석, 석율씨...." 

"응. 응. 나야. 나 왔어. 괜찮아, 괜찮아 이제. 하아.. 고마워 그래야... 미안..미안해..." 


그래의 떨리는 부름에, 그저 그래를 와락, 껴안는 것밖에 할 수 없던 석율이, 계속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만 반복한다. 


"흐윽...흑.. 조이가... 조이가 날....." 

ㅡ살렸어요. 조이가 날, 불렀어. 말을 이어갈 힘조차 없이 바스라진 그래가, 석율의 품에서 울어대다, 


....!!!... 




"그래야!" 

정신을, 놓았다. 








"그래야, 조이엄마, 정신차려. 응? 장그래!!!" 

"ㅡ... 이...우리..조이...." 

"그래야, 정신 들어?!! 그래, 우리 조이. 우리 조이 있잖아. 정신차려봐, 장그래! 나 누구야, 응?" 



쓰러진 그래를 보자마자, 백기가 달려왔고, 석율과 함께 그런 그래를 안아들었었다. 그래를 품에 안고 뒷자석에 탄 석율이, 연신 조이의 이름과, 그래를 부르며, 그래가 정신이 들도록, 그래서 아이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말을 걸고 있다. 백기의 차가, 정신없이 또 한 번, 도로위를 달려 병원으로 향한다. 




"나...숨..이...... 하아, 석율,씨..." 

"숨? 숨 차?" 

"한석율씨! 뒤에, 비닐봉지요!" 


덜덜 떨었던 몸에, 호흡 곤란이 온 모양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어떻게 된건지 이해는 안되지만, 백기가, 그저 숨이 차다는 말만 알아듣고 재빨리 비닐봉지가 있다고 소리쳤고, 석율이 얼른 그를 찾아 그래의 입에 대어주었다. 그리고는 석율이, 정신없이 전화를 꺼내 주한에게 전화를 건다. ㅡ선생님! 저 한석율입니다. 조이엄마, 지금 병원 가고 있어요.  








"빨리 O2 꽂고, Saline 걸어! 초음파 가져오고!" 

"선생님! 환자 BP 불안정합니다!" 

"그래 씨! 조이엄마! 정신차려봐요. 내 말 들려요?" 



석율의 전화에, 병원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주한과 나머지 의료진들이, 그래의 도착과 동시에 그를 병원 침대로 뉘여 이동시켰다. 주한의 긴박한 한마디에, 간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곧, 그래의 코에는 호흡기가, 팔에는 주사가, 배에는, 초음파 기계가 채워졌다. 병원으로 오는 동안에도 자꾸 정신을 잃으려 하는 그래였다. 석율은 그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너무 놀라, 멍하니, 다리가 굳어있는데, 주한이 그를 다급하게 부른다. 



"석율씨! 이리 와요, 얼른!" 

"한석율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망부석 처럼 굳어, 촛점 잃은 눈을 하고 선 석율을, 주한이 재빠르게 다가와 어깨를 흔들었다. 
ㅡ조이아빠! 정신 차려요! 


조이아빠. 그 한마디에 겨우 정신을 차린 석율이 흔들리는 눈으로 주한을 보자, 주한이 얼른 그를 그래 곁으로 데려왔다. 
ㅡ정신차려요, 당신 조이 아빠잖아. 




조이야, 조이야, 

"조이아빠! 조이 좀 불러봐요, 빨리! 



주한이 초음파를 확인하며 쉼 없이 조이를 부르고, 그 소리에 석율이 놀라 보는데, 조이의 위치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까딱하다간 탯줄과 엉킬지 모르는 상황. 그 모습에 또다시 파르르 떨리고 있는데, 주한이 다시금 그를 일깨웠다. ㅡ조이아빠! 뭐해요! 



그 다그침에, 겨우 상황을 인지한 석율이 침착하게 눈을 감았다 뜨고 잘 되지 않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주한이 시키는 대로 그래의 배 쪽으로 다가가, 초음파 화면을 보며 조이가 돌 수 있도록, 살살 배를 누르며 조이를 부른다. 


"조이야.. 아빠.. 아빠 여깄네? 우리 아가... 착하지... 이렇게 돌아보자, 응? 옳지, 잘하네 우리 아가, 쫌만, 쫌만 더" 



그리고 아빠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듯, 조이가 천천히, 석율이 쓰다듬는 방향 쪽으로, 




빙글, 



"하아.. 돌았다." 

그와 동시에, 그래의 혈압과 맥박 수치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초음파를 확인하던 주한이, 의자에 털썩, 기댔고, 이 긴박했던 상황을 믿을 수 없던 석율 또한, 바닥에, 다리가 풀린 듯 주저 앉아 버린다. 








"하아....." 


드륵- 


지쳐 잠든 그래의 모습을 확인하고, 석율이 병실 문을 나와, 복도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 앉듯 몸을 기댔다. 이제야 좀 제정신이 들어오는 것 같다. 건물 바깥에 앉아있던 그래의 모습을 확인했을때, 얼마나 많은 신께 감사하단 기도를 올렸었는지. 그래가 제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맞췄을 때, 그냥 모든 소리가 웅웅 울리고 그의 목소리만 들렸다. 자꾸 생각이 나, 잠시 마른 세수를 하며 괴로워하는데, 



"한석율씨..." 

그 부름에 석율이 고개를 들자, 석율이 오늘 아침에 회사로 들고 나간 제 물건들을, 차 키까지 함께 들고 온 백기의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오늘 탔던 차가, 백기의 것이었다는 게, 생각이 나면서, 뭐라 말하지 못하고 서 있는데, 그가 옅게 미소지으며 다가와 옆자리에 앉는다. 


아. 백기씨는 모르는데 아직. 어쩌지. 워낙 정신이 없어 지금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헌데 이런 석율을 알았다는 듯, 백기가 조심스레 운을 뗀다. 




"괜찮아요...? 그래씨랑.. 아이..." 

"...!!!... 아...알..았어요? 미안 백기 씨... 놀랐죠..." 

"음, 놀란것도 맞는데.. 서운했는데?" 


백기가 짐짓, 표정 풀라며 가벼운 투로 대답한다. ㅡ왜 이런 좋은 일을, 이제야 알려줘요. 것도, 이렇게. 


좋은 일. 이라고 표현했다. 엄청난 일, 믿기지 않는 일. 이라는 수 많은, 그간 들어온 표현을 두고, 백기가, 좋은 일. 이라고 칭하는 걸 들은 석율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미안함을 담는다. 


"고마웠어요... 오늘....." 

"우리 사이에.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난 이만 가볼게요 그럼. 그래씨한테, 얘기 잘 해주세요" 



석율이, 병원을 빠져나가는 백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ㅡ고마워요, 백기 씨.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니까요" 

"... 죄송합니다...." 

이제야 겨우 안정을 찾은 그래 곁에, 주한이 다가와 농담처럼 진심인듯 툭, 던진다. 한 달에 한 번만. 그러니까 그 이외에 다른 일로는, 볼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 그 말 뜻을 이해한 그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 말한다. 그 옆에 그래의 손을 꼬옥 붙잡고, 그래만큼이나 파리한 얼굴로 지키고 선 석율을 번갈아보던 주한이, 휴, 그제야 미소를 짓는다. 



"아무 일 없어서. 천만 다행이에요. 그런데, 우리 조이가, 아직 많이 놀란 것 같으니까, 절대안정. 해야 합니다. 알겠죠?" 

"네..." 

"당분간, 회사도 안갔으면 싶은데. 혹시, 병가 가능한지도 알아보구요" 


회사도 안갔으면, 이라는 말에 미묘하게 떨린건 오히려 석율이었다. 그리고 그래가 어떻게 반응할 지 몰라 표정을 살피는데, 그래의 표정이 무언가, 덤덤하다. ㅡ그럼, 쉬어요. 주한이 나가고, 그제야, 그래의 미안한 눈빛에, 오롯이 석율이 담긴다. 










".. 너 이렇게 자꾸 나 놀래킬꺼야...?" 


따스하게 그래를 감싸 안아오며 말하는 석율의 목소리에, 파르르한 떨림과 물기가 아직 묻어있다. ㅡ미안, 많이 놀랐죠...? 그 떨림에 마음이 아파, 그래가 작은 손으로 그의 넓은 등을 쓸어내리자, 석율이 더 꼬옥, 그래를 안는다. 무서웠다. 어디 이루 말할 수 있었으랴. 너랑 조이 잘못되면, 그냥 나도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릴 뻔 했어, 라는 말을, 애써 꾹꾹 삼켜버리는 석율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예정대로라면, 그 안에 들어가 있었어야 할 그래였다. 어찌하다, 감사하게도, 다행스럽게도, 그 안에 들어가지 않은건지. 석율이 아직도 혈색이 돌아오지 않는 그래의 창백한 볼을 쓰다듬으며 따스히, 천천히 물어오자, 그래가, 떨리는 눈으로 대답한다. 



"조이가, 날.. 살렸어요..." 

"....으응....? 조이가....?" 

"배에 잠깐 통증이 와서, 조이가 힘들어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잠깐 쉬었다 들어가려는데, 사고가..., 

조이가, 날 불렀어요.



잠시 또다시 그 때의 상황이 생각난 듯, 그래가 아찔한 표정을 짓자, 석율이 얼른 다시 그를 껴안아준다. 그리고 그래를 토닥이며, 환자복 아래로 볼록하게 존재를 알리는, 그래의 아랫배에도 손을 대본다. 


그랬구나, 우리 조이가. 엄마를, 지켰구나. 고마워 조이야. 엄마 지켜줘서. 그리고, 아빠도 지켜줘서. 아빠에게서, 엄마랑 조이를, 멀어지지 않게, 해줘서. 


그리고 살짝, 석율의 품에서 빠져나온 그래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석율을 바라본다. 
ㅡ조이아빠... 



"응. 왜, 뭐 할 말 있어?" 






"우리 조이가, 나 이제, 조이 엄마로만 살라고 하나봐요....." 


"ㅡ!! 그래야..." 





"아니, 나 이제. 조이 엄마로만 살래...... 

우리 조이가, 오늘, 거기까지만 허락했어요" 







장그래 대리 아닌, 

조이의 엄마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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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외전+보너스가 있는 연재물입니다.
오메가버스 설정이 아닌 그저 '순수 임신물'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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